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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본드가 뭐길래...뱅크런 대신 본드런 오나

등록 2023.03.21 11:07:10수정 2023.03.21 11: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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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조 규모 CS 신종자본증권 휴지조각

전세계 신종자본증권 규모 2750억 달러

[취리히=AP/뉴시스]18일(현지시간) 취리히에서 스위스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와 UBS의 모습. 2023.03.19.

[취리히=AP/뉴시스]18일(현지시간) 취리히에서 스위스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와 UBS의 모습. 2023.03.19.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스위스 2위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1위 은행 UBS에 인수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채권 시장의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채권 가치가 휴지조각 되면서 글로벌 채권 시장 전체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뱅크런'(예금대량 인출)이 '본드런'(연쇄 채권매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외신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UBS가 CS를 32억 달러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CS 채권 가운데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AT1)이 모두 상각됐다. 이는 해당 채권의 가치가 '제로(0)'가 된 것으로 하루 아침에 휴지조각 된 것이다.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로 불리는 이 채권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문제 등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투자자의 동의 없이 자동으로 상각되거나 발행자의 보통주로 전환 돼 은행의 자본을 늘려주는 채권이다. 문제가 없을 때는 높은 금리를 주지만, 은행이 흔들릴 경우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게 된다. 

반면, CS의 모든 주주는 22.48주당 UBS 1주를 받기로 결정했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CS의 채권은 휴지조각이 되고, 위험자산인 주식은 가치가 인정 되면서 회사채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일반 채권보다는 후순위지만 주식 보다는 선순위로 여겨지기 때문에, 회사가 무너질 때 주주, 채권 보유자 순으로 손실을 입는데 이 같은 관례가 깨진 것이다. 

금융시장에 따르면 이번에 상각된 AT1 규모는 2017년 스페인 포플라르 은행의 AT1 상각 규모인 12억5000만 유로의 10배를 넘는다. 핌코와 인베스코 등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이 CS AT1을 대량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시장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스위스 당국은 CS의 자본을 강화하고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발표했으나 이번 AT1 상각 사태로 고요했던 AT1 시장을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가 신흥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AT1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AT1 규모는 2750억 달러에 육박한다. 이 규모의 채권이 위협 받을 경우 위험 채권인 AT1의 대량 투매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투자 위험이 더 큰 주식은 가치를 인정받고 안전자산인 채권은 가치가 추락하면서 '본드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관례상 채권 투자자에 대한 보호가 주주들보다 우선돼 왔는데 이번에는 주주 가치를 일부 보전했음에도 채권 가치를 우선 소멸시키고 있어 채권 투자자들에겐 커다란 충격일 것"이라며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유럽 AT1 시장에서 나타날 것이지만 전세계 AT1 시장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한번 이슈가 불거진 이상 향후 신종자본증권의 고유 리스크인 '상각 가능 조건'에 대한 충분한 비용이 요구될 것"이라며 "신종자본증권과 같은 위험 채권 즉, 하이일드 채권 시장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안전 자산 선호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 시 고위험군 회사에 대한 투자는 축소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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