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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술 후 '코끼리 팔다리'…"평생 치료" 림프부종 의심[몸의경고]

등록 2023.06.11 08:01:00수정 2023.06.11 08: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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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액 배출 잘 안돼 팔·다리 '심한 부종'

손가락으로 피부 누르면 바로 안 올라와

마사지·압박치료·운동요법 등 부종 줄여

[그래픽=뉴시스] 암 수술과 방사선 치료 이후 팔·다리 등이 퉁퉁 붓는다면 림프계(노폐물이 흘러가는 통로) 순환 이상으로 인한 림프부종일 수도 있다. (그래픽= 안지혜 기자) photo@newsis.com.

[그래픽=뉴시스] 암 수술과 방사선 치료 이후 팔·다리 등이 퉁퉁 붓는다면 림프계(노폐물이 흘러가는 통로) 순환 이상으로 인한 림프부종일 수도 있다. (그래픽= 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암 수술과 방사선 치료 이후 팔, 다리 등이 퉁퉁 붓는다면 림프계(노폐물이 흘러가는 통로) 순환 이상으로 인한 림프부종일 수도 있다. 팔다리가 두꺼워져서 옷이 꽉 끼거나 손가락으로 피부를 누르면 피부가 바로 올라오지 않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림프부종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암 수술과 방사선 치료 이후 림프부종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림프부종은 전신의 말단부로부터 중심부로 림프액을 이동시키는 림프계에 손상이 생겼을 때 발생한다. 림프액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팔이나 다리에 극심한 부종을 일으키는데 심한 경우 팔다리가 코끼리처럼 퉁퉁 부어오른다.

림프부종이 생기면 침범한 부위의 둘레와 무게가 늘어난다. 팔다리가 두꺼워져 옷이 꽉 끼거나 손가락으로 피부를 누르면 깊숙히 들어가는 이유다. 피부가 딱딱해지거나 팔다리가 무거워진다. 림프종이 생긴 부위를 눌러도 가만히 있어도 아프게 된다.

초기 림프부종은 팔다리 둘레가 정상일 때와 비교해 크게 굵어지지 않을 수 있다. 비만하거나 당뇨 등이 있는 림프부종 위험군의 경우 피하층이 두꺼워지거나 뻣뻣해지면 림프부종을 의심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림프부종이 발생하는 원인은 선천성인 경우도 있지만 주로 유방암이나 난소암, 자궁경부암 등 여성암 수술 이후에 발생한다. 림프부종 환자가 대부분 여성인 이유다. 간혹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남성의 경우 림프부종이 발생하기도 한다.

유방암으로 진단되면 암 수술과 함께 림프절을 절제하는 경우가 많다.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되기 쉬워서다. 림프절을 절제하면 팔에서 올라온 림프액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팔이 붓는다. 마찬가지로 난소암이나 자궁암 수술 시 골반 벽 주위의 림프절을 많이 절제하면 다리가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 림프부종이 발생하면 초기 6개월 정도는 림프 마사지, 압박스타킹이나 붕대를 이용한 물리치료를 받는다. 절반 이상의 환자는 물리치료만으로 호전된다.

림프부종이 지속되면 세균 감염으로 팔다리가 빨갛게 붓고 열이 나는 봉와직염이 쉽게 발생한다. 봉와직염이 발생하면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자주 재발하는 경우 원인을 제대로 치료해야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방지할 수 있다.

물리치료를 6개월 이상 받아도 효과가 없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전문가들은 림프부종이 발생한 지 1년 미만인 초기 환자는 림프정맥문합술로 좋은 예후(경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뉴시스] 림프액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 팔다리가 붓는다. (사진=고려대안산병원 제공) 2023.06.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림프액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 팔다리가 붓는다. (사진=고려대안산병원 제공) 2023.06.11. [email protected].

김덕우 고려대안산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림프정맥문합술은 팔이나 다리를 지나가는 림프관을 정맥과 연결해서 막혀 있는 림프액이 정맥을 통해 빠져나가도록 유도하는 치료법"이라면서 "0.3㎜의 림프관을 연결하는 작업은 초고난도 기술이기 때문에 반드시 미세수술에 특화된 전문가들이 시행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림프부종이 1년 이상 진행되거나 증상이 심하면 림프관 자체가 파괴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림프관과 정맥을 연결해도 오히려 정맥에서 림프액을 역류시키는 현상이 생겨 림프절 이식술을 고려한다.

김 교수는 "다리에 림프부종이 심한 환자는 주로 겨드랑이 림프절을 채취해 허벅지 안쪽에 이식하고 팔에 림프부종이 심한 환자는 서혜부에서 림프절을 채취해 겨드랑이에 이식한다"며 "이때 림프절만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림프절에 연결된 혈관을 같이 채취해서 이식할 부위의 혈관에 연결해주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림프절 이식술 역시 수술현미경을 동원해 매우 작은 수술 바늘로 봉합하는 고난도의 수술이다. 평균 6시간 정도가 소요될 만큼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림프정맥문합술보다 회복시간은 더 걸리지만 림프부종이 상당히 진행된 후기에도 시행할 수 있다.

림프절 이식술로도 효과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병이 진행된 경우 림프절 이식술과 함께 지방흡입술이나 피부절제술을 병행하기도 한다. 비대해진 팔다리를 지방 흡입으로 줄여주거나 늘어진 피부를 절제하고 봉합하는 방법이다.

김 교수는 "과거 림프부종을 못 고치는 병으로 여겨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의료 기술의 발달로 수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해졌다"며 "다만 림프부종은 100%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수술 이후에도 림프 마사지, 압박 치료, 운동요법 등 꾸준한 관리를 통해 부종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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