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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오르가니스트 라트리 "즉흥연주 큰 도전이지만 매우 흥미로운 일"[문화人터뷰]

등록 2023.04.29 05:30:00수정 2023.04.29 13: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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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의 내한 공연

16일 롯데콘서트홀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Son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Son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즉흥연주는 그 자리에서 작곡되며 마지막 음이 끝나면 즉시 사라집니다. 근사한 일이죠."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오르가니스트로 꼽히는 올리비에 라트리(61)는 즉흥 연주를 즐긴다. 2017년 내한 당시 관객들이 메모지에 적어낸 멜로디 중 '카톡 알림음'과 '애국가'를 골라 흥미진진한 변주를 선보인 일은 지금까지 회자된다.

라트리가 다음달 16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6년만의 내한 공연이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최연소 오르가니스트 출신인 그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오르간 거장이다. 천부적 재능과 뛰어난 기량을 가진 모험심 강한 오르가니스트로 정평이 나있다.

라트리는 공연에 앞서 뉴시스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즉흥 연주는 매번 매우 큰 도전을 필요로 할 만큼 어렵지만 나중에 청중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된다"며 "그날의 청중, 악기, 연주 주제, 순간의 분위기 등에 따라 음악이 달라진다"고 했다.  "연주회 마지막에 즉흥 연주를 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에요. 연주회 동안 이미 좋은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더 많은 영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되죠. 이번 연주는 어떨 지 두고 보시죠."

그는 오르간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다재다능함'을 꼽았다. "오래된 역사를 지닌 악기를 연주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니 이러한 악기는 최고의 스승이죠. 30년 이상 연주한 음악이 어떤 오르간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들리는 것을 발견할 때 놀라움을 금치 못해요. 전통과 진화는 함께 작용합니다."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라트리는 이번 무대에서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중 1막 서곡을 비롯해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발췌곡, 프랑크 오르간을 위한 영웅적 소품, 비도르 오르간 교향곡 제 5번 바단조 등 독일부터 프랑스에 이르는 다채로운 시대의 오르간 음악을 들려준다.

이중 '동물의 사육제'는 그의 아내인 오르가니스트 이신영이 편곡했다. "공연은 없었지만 아내가 한국인이라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여러번 한국을 찾았습니다. 이번에 선곡한 '동물의 사육제'는 아내가 편곡한 곡인데, 상당히 훌륭해서 제가 직접 연주해보고 싶었어요."

라트리는 부부 오르가니스트의 장점으로 '뒷받침'을 꼽았다. "우리는 음악에 대해 함께 토론할 수 있어요. 각자의 커리어를 가지고 있지만 함께 음악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죠."

그는 "저는 뿌리 깊은 오르간의 전통을 가진 프랑스 출신"이라며 "그래서 프랑스 작곡가인 프랑크, 생상스, 비도르의 음악을 선택한 것이고, 특히 마지막 5악장 '토카타'로 유명한 비도르의 5번 교향곡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연주되는 모든 작곡가들은 마치 음악 대가족처럼 서로 연관돼 있어요. 바그너와 리스트는 세 명의 프랑스 작곡가 모두에게 영향을 끼쳤죠."
2017년 내한 당시 관객들이 써낸 멜로디 중 즉흥연주곡을 선정하는 모습.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2017년 내한 당시 관객들이 써낸 멜로디 중 즉흥연주곡을 선정하는 모습.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에게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뿌리이자 자부심이다. "노트르담은 제 마음 뿐만 아니라 모든 프랑스인, 어쩌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것 같아요. 낮의 미사, 저녁 리허설, 공연 후 또는 하루의 강의가 끝나고 이 곳에 가곤 했어요. 여행이나 하루 일과로 지쳐 피곤한 몸으로 도착해도 이곳에 가면 완전히 활력이 넘치곤 했죠. 그 건물의 힘은 정말 감동적이에요.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이 기도한 덕분일까요?"

2019년 4월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로 불탔던 일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당시 화재에도 불구하고 오르간은 기적적으로 무사했다. 성당은 화재 발생 후 몇 달 동안 오르간을 꺼내 청소하고 복원했다. 현재는 오르간 빌더들이 다시 오르간을 설치하고 있다.

라트리는 "대성당은 2024년 12월8일에 다시 문을 열 예정이고, 첫 미사 때 오르간이 연주된다"며 "재개관 전에 보이싱(음색 조정) 작업이 먼저 이뤄질 예정이고, 당연히 그때 저희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제가 어떤 곡을 연주하게 될 지 전혀 모르겠어요. 음향 측면에서 건물이 어떻게 개선됐는지, 우리가 어떻게 느끼게 될 지 두고 봐야겠죠. 마치 즉흥연주처럼요."

"성당에서 연주할 때 저는 듣는 이들의 영혼을 위해 연주하고, 그들의 마음에 다가가고자 노력합니다. 공연장에 오는 사람들은 반드시 믿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저는 그들의 마음이 자신들의 영혼에 닿을 수 있도록 연주합니다. 와서 보세요. 들으세요.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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