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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산타가 전세계 아이들 다 방문한다면 얼마나 빨리 달려야 할까

등록 2025.12.24 16:40:05수정 2025.12.24 16: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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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새 전세계 아이들에 선물 주려면 '광속'급으로 달려야 가능

수억명 아이들 몰래 선물 주려면…'눈깜빡이는 새' 수천가구 가야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울산을 찾은 핀란드공인 산타클로스가 15일 울산 남구 롯데백화점8층 문화센터에서 어린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25.12.15.bbs@newsis.com.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울산을 찾은 핀란드공인 산타클로스가 15일 울산 남구 롯데백화점8층 문화센터에서 어린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 밤 전세계 아이들은 '산타클로스(산타)'의 방문을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다는 산타는 매년 12월24일 밤 전세계를 떠도는 불가능한 미션에 나서야 한다. 이같은 미션을 과학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한가지 흥미로운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산타와 루돌프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여야 전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해 줄 수 있을까.

실제로 그간 세계 각국의 대학 연구진들도 산타의 속력을 계산하는 농담 섞인 계산을 진행한 바 있다. 미국 퍼듀대학교 연구진은 전세계 2억 가구에 속한 8억명의 아이들, 영국 레스터대학교 연구진은 약 2억3800만 가구에 속한 7억1500만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설정했다. 이들 연구진은 크리스마스의 특성상 기독교권 아동만을 산타의 선물 대상으로 잡았다.

하지만 산타의 여정을 물리학적으로 재구성하는 이번 분석에서는 기존 학계의 분석을 확장시켜 기독교권 외의 전세계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삼아봤다. 전세계 인구수를 약 80억명이라 보고, 이를 가구당 평균 인원인 2~3명으로 나누면 전세계에는 약 20억개 이상의 가구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서 아이가 있는 가구는 더 줄어들게 되는데, 공식 집계된 통계가 없는 만큼 절반인 약 10억 가구로 가정했다.

퍼듀대학교 연구진은 과거 2억 가구를 방문할 때 산타가 이동해야 할 거리를 약 1억6000만㎞로 추산했다. 이는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약 1억4900만㎞·1AU)보다 먼 수치다.

이 모델을 현재 전 세계 10억 가구로 단순 확장 적용해보면 산타의 총 이동 거리는 약 8억㎞에 달한다. 크리스마스 이브 하룻밤 사이 태양을 5번 넘게 왕복해야 하는 거리다. 방문해야 할 가구가 늘어날수록 산타의 동선은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하고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간 또한 촉박하다. 지구의 자전과 시차를 최대한 활용해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며 시간을 벌더라도 산타에게 주어진 배달 시간은 약 34~36시간 내외다.

퍼듀대학교 연구진은 산타가 34시간 이내에 1억6000만㎞를 이동하려면 루돌프가 끄는 썰매의 속력이 시속 470만5882㎞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광속 수준은 아니지만, 산타가 '마법'으로 자신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공기저항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줄 선물과 썰매마저도 증발해버릴 수준의 속력이다.

레스터대학교 연구진도 하룻밤 사이에 전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산타의 속력에 초점을 뒀다. 레스터대 연구진은 산타가 전세계 2억3800만 가구에 하룻밤 만에 선물을 전달하려면 시속 561만6000㎞에 달하는 속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봤다. 광속의 0.5%(약 539만6264㎞)에 달하는 수준이다.

여기서 기독교권인 아이들까지 포괄해 전세계 10억 가구에 선물을 전달하려면 산타 썰매의 속력은 단순 계산했을 때 시속 약 2350만㎞에 달해야 한다. 소리의 속도인 마하1(시속 약 1225㎞)보다 약 1만9000배 빠르다. 전세계 모든 아이들을 챙기려면 산타가 빛의 속도의 약 2.1%까지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산타가 아이가 있는 집을 지나쳐가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몰래 집안에 들어가 '선물'을 두고 나와야 한다. 10억 가구를 34시간 안에 방문하려면 한 가구당 머무는 시간은 약 0.00012초(약 122마이크로초)에 불과하다. 인간이 눈을 한번 깜빡이는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0.3초 수준인데, 이 동안 산타는 2500가구의 굴뚝을 내려가 선물을 놓고 나와야 한다. 사실상 고전 물리학의 영역을 벗어난 움직임이다.

문제는 이같은 산타의 선물 시간이 이동시간을 '0'으로 가정한 계산이라는 점이다. 결국 실제 비행시간까지 포함하면 산타가 한 집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22마이크로초보다도 짧은, 사실상 제로다.

이에 산타가 '양자 중첩' 상태를 활용한다는 가설까지도 제기된다. 산타가 동시에 여러 장소에 존재하는 양자적 존재라면, 10억 가구 배달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광속의 2%가 넘는 속도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시간 지연' 효과 덕분에 산타가 느끼는 34시간은 지구에서의 시간보다 훨씬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같은 모든 계산은 어디까지나 특정 학술적 모델에 기반한 가정과 추측일 뿐이다. 실제 가구당 아동 수, 인구 밀도, 이동 경로의 최적화 등에 따라 수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번 분석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물리학 이론을 일상의 흥미로운 주제에 접목해 본 학술적 유희에 가깝다. 산타의 전세계 배달 비결을 과학적으로 완벽히 규명하는 것보다 그 기적을 믿는 동심을 응원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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