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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국가 '갑질', 현대건설 '블랙리스트' 올려 수주 막아

등록 2017.02.17 17: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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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인 KOC(Kuwait Oil Company)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정상적인 수주를 막는 '갑질'을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중동 발주처들이 저유가로 인해 자금 압박이 크다보니 시공사의 설계 변경 요청도 들어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작업을 지시한 뒤 공사 대금을 안 주려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분쟁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톰슨로이터 등 외신 등에 따르면, KOC는 최근 자사 계약을 위반한 50개 현지 및 외국 기업 블랙리스트 명단을 발표하고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블랙리스트에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해 독일 태양 에너지 장비업체인 위트솔라(Witt Solar AG), 쿠웨이트의 ABJ엔지니어링, 유전 관련 업체인 알-아브라즈 홀딩스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아랍계 일간지 알 라이(Alicai) 보도에 의하면 KOC는 최근 중앙 텐더위원회(Tender Committee)와 쿠웨이트 석유 회사 입찰위원회가 발표한 새로운 계약 규칙이 나옴에 따라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자말 자파르(Jamal Jaafar) KOC 최고경영자(CEO)는 "50개 업체가 사업가 과실이나 지연 등 계약 위반을 한 사실이 발견된 뒤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면서 "이들이 위반 사항을 적절하게 시정하고 계약 조건을 충족할 때 관계를 정상으로 되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건설 측은 이러한 KOC 결정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대건설이 이전 사업장에서 손실을 본 것에 대해 소송 등 클레임을 걸자 이를 빌미로 블랙리스트에 올려 수주 활동을 제약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현대건설은 지난 2010년 KOC로부터 수주한 14억585만달러 규모 '오일 및 가스 파이프라인 설치공사'에서 대규모 준공 손실이 발생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2014년 해당 사업을 준공했는데 발주처에서 지속적으로 워크오더가 내려와 사업을 계속 진행해야 했다.  그러나 끝내 돈을 주지 않아 600억원 이상의 추가 손실을 떠안고 말았다"면서 "블랙리스트에서 빠지고 싶으면 소송을 취하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클레임을 중단할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현대건설이 현지에서 수주 활동을 하는 것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OC는 쿠웨이트 정부가 지분 100%를 소유한 자국 내 가장 큰 석유회사인 쿠웨이트 에너지국 산하 쿠웨이트석유공사(KPC)의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일이 기존 사업장이나 향후 수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동 발주처의 갑질이 심해지는 상황이라 장기적으로는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해 삼성물산도 카타르 철도공사(QRC)가 발주한 14억 달러 규모의 지하철 역사 건설 프로젝트 계약을공정률 40%를 넘긴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해지를 당하면서 중동 지역 사업 진행에서 심한 압박을 받았다. 발주처가 해온 계약 조건에 어긋나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탓이다. 

 해외 수주 시장에서 건설사와 발주처와의 관계 형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나 을의 위치에 있는 국내 건설사 입장에서는 발주처와 의견 조율이 실패해도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삼성물산도 일방적 계약해지에 대해 법적 절차를 통해 QRC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현지 발주처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 섣불리 행동에 나서지 못했다.

 이와 달리 현대건설의 경우 소송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자 '블랙리스트' 작성 등을 통해 수주 활동을 제약해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중동 국가가 저유가로 사정이 어려운 형편이다 보니 대금 지연, 블랙리스트 작성 등 갑질을 하고 있다"면서 "여전히 중동 지역은 사업의 리스크가 상당한 지역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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