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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라자팍사를 받아줄지 의문…자칫 국제미아 될 수도

등록 2022.07.15 11:28:59수정 2022.07.15 15: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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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팍사 대통령, 전날 사우디 항공 통해 싱가포르 입국

싱가포르, '개인 자격' 방문 강조…망명 신청·허용 모두 부인

도피처로 두바이, 몰디브, 싱가포르, 사우디 등 거론…다음은?

[콜롬보(스리랑카)=AP/뉴시스]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 자료사진. 2022.07.14.

[콜롬보(스리랑카)=AP/뉴시스]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 자료사진. 2022.07.14.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국가 경제 붕괴 속에 반정부 시위대를 피해 해외로 도피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도착했지만 망명 허용 가능성이 낮다고 BBC 등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라자팍사는 스리랑카에서 몰디브를 거쳐 싱가포르로 넘어오기까지 잠행을 이어왔다.

9일 라자팍사와 그의 아내 이오마 라자팍사는 콜롬보 항구 앞바다에 정박된 해군 함정에 승선하는 모습이 담긴 바이럴 동영상(viral video)이 인터넷상에 확산되기도 했다.

12일에는 라자팍사가 두바이로 도주하기 위해 전용기를 타려다 콜롬보의 한 공항에서 현지 이민국 관리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그는 보안상의 이유로 일반 공동 출입구를 이용하도록 요구받았다.

13일 라자팍사는 스리랑카에서 공군 군용기를 타고 몰디브로 도피했다. 다음 날인 14일 라자팍사는 몰디브를 떠나 싱가포르로 이동했다. 다만 싱가포르 외무부는 라자팍사가 입국했지만 망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서울=뉴시스]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 내외을 태운 사우디아항공 보잉 787 드림라이너가 14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모습.(사진출처: CNN) 2022.07.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 내외을 태운 사우디아항공 보잉 787 드림라이너가 14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모습.(사진출처: CNN) 2022.07.15.
 *재판매 및 DB 금지


문제는 라자팍사가 머물 곳이 있느냐는 것이다.

라자팍사는 14일 저녁 사우디 아라비아 국적기를 이용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여전히 중동으로 가는 길의 경유지인지, 동남아 섬에 머물 생각인지, 만약 있다면 얼마나 오래 머물지는 불분명하다. BBC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가 라자팍사의 장기 체류를 허용할지는 의문이라고 한다.

아시아의 부유한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는 과거 떼인 세인 전 미얀마 대통령, 로버트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 그리고 김정은과 같은 논란이 많은 인물들에게 병원 입원이나 회담 장소 등을 제공한 적은 있지만, 라자팍사를 장기간 은둔시키는 것은 싱가포르 정부가 넘지 않을 선이라고 한다고 BBC는 보도했다.

라자팍사 친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을 겸임하던 시절 라자팍사는 마힌다 정권 하에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국방부 차관을 지냈다.

라자팍사 형제는 25년 간 이어온 스리랑카 내전을 2009년 승리로 이끌었지만 종전 마무리 단계에서 유엔은 정부군과 반군 양측 모두를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실제로 타밀 타이거 반군 조직원 상당수가 백기를 흔드는 와중에도 살해·구금됐고 라자팍사 형제에게 반기를 든 사업가와 언론인, 활동가 등이 실종됐다.

라자팍사는 전범으로 기소돼 현재 전 세계의 집중적인 조사를 받고 있으며, 스리랑카의 국가 경제가 붕괴되는 동안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받을 국제적 비난은 그만한 가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라자팍사를 받아들일 경우, 싱가포르 당국이 최근 몇 년 동안 목소리가 더 거세진 국민들의 반발과 씨름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 따를 수 있다.

싱가포르에는 또한 상당한 수의 타밀(Tamil) 인구가 있으며, 그들 중 일부는 스리랑카 혈통이다. 라자팍사는 국방장관으로 재임하는 동안 치른 내전에서 수만명의 타밀족 민간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싱가포르의 많은 타밀 출신 사람들은 라자팍사의 존재에 격노할 것이고, 이는 결국 당국이 공들여 유지해 온 평화를 뒤흔들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라자팍사가 싱가포르에 더 오래 머물수록, 당국에게는 더 큰 골칫거리가 된다. 싱가포르 당국에선 차라리 없애고 싶은 두통일 수 있다고 BBC는 전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라자팍사는 두바이, 몰디브, 싱가포르, 사우디 등으로 도피를 시도했거나 망명을 타진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라자팍사를 받아들일 국가는 나오지 않고 있다.

라자팍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로 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아니다.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일부 외신 보도들은 라자팍사가 싱가포르에 남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다른 외신들은 그가 실제로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로 향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그의 비자 요청은 UAE에 의해 거부되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라자팍사와 그의 가족은 불현듯 1998년 미국으로 이주한 적 있다. 하지만 라자팍사는 스리랑카가 외국인의 대통령 출마를 금지함에 따라 2019년 선거를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이제는 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게 됐다.

일부 외신은 스리랑카 국민들이 "고타 고 홈(Gota Go Home)"을 외치는 동안 라자팍사는 '다른 집'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조롱했다. 만약 라자팍사가 다른 집을 찾지 못하면 자칫 국제미아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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