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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른도 어리광 부릴 수 있는 곳…써클 하우스"

등록 2022.05.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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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클하우스, 편하게 자기 이야기 털어놓는 곳

한가인 첫 고정 예능 "솔직하고 털털해"

"10회 안에 고민 다 담을 수 없어 아쉬워"

"부담감보다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 만들고 싶어"

다르면서도 공감대 있는 방송이 목표

[서울=뉴시스] '써클 하우스' 이세영 PD. 2022.05.03. (사진=SBS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써클 하우스' 이세영 PD. 2022.05.03. (사진=SBS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은해 기자 =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난달 28일 종영한 SBS TV 예능물 '써클 하우스'는 위로가 필요한 이 시대의 청춘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직장 생활, 첫째와 둘째, MZ세대, 요즘 결혼과 소수자들, 엄마 등 다양한 주제로 고민을 나누고 위로를 전했다. 연출을 맡은 이세영 PD는 어른들도 어리광 부릴 수 있는 방송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평가받는 것이 익숙한 사회 분위기 속, 서로 재단하지 않고 대화하고 싶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써클 하우스를 찾은 이들이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보람을 느꼈다. 하루 만에 모든 고민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중심을 잡고 가수 이승기와 배우 한가인, 방송인 노홍철과 댄서 리정이 힘을 보탰다. 써클 하우스는 한가인의 데뷔 후 첫 고정 예능으로 화제가 됐다. 2018년 드라마 '미스트리스' 이후 육아에 집중해온 그가 4년 만에 시청자들과 다시 만났다. 매회 진심 어린 조언과 깊은 공감, 적극적인 리액션을 보여줬다. 이 PD는 "한가인 씨가 신비주의, 국민 첫사랑, 우아함, 단아함 이런 이미지를 가진 배우인데 실제로는 굉장히 솔직하고 털털하다"고 운을 뗐다.

"사석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고민 상담을 잘해준다고 들었어요. 실제로 만났는데 정말 재밌고 매력적인 사람이었어요. 바로 같이 프로그램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다행히 한가인 씨가 방송 취지에 깊이 공감했고, 오은영 선생님의 팬이었어요. 무엇보다 이렇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본인에게도 정말 필요하다고 했어요. 육아만 하다 보니 대화를 나누고 싶다더라고요. 촬영하러 오는 날만 기다린다고 했어요."

제작진이 출연진 섭외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얼마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는가'였다. 다른 사람들의 사연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꺼내기는 쉽지 않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고, 경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어야 했다. 이 PD는 "이승기 씨와 '집사부일체'라는 프로그램을 함께하면서 그런 면을 많이 봤다. 노홍철 씨는 호기심이 정말 많고, SNS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도 자유롭게 소통하는 분이다. 리정 씨는 소신이 있고 사고가 유연하다.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이야기나누기를 원하는 사람들로 모았다"고 설명했다.

"오은영 선생님은 박사님이라는 호칭이 익숙한 분이에요. 리정 씨 아버님이 오 선생님과 무척 친해서 리정 씨는 고모라고 부르더라고요. 덕분에 출연진도 좀 더 편한 분위기에서 촬영했어요. 써클 하우스에서만큼은 박사님과 상담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어른 대 어른으로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했어요. 오 선생님과 막내 리정 씨가 정말 고모와 조카처럼 친근한 분위기가 있어 가능했어요."

약 두 달간 10부작 방송을 마무리한 시점. MZ세대들이 겪는 현실적 고민을 나눈다는 처음 기획 의도를 얼마나 구현했을까. 이 PD는 10회 안에 다 담을 수 없는 고민과 사연이 많아 아쉽다고 했다. "'방송 주제를 더 사회적인 현상에 접목해야 할까'라는 생각도 했다. 현실성 떨어지는 것보다는 20~30대가 매일매일 겪고 생각하는 생활 밀착형 고민을 다루고 싶었다. 만드는 사람의 욕심일 수 있지만 요즘 세대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송이었으면 했다"고 털어놨다.
[서울=뉴시스] '써클 하우스' 이세영 PD. 2022.05.03. (사진=SBS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써클 하우스' 이세영 PD. 2022.05.03. (사진=SBS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오은영 박사는 채널 A '금쪽같은 내 새끼' '금쪽 상담소' MBC '오은영 리포트' 등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써클 하우스 역시 오 박사와 함께 고민을 나누고 해결책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론칭한 오 박사의 상담 방송과 써클 하우스만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이 PD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환경이라고 했다.

"같은 고민이 있으면 좀 더 쉽게 속내를 털어놓잖아요.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키워드 고민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공감대를 형성했어요. 오 선생님이 누군가를 상담해주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수평적, 쌍방향으로 각자 가진 고민을 털어놔요. 문제가 있는 사람만 상담을 받지 않아요. 누구나 평소에 가진 생각과 품고 있는 고민을 서로 나눴어요. 그 과정에서 다들 정말 큰 위로를 받고 돌아갔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은 집착하는 엄마와 힘들어하는 딸의 이야기였다. 10회에 출연한 가수 코코는 엄마의 과보호와 감시 때문에 갑갑하다고 호소했다. 알고 보니 엄마는 홀로 코코를 키우면서 딸을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이 심해졌다. 오 박사는 "자식과 부모는 함께 있을 때 편안해야 한다. 자식이 성장하면서 부모도 같이 성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송 후 코코 어머니가 보내온 문자에 이 PD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방송 후 코코 어머니가 제작진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딸과 자신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잘 출연했다고요. 오히려 방송 보고 나서 우리 딸이 이렇게 효녀인 줄 몰랐다고, 본인도 더 노력한다고 했어요. 녹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 편하게 이야기 나누면서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데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런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어 뿌듯했어요."

써클 하우스는 이 PD가 '집사부일체'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부담감보다는 의미 있는 방송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는 "요즘 정말 잘 만든 콘텐츠가 많다. 그 안에서 시청자들에게 선택받아야 한다. 우리 프로그램이 봐야 할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며 "진지하고 교양 있는 것, 정말 재미있는 것도 방송을 봐야 할 의미 중 하나다. 끝나고 생각할 거리가 남거나 유용한 정보를 주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써클 하우스가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콘텐츠를 열심히 만들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가장 중요한 건 '다름'이에요. 이 콘텐츠를 봐야 할 의미가 있어야 해요. 결국 똑같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죠. 물론 다름의 기준은 다양해요. 화려한 출연진이나 독특한 소재도 그중 하나겠죠. 다르게 만드는 것은 기본, 그러면서도 공감대가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제 목표예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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