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하늘 "승부욕 없어…운 좋아 잘 된 거죠"
영화 '30일'서 이혼 앞둔 정열 역
코미디 연기 특화 "차별점 안 둬"
정소민과 '스물' 이후 8년만 호흡
"애드리브로 살 붙여…편한 웃음"
[서울=뉴시스] 배우 강하늘. (사진=티에이치컴퍼니 제공) 2023.09.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배우 강하늘(33)은 진중한 모습이었다가 한없이 찌질해지고, 훈훈하게 웃다가도 섬뜩한 미소로 깜짝 놀라게 한다. 한 가지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에 이입하며 만든 배우의 얼굴이다. 코미디 연기를 할 때면 다채로움이 극대화된다. 표정 하나, 말투 하나로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면서도 잘생김을 놓치지 않는다.
영화 '30일'은 그런 강하늘의 장점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영화는 여자친구의 결혼식 날 술을 퍼부어 마시는 남자 정열(강하늘), 그런 남자를 기다리다 못해 버진로드를 걷기 전 뛰쳐나온 여자 나라(정소민)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두 사람은 사랑을 재확인하고 끝내 결혼한다. 여기까진 로맨틱 코미디다. 하지만 이후부터 애틋한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죽어라 싸우는 부부의 모습이 조명된다. 결국 두 사람은 이혼을 결심하고 법정은 오가다가 사고를 당해 함께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코미디에 더 집중되는 흐름에서 강하늘은 중심을 지킨다.
"전 제가 특출나게 잘하는 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본이 원하는 걸 충실하게 해내는 게 연기자의 몫이라고 생각하죠. 대신 전 앉은 자리에서 대본을 다 읽게 되면 그 작품을 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해서 '30일'도 만나게 됐고요. 이 작품은 찍을 때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면서 하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코미디 연기가 처음이 아니기에 기시감이 들 만도 하지만, 강하늘의 정열은 신선하다. 상대역 정소민과 8년 전 영화 '스물'에 이어 코미디 호흡을 맞춘 바 있어 더 유연해진 정도다. "'이전 작품에서 이렇게 연기했으니까 이번에는 이렇게 해야지' 라고 전략적으로 생각할 만한 머리가 안 돼요. 그저 대본에 나와있는 모습대로 할 뿐이에요. 차별점을 두고자 하는 것도 없었고요. 아무래도 그때도 나고 지금도 나기 때문에 연결되는 점은 있지 않았을까요?"
[서울=뉴시스] 영화 '30일' 스틸. (사진=마인드마크 제공) 2023.09.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30일'은 강하늘과 정소민의 합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현장에서도 즉석에서 애드리브를 하고, 직접 대사를 만드는 작업으로 점철돼 있어 유독 자연스럽다. "대본이 뼈대라면 우리가 살을 많이 붙였어요. 정열과 나라가 사고 나기 직전까지 대화 시퀀스는 저희에게 만들어보라고 해서 만든 거예요."
정열은 고시생 신분으로 부잣집 딸인 나라와 결혼해 자격지심을 갖는다. 백수라는 단어에 꽂혀 시시때때로 비아냥대고, 나라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찌질한 면모가 다분하다. 나라도 참지 않고 격분하며 싸움이 반복된다.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와 결이 다른 지점이다. 그럼에도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다시 서로에게 반하는 것이 미묘하다.
"전 두 사람이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이 가능하다고 봐요. 이상적인 말일 수도 있겠지만 운명의 결혼 상대가 등장하는 걸 믿거든요. 주변에서는 '네가 기다리다 보면 결혼할 사람이 나타난다'고 하더라고요. 부부는 전생에 돌고 돌아 만나는 사이라고 하듯이, 운명적으로 끌리는 상대는 다시 기억을 잃어도 끌릴 것 같아요."
[서울=뉴시스] 영화 '30일' 스틸. (사진=마인드마크 제공) 2023.09.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정열의 대부분 모습을 체화한 강하늘도 열등감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승부욕이 없다. 단점이기도 하다"며 "어릴 때 축구, 농구 같은 운동도 해본 기억이 없다. 그걸 왜 굳이 해야 하고, 왜 이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쉼 없이 연기하는 것도 열정 때문이 아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싫어하지만, 스포트라이트가 있어야 다음이 있는 직업이라는 것도 딜레마다. "'연기하는 게 너무 좋아서 계속하고 있다'고 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너무 멋있는 말이지만 전 운이 좋아서 잘 된 케이스거든요. 겸손 떠는 말이 아니에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요. 나이가 들면서 중간을 찾았는데, 연기할 때 온 힘을 쏟고 혼자 있을 때는 온전히 혼자 있고 싶어요. 그런 게 나의 중심을 찾는 원동력이에요."
'30일'은 유난히 긴 이번 추석 연휴 끝자락인 다음 달 3일 개봉한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천박사'), '거미집', '1947 보스톤' 등 한국 영화들과 맞붙는다. 강하늘은 이런 경쟁 구도에 있어서도 의연하다. "궁극적으로 영화 보는 사람들의 파이가 커져야 모두가 잘 되는 거예요. 얼마 전 나영석 PD님이 하는 유튜브 라이브에 나가서도 세 작품 모두 많이 봐달라고 했어요."
"'30일'은 추석 끝날 때쯤 개봉하니까 일 시작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웃고 싶다고 생각하면 후회 없을 거예요. 영화를 보고 나와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돌이켜 볼 수 있는 거창한 메시지 보다 정말 그 시간 동안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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