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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결혼 아닌 연애 금기시…가부장 중심·연좌제 여전"

등록 2024.04.10 02:45:06수정 2024.04.10 05: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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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애정행위 전무…성교육 부재에 두려움

가부장 규범에 가정폭력 신고해도 무시해

이혼 신분증에 기록…연좌제 때문 가족해체도

[파주=뉴시스] 김진아 기자 = 북한 노동당 창건 78주년을 맞은 지난해 10월10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에서 북한 주민이 가을 걷이를 하고 있다. 2024.04.10.

[파주=뉴시스] 김진아 기자 = 북한 노동당 창건 78주년을 맞은 지난해 10월10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에서 북한 주민이 가을 걷이를 하고 있다. 2024.04.10.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북한 내에서 결혼을 전제로하지 않은 연애는 금기시되며, 가부장 중심적이고 경직된 가족 규범이 이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북한인권이사회(HRNK)는 9일(현지시각) 이러한 내용을 담은 연구인턴 출신 아비게일 태커의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탈북민 인터뷰를 근거로 북한에서는 여전히 커플간 데이트가 금기시되며, 관계를 들킬 경우 당사자들은 매우 당황스러워한다고 전했다.

통상 연애는 결혼 직전의 관계로 간주된다. 때문에 젊은층은 결혼 상대가 아닌 이들과 데이트한 것이 알려질 경우 향후 결혼이 망가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커플간 공개적인 애정행각(PDA)도 거의 전무하다. 결혼 전 연애는 매우 사적이며, 손을 잡는 것 외의 신체접촉은 없는 경우도 있다. 탈북민 이현서씨는 "그 나이때 다른 커플처럼 키스조차 한 적이 없었다. 손을 잡는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민은 북한에서는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며, 10대들은 손만 잡아도 임신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씨 역시 "당은 우리 삶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간섭하면서도, 생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유독 부끄러워했다"고 했다.

보고서는 북한에는 강력한 가부장 중심적 규범이 남아있어 기혼 여성의 인권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정폭력이 발생한 뒤 목격자나 피해자가 신고하더라도 당국은 무시하거나 돌려보내기 일쑤라고 전해진다.

그나마 최근에는 여성의 시장 참여가 늘어나면서 지위가 향상됐으나 여전히 가부장적 규범이 만연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한 이혼은 법원 허가가 필요해 매우 일반적이지 않으며, 어렵게 이혼하더라도 사회적 차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혼한 이들은 '이혼'이라는 표식이 적힌 새로운 신분증이 발급된다고 한다.

결혼한 여성이 많은 자녀를 낳을 경우 특별한 지위를 부여받고 사회적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하지만 여성들은 1~2명의 자녀들만 낳는데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고 탈북민들은 얘기한다.

가부장적 규범은 자녀들에 대한 차별로도 이어진다. 일례로 여러 자녀를 모두 학교에 보낼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 여아들이 남자 형제들을 위해 학업을 그만두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출신 성분에 따라 사회적인 대우가 달라지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있으며, 범죄자나 정치범이 될 경우 3대에 걸쳐 처벌하는 연좌제도 진행형이다.

연좌제를 피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한다. 이씨는 고모부가 체포돼 유죄를 선고받자, 처벌을 피하기 위해 고모는 이혼하고 세 아이는 입양보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연좌제는 여전히 많은 북한 주민들이 탈북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만약 탈북이 적발될 경우 전가족이 처벌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북한은 가족의 삶과 관련된 인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족과 이동 기본권을 보호하지 않으면서 유엔 회원국으로서 한 약속은 물론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ICESCR),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아동권리협약(CRC),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CEDAW) 당사국으로서의 법적 의무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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