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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화의 기술유용 '법정 투쟁 6년'…정형찬 대표

등록 2022.01.27 06:30:00수정 2022.02.03 14: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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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한화의 사훈 '신용과 의리'. 난 그걸 믿었다"
"목숨 걸고 했기에 분통…기회비용 가장 큰 손실"
"기술탈취 대수롭지 않은 대기업 인식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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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최근 한화와의 기술유용 관련 소송 항소심에서 부분 승소한 에스제이이노테크 정형찬 대표이사가 24일 서울 강서구 경청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1.2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한화의 사훈 '신용과 의리' 멋지지 않나. 진짜 난 그걸 믿었다. 근데 그 믿음에 대한 결과는 6년간의 기나긴 투쟁과 앞으로도 몇년이 될 지 모를 법정 싸움이다."

정형찬 에스제이이노테크 대표는 지난 24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2심 판결을 받은 한화의 기술유용 관련 민사 소송의 소회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사건의 발단은 10여년 전에 시작됐다. 당시는 국내 태양광 산업의 태동기이자, 한화가 태양광을 차세대 먹거리로 선언하면서 대대적인 투자에 들어가는 시점이었다. 양사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태양광 설비제조에 관해 '상생' 명목이 들어간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간동안 에스제이이노테크는 한화에 태양광 셸에 금속피막을 입히는 '메탈리제이션' 공정의 샘플을 공급했다. 하지만 2015년 한화의 태양광 1차 라인 구축 시 에스제이이노테크의 공정은 채택되지 않았다. 한화가 '자체 개발' 했다고 주장하는 장비로 대체된 것이다.

그는 "한화와는 거래 관계가 그때 샘플 공급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한화를 통해 일부 이익이라도 봤으면 됐다 '똥밟았다고 치자' 할 수 있겠지만, 상생 합의서 한 장 믿고 온갖 것들 도와주고 끝이었다"며 "개발도상국에서도 샘플 하나 가져와라 해서 홀랑 베끼는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의 대기업 한화가 그런 작당을 한 것"이라며 분개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해당 공정은 당시 국내에 전무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단 4개 기업만 제각각 오랜 기간 개발한 독자 기술로 승부하는 분야였다. 에스제이이노테크는 2007년부터 기존의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투입해 1세대, 2세대를 거쳐 정부의 연구·개발(R&D) 국책 과제를 통해 3세대 장비를 완성했다.

정 대표는 "국내 대기업 계열사나 중견기업 같은 곳에서 만들고 있었던 기술이면 덜 억울하다. 기존에 양산해서 이익을 좀 내고 하던 걸 가지고 간 거면 말도 안 했을 것"이라며 "국내에서 신재생 에너지라는 개념도 생소한 시기에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방향이라고 설정하고 영업익 탈탈 털어가며 진짜 목숨 걸고 했기에 더 억울하고 분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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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최근 한화와의 기술유용 관련 소송 항소심에서 부분 승소한 에스제이이노테크 정형찬 대표이사가 24일 서울 강서구 경청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1.27. chocrystal@newsis.com


정 대표가 처음 재판에 나설 때 가장 큰 애로는 변호사 선임이었다. 사건을 받아 본 변호사들이 "이거 안 된다"며 먼저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는 "내용을 파악하고 나서는 다들 자기네는 힘들다, 포기한다고 했다. 서울고법 부장 판사·검사 출신 등 몇군데나 소개를 받았는데도 결국에 다 포기하더라"고 했다.

1심 결과는 참패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2심부터는 달랐다. 재단법인 경청의 무료 법률 지원과 함께 공익에 뜻을 같이하는 법률 대리인단, 특허법인을 비롯한 학계, 기술 전문가 등의 지원을 받게 됐다. 그는 "전문가마다 기술, 법리 등 특화된 분야가 있다보니 분업화했고, 하나의 주제를 두고 이슈가 있을 때 마다 영상회의를 열어서 의견을 취합했다. 그런 부분들이 2심에서 일부승소라도 받아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양사의 2심 재판부는 매뉴얼 첨부도면에 대해 한화의 기술유용 일부를 인정하며 '징벌적 손해배상 2배' 판결을 내렸다. 정 대표는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기술 유용 관련 민사 소송에서 중소기업이 일부라도 승소한 것은 처음인 만큼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여기면서도, 못내 드는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는 "민사 소송만 한 게 아니고 형사 소송과 공정위 제소도 같이 진행했다. 2019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한화에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이들이 3년 넘게 조사한 방대한 근거를 재판부에 제출할 수 없었다"며 "공무원법상 공무원이 공무수행으로 취득한 자료를 제3자에게 누설하면 안된다는 항목 때문이다. 당사자인 제가 왜 제3자인지도 모르겠고, 재판에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었을텐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사건을 아는 주변에서는 왜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하지 않았냐는 반응도 나왔다. 정 대표는 "미국에서는 특허법 위반 손해배상 사건의 경우 가해 기업에 사업을 포기해야 될 정도로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을 부과한다"며 "2심 재판부의 판결을 감지덕지하면서도 한층 폭넓게 인정해주지 않은 점은 아쉬운 측면이 있다. 대법에서는 2심에서 인용되지 않은 부분을 강하게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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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최근 한화와의 기술유용 관련 소송 항소심에서 부분 승소한 에스제이이노테크 정형찬 대표이사가 24일 서울 강서구 경청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1.27. chocrystal@newsis.com


정 대표는 국내 대기업들이 협력사 기술탈취에 대해 "정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봤다. 정 대표는 이 같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힘든 싸움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이번에 부과된 손배 금액은 한화가 우리 것을 그대로 만들어서 계열사에 납품한 가격의 1%도 안된다"며 "이 소송이 잘못되면 고생해서 개발하지 말고 베끼면 된다. 안 걸리면 다행, 소송에서 이기면 끝. 지더라도 1%만 주면 된다는 인식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같은 대기업들의 인식 개선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기업들이 법망을 빠져나갈 새로운 방법을 자꾸 찾는다. 그것보단 의식이 바뀌어야한다"며 "자기네가 힘들고 귀찮고 난해하게 생각하는 것 다 중소기업이 하지 않나. 거기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주면 된다. 중소기업이 살면 곧 대한민국의 경제가 살고 일자리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소송을 통해 '기회비용'을 놓친 점을 가장 큰 손실로 여겼다. 그는 "소송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전담 법무팀도 있고 하지만 중소기업은 소송이 장기화되면 대표가 사업에 올인하지 못하면서 존립 자체가 문제가 된다"며 "회사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시간에 많은 것들을 놓쳤다고 본다. 특히 도전의식이 꺾인 게 가장 크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향후 진행될 재판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양사의 재판은 한화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넘겨졌다. 또 다시 몇년이 걸릴지 모르는 싸움을 지속해야 한다. 그는 "제 판례가 선례가 돼서 비슷한 일을 겪은 많은 중소기업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이미 시간은 포기한 지 오래다. 시간적 손해를 금전적 손해가 있더라도 끝까지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ymmn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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