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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령 저지아일랜드 러 부호 아브라모비치 재산 9조원 가량 동결

등록 2022.05.25 12: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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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1970년대 유럽 각국 세금 도피처로 금융자산 몰린 곳
이후 각국 단속 심해지면서 아브라모비치 고객 유치
러 우크라 침공으로 제재대상된 뒤 자금 조사 나서
이곳 회사들 아브라모비치 부동산·요트 등 자산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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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테보리(스웨덴)=AP/뉴시스]2021년 5월16일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FC 바르셀로나와의 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관전하고 있다. 아브라모비치는 2일(현지시간) 러시아인들을 겨냥한 금융 제재의 위협에 직면, 영국 프리미어 리그 소속 첼시 구단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2022.3.3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영국과 프랑스 사이 바다에 있는 영국령 작은 섬 저지 아일랜드는 부호들의 세금도피처로 유명하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지역 당국은 오명을 씻고 합법적인 금융센터로 탈바꿈하려고 노력해왔다. 덕분에 갈수록 평판이 나빠지고 있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나 케이먼군도 등지의 자금 수십억 달러가 유입되기도 했다. 그중 일부가 러시아 부호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재산이다. 저지아일랜드는 그에게 영주권을 제공했으며 이곳에는 그를 자문하는 사람도 여럿이 거주한다.

그러나 지난달 저지아일랜드는 아브라모비치와 관련된 자금 70억달러(약 8조8522억원) 이상을 동결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 때문이다. 저지아일랜드 당국자들은 아브라모비치가 영국의 제재를 빠져나가도록 도운 협력자와 아브라모비치가 1990년대 러시아에서 석유회사를 사는 과정에 대한 조사까지 벌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조사는 아직 초기단계며 정식 조사도 시작되지 않아 현재 기소된 사람은 없다.
  
프랑스 북부 해안에서 가까운 저지아일랜드는 영국 왕실을 국가수반으로 하는 자치령이다. 영국보다는 프랑스 풍경에 가깝고 낮은 세금과 암소와 감자로 유명한 관광지다.

아브라모비치가 이곳에 의탁한 자금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 저지아일랜드가 금융도피처가 된 것은 13세기 영국 왕실에 충성을 서약하는 대신 영국에 합병되지 않은 과정과 관련이 있다. 스스로 법령을 제정할 수 있게 되면서 영국 고위층들에게 무비자 여행 등 특혜를 제공했다.

농업 중심의 경제가 금융중심지로 거듭난 것은 1970년대부터다. 영국 등 여러 나라의 부자들이 높은 세금을 피해 이곳으로 자산을 옮겼기 때문이다. 119 평방km 넓이의 이 섬에 기탁된 자산이 약 1조7000억달러(약 2149조원)에 달해 금융부문이 저지아일랜드 경제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영국과 유럽 각국의 세금 회피 단속이 강화되면서 저지아일랜드는 먼 지역의 고객을 모색하게 됐고 아브라모비치가 고객이 됐다.

아브라모비치는 2005년 자신 소유의 석유회사 시브네프트를 러시아국영 가즈프롬사에 130억달러(약 16조4307억원)에 팔았다. 아브라모비치는 1990년대 말 자신과 가족들의 재산을 리히텐슈타인 재단에 맡겼다가 키프러스 신탁으로 옮겼다가 다시 저지아일랜드로 옮겼다.

저지아일랜드는 낮은 세율과 함께 금융규제가 영국에 근접할 정도로 잘 이뤄진다는 점에서 유리했다. 이곳을 거쳐 투자하는 자금에 대해 투자대상들이 경계심을 갖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아브라모비치의 재산을 관리하는 세인트헬리어 주재 제드라 트러스트사는 바클레이즈 유한회사로부터 신탁업무를 인수하면서 아브라모비치를 고객으로 삼게 됐다. 이어 몇 달 뒤 밀하우스 캐피털사가 저지아일랜드 사무소를 설립하고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아브라모비치 재산을 이곳으로 옮겼다.

아브라모비치는 철저한 점검을 받았으나 당시는 제재를 받지 않았고 첼시 구단주로서 영국 비자를 갖고 있다는 점이 도움이 됐다.

2018년 저지아일랜드 당국이 아브라모비치에게 영주권을 부여했으나 이곳 주민들이 반발했다. 도덕성 때문이 아니라 치안 문제 때문이었다. 그해 영국 남부에서 러시아 스파이 독살사건이 발생했었다. 아브라모비치는 저지아일랜드의 영주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아브라모비치를 돕는 캐나다 회계사 유진 테넨바움이 저지아일랜드에 정착했다. 그가 운영하는 작은 회사가 아브라모비치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아브라모비치는 첼시구단의 부채 19억달러(약 2조4012억원)를 저지아일랜드의 회사로 이관했다. 저지아일랜드의 아브라모비치 회사들이 그의 부동산, 헬리콥터, 호화요트 소유주로 돼 있다.

영국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 일환으로 아브라모비치를 제재하면서 저지아일랜드도 뒤따르고 있다. 아브라모비치와 자금관리인 테넨바움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으며 저지아일랜드 당국은 아브라모비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그의 자산을 동결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이뤄진 송금 사례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며 제재 회피 행동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테넨바움이 어빙턴투자사를 인수했다. 저지아일랜드에 등기된 헬스빌투자사를 통해 아브라모비치의 투자를 대행하는 회사였다. 테넨바움은 현재는 이 회사의 소유주가 아니다. 테넨바움은 회사 인수를 포기했다면서 아브라모비치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고 있다.

이안 고스트 저지아일랜드 대외관계 및 금융서비스 장관은 강력한 법 집행으로 저지아일랜드의 평판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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