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인터뷰]송재정 "우리나라 제작진, 참 훌륭"···알함브라 작가
극작가 송재정
“주위에서 ‘소재를 어디서 찾았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면서 “스토리가 나온 과정을 말하면 정말 허접하다”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 동안 타임슬립을 많이 다뤄 소재를 찾는 데 방황했다. 당시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 열풍이 일어 여의도 광장에서 직접 다운받아 해보고 눈이 번쩍 띄었다. 원래 게임을 좋아했지만, 엄청난 자본을 들이지 않는 한 현실 구현이 어려워 소재로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포켓몬고처럼 일상에서 아이템만 CG로 처리하면 가능하겠다 싶었다.”
송 작가는 2016년 ‘더블유’(W) 종방 후 ‘인현왕후의 남자’(2012),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2013)을 잇는 타임슬립 3부작을 기획했다. 미래에서 현재로 온 남자 ‘유진우’가 호텔에서 낯선 자의 총을 맞고 시작되는 스토리 라인도 정해져 있었다. ‘포켓몬고’를 접한 뒤 타임슬립 소재를 과감히 포기했다. ‘유진우’ 캐릭터는 그대로 두고, AR과 게임만 결합했다.
현빈(왼쪽), 박신혜
배우 현빈(37)과 박신혜(29)를 만나 빛을 발했다. 처음부터 ‘진우’ 역으로 현빈을 염두에 둔 건 아니다. 하지만 재벌에 액션, 멜로까지 소화할 연기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현빈 밖에 없었단다. “기대 이상으로 소화해줘 감동 받았다”며 고마워했다.
반면, 박신혜는 현빈보다 비중이 작고 캐릭터 성격도 능동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희주’와 ‘엠마’ 1인2역을 맡아 다채로운 매력을 뽐냈다. “내 작품의 여배우 비중이 작은 건 장르적 특성”이라면서 “6~8회에서 보여준 박신혜씨의 깊은 멜로 연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껏 본 적 없는 모습이다. 15~16회에서 ‘엠마’의 역할을 기대해 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르물에 멜로를 녹이기가 쉽지 않았다며 “원래 ‘진우’는 더 피폐하고 시니컬했다. 처음에 ‘희주’는 영화 ‘레옹’(감독 뤽 베송·1995) 속 마틸다와 같은 역할로 설정했다. 진우가 모든 걸 잃은 피폐한 상태에서 만난 희주는 구원자 같은 역할이었다”고 귀띔했다. “우정과 사랑을 넘나드는 관계를 생각했는데 현빈, 박신혜씨의 미모가 너무 아까웠다. 스토리 구조를 망가뜨리지 않는 선에서 멜로를 넣으려니까 힘들었다. 시청자들이 멜로가 너무 적다고 불만을 가지는데, 처음보다는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진우’의 시선에서 직접 경험하듯 게임을 보여주는 안길호 PD의 감감적인 연출도 한몫 했다. 자신과 “머릿속에 똑같은 그림을 그린 안 PD 덕분에 대본보다 퀄리티 높은 그림이 나왔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하지만 과도한 간접광고(PPL)는 시청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토레타 음료, 카누 커피, 스와로브스키 귀걸이, 마몽드 립스틱 등이다.
“PPL은 할 말이 없다. 13회에서 PPL 홍수가 났을 때 기사에 댓글이 많이 달렸더라. ‘이 커피 정말 맛있어!’라는 식상한 멘트는 쓰기 싫었다. 작가팀이 PPL을 게임 아이템으로 녹이자고 기획한 뒤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더 튀더라. 그래도 나름대로 새로운 방향의 PPL을 제시했고, 제작비와 잘 타협했다고 생각한다. 광고회사에서 성공적인 PPL 사례로 꼽는다고 하더라. 하하.”
시트콤은 드라마와 달리 캐릭터는 계속 이어지지만, 20~30분 동안 짧은 에피소드가 펼쳐지고 매회 완결되는 특징이 있다. 송 작가는 이 습관 때문에 16부작 드라마를 쓰면 “한 회 한 회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기분으로 16개의 엔딩을 만들고 이어 붙인다”며 “미니시리즈 보다 시즌물이 더 맞는 같다”고 털어놓았다.
송 작가는 학창시절 ‘눈에 띄지 않는 학생이었다’고 돌아봤다. 교실 뒤편에 조용히 앉아서 공부는 안 하고 “만화책 읽고 게임하는 걸 좋아했다”며 추억에 젖었다. 소설 등 스토리텔링이 있는 책보다 인물평전, 인문서, 잡지 등을 즐겨 본다고 귀띔했다. 자신의 작품은 ‘아이언맨’, ‘베트맨’, ‘스파이더맨’처럼 “영웅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짚었다.
“내가 이런 얘기를 쓸 줄은 몰랐다. 호기심을 쫓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처음에 증강현실과 게임을 소재로 삼는게 겁 났는데, ‘알함브라’를 통해 ‘우리나라 제작진이 이렇게 훌륭하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 시도만 하고 버리는 건 아깝지 않느냐. 이제 진짜 제대로 해보고 싶다. 한 번 시작하면 질릴 때까지 하는 성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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