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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으로 풀어낸 전통음악…국립무용단, 정구호 '산조' 재공연

등록 2023.06.01 17: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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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산조'. (사진=국립무용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무용단 '산조'. (사진=국립무용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이 2년만에 정구호 연출의 '산조'를 무대에 올린다.

오는 23~25일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산조는 전통 음악 산조에 담긴 한국적 아름다움을 춤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전통음악 산조는 다양한 장단이 모이고 흩어지는 기악 독주곡으로, 자유롭게 흩어져 '허튼가락'이라고도 불린다. 하나의 틀 안에서 자유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형식미와 즉흥성이 공존한다. 연주자의 기량에 따라 변주가 가능해 서양의 재즈에 비견되기도 한다.

국립무용단 수석단원을 거쳐 경기도무용단 상임안무가로 활동 중인 최진욱이 무용 산조의 안무를, 국립무용단 대표 흥행작 '묵향', '향연'의 연출가 정구호가 연출·무대·의상·영상 디자인을 맡았다.

이 작품은 2021년 초연 당시 객석점유율 99%를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전통과 현대, 무용과 음악의 경계를 허물며 한국무용의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한 작품으로 호평받았다.

한국 전통 기악 독주 양식인 산조 특유의 불규칙성과 즉흥성을 토대로 흩어짐과 모임의 미학을 춤과 음악, 무대 미장센으로 선보인다. 특히 '경지에 이른 연주자만이 표현할 수 있다'는 산조 음악의 다양한 장단과 기교를 평생 한국무용을 수련한 무용수들의 자유로운 흐름과 에너지로 풀어낸다.

작품은 3막 9장으로 구성된다. 1막 '중용'은 비움의 미학과 절제미를 주제로 불균형 속 평온을 유지하는 한국적 움직임을 담는다. 이어지는 2막 '극단'은 불균형 속 균형을, 3막 '중도'는 불균형마저 품어내는 새로운 균형을 표현하며 산조 양식이 지닌 궁극적인 철학을 펼쳐낸다.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한국무용의 움직임을 해체·분석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변주한다.

안무가 최진욱이 오랜 시간 체득한 깊이 있는 전통 춤사위에 현대적 감각을 더하고, 연출가 정구호가 여백의 미를 살린 특유의 그림 같은 미장센으로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돋보이게 한다.

최진욱은 느리고 절제된 춤에서 시작해 일상의 몸짓과 역동적인 군무까지 정과 동이 어우러지는 균형의 미학을 표현한다. 현대무용단 고블린파티의 임진호가 협력 안무로 참여, 기발한 발상을 더한 움직임으로 한국춤에 내재된 재치를 꺼내보인다.

전통 산조를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재해석한 음악은 '보는 춤'을 넘어 '듣는 춤'으로 관객의 청각을 사로잡는다. 직접 춤을 추며 음악을 만드는 안무가이자 음악가 김재덕과 한국인 최초 그래미상을 2회 수상한 황병준이 음악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무대다. 무대에는 전통의 철학적 본질을 상징하는 지름 6m의 대형 바위 형상의 오브제가 등장, 작품의 무게감과 깊이를 더한다. 음악적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삼각형 조형물과 원형 LED 패널은 무용수들의 속도감 있는 움직임, 의상 색 등과 대립을 이루며 산조의 불규칙성을 더욱 강조한다.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김종덕은 "산조 초연 당시 해오름극장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의 환호로 새로운 전통의 탄생을 실감했다"며 "역사 속에 고정되지 않은 살아 숨 쉬는 전통의 힘을 느낄 시간이 될 것"이라고 재공연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국립무용단은 공연에 앞서 오는 10일 오후 3시 무용단 연습실에서 직접 춤을 배우며 작품을 이해하는 '오픈 클래스'를 개최한다. 춤에 관심 있다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선착순 20명에 한해 참가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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