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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③"건강보험 강화 필요…비용 아닌 인간존엄 문제"

등록 2023.01.25 05:02:00수정 2023.02.13 10:4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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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 인권 기본 생명권 강화하려면

중환자 대상 건강보험 보장 강화해야

비급여 진료 항목 늘어 건보 보장률↓

뇌혈관·심장질환 산정특례 적용기간

수술 후 30일…장기 치료·재활 한계

포퓰리즘 기반 급여 확대 지양해야

[서울=뉴시스]중환자 인권의 기본인 생명권을 강화하려면 중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 (사진= 뉴시스DB) 2023.01.2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중환자 인권의 기본인 생명권을 강화하려면 중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 (사진= 뉴시스DB) 2023.01.2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중환자 인권의 기본인 생명권을 강화하려면 중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 확대, 수술 후 장기적인 치료나 재활이 어려운 일부 중증 질환 등으로 인해 건강보험 보장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2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건강보험 가입자가 지출한 모든 의료비 중 건강보험 부담금 비중을 의미하는 '건강보험 보장률'이 지난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10일 2021년 환자들의 진료비를 분석한 결과 총 진료비는 전년(102조8000억 원) 대비 8.1% 늘어난 111조1000억원이고 이 중 보험자 부담금은 71조6000억 원이여서 건강보험 보장률은 64.5%로 집계됐다. 의료비가 100만 원 나왔다면 이 중 약 65만 원을 건강보험으로 보장 받았다는 뜻이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년보다 0.8%포인트 감소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보장률(2021년 74%)을 9.5%포인트 밑돌았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떨어진 것은 건강보험 재정이 증가했지만, 건강보험 보장 진료 항목이 서서히 늘어나는 동안 새로운 의료서비스와 기술이 시장에 진입해 비급여 진료 항목이 매우 빠르게 증가해서다. 비급여 진료비는 환자가 전액 부담한다. 진료비도 병원이 자체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그만큼 중환자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개한 2021년 건강보험 재정 현황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2조8229억 원 늘어 누적 적립금은 20조2410억 원이다. 하지만 2021년 비급여 부담률은 총 진료비 111조1000억원 가운데 비급여 진료비가 17조3000억 원으로 추정돼 15.2%에서 15.6%로 0.4%포인트 증가했다.

노무현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비급여 진료비를 통제해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 통제는 과잉진료를 유발한다며 건강보험 보장 수준을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후퇴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지난 정부에서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할 경우 의료기관이 다른 비급여 진료를 늘리는 '풍선효과'로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이 실패한 것도 비급여 진료를 상시 모니터링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기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뇌혈관·심장질환자는 산정특례가 5년간 적용되는 암과 달리 수술 후 30일로 짧아 장기 치료와 재활에 한계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정특례란 건강보험이 적용돼도 진료비가 매우 비싸 많은 본인 부담금을 내야 하는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이 병원을 이용할 때 본인 부담비용을 10%로 크게 낮춰주는 제도다. 보통 대학병원 외래 환자는 진료비의 6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서울=뉴시스]뇌혈관·심장질환자는 산정특례가 5년간 적용되는 암과 달리 수술 후 30일로 짧아 장기 치료와 재활에 한계가 있다. (그래픽= 안지혜 기자) 2023.01.21.

[서울=뉴시스]뇌혈관·심장질환자는 산정특례가 5년간 적용되는 암과 달리 수술 후 30일로 짧아 장기 치료와 재활에 한계가 있다. (그래픽= 안지혜 기자) 2023.01.21.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교수는 "현재 치료 중심인 건강보험 급여(건강보험 적용) 구조를 건강 증진, 재활, 호스피스·완화의료(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에게 전문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등을 포괄하도록 확대해 환자들이 사회에 원활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중환자가 재활치료까지 순조롭게 받아 사회에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면 의료 정보화를 기반으로 병원간 협진, 진료기록 공유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병원에 흩어진 진료기록이나 건강정보를 스마트폰에서 조회하고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인 '의료 마이데이터', 환자 진료 연속성 개선을 위한 '병·의원 전자의무기록 표준화 지원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이 아닌 질병부담이 큰 질환부터 급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질병부담이란 특정 질환으로 인한 조기 사망이나 장애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나타내는 지표다.

권 교수는 "정부는 사회적 이슈가 되는 중증·고비용 질환과 관련된 의료 비용을 우선 보장해 주는 정책을 펴왔다"면서 "정책의 혜택을 받는 특정 질환 환자들을 빠르게 정책 옹호자로 만들 수 있지만, 문제점도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암 보장 강화 정책은 저소득층 중증 질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였지만, 비용 부담이 동일하게 큰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정책 대상 질환에 포함되지 않으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간질환 환자 모임인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는 "폐렴은 암, 심장질환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3위 질환이지만,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질환)이 아니여서 산정특례를 적용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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