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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오탈자까지 베꼈다"…두나무-빗썸 'API 표절' 법정 공방

등록 2026.02.12 10:04:38수정 2026.02.12 10: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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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가 닦은 길 무임승차" 2억 손배소…'인터페이스 동일화' 쟁점

한국판 '자바 소송전'…부정경쟁방지·DB권 등 세부 쟁점은 달라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사진은 지난 2018년 12월 21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건물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2018.12.2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사진은 지난 2018년 12월 21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건물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2018.12.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진아 장한지 기자 =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나무와 빗썸이 '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오픈 API)'을 둘러싼 저작권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자산 시장 핵심 인프라를 둘러싼 양사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비화하면서, 업계에서는 한국판 '구글 대 오라클'의 자바 사용료 소송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2일 법조계와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지난해 2월 빗썸을 상대로 오픈 API 관련 저작권침해금지 및 부정경쟁행위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 가액은 2억원 규모로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양측은 지난 1월29일 2차 변론기일을 갖고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였다.

업비트가 자체 개발한 '오픈 API'를 빗썸이 무단으로 복사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는 것이 소송의 요지다.

오픈 API는 특정 서비스를 외부 시스템과 연동하거나 자동화할 수 있도록 공개된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로, 서비스 이용 편의성과 확장성을 높이기 위해 제공된다.

업비트는 2018년부터 '업비트 개발자 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업비트 오픈 API 문서(API DOCS)'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빗썸이 2022년 선보인 '빗썸 API 문서'를 2024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두나무 측 주장에 따르면 빗썸은 이 과정에서 업비트 시스템과 유사하게 작동하는 API 서비스를 구축했다. 빗썸이 구현한 '원화 출금', '시세 조회' 등 주요 기능 스펙과 응답 모델 등에서 업비트 개발자 센터 문서 내 존재하던 오탈자까지 동일하게 발견되며 복제 정황이 포착됐다는 게 두나무 입장이다.

통상 API 기술 자체는 표준에 가까워 저작권 인정이 어렵지만 두나무 측은 API 기능을 설명하고 배열한 API 명세서와 데이터베이스(구조)베낀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모습. 2026.02.07.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모습. 2026.02.07. [email protected]


두나무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 확보한 자사 임직원의 창작물을 빗썸이 부당하게 침탈했다고 보고 법적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빗썸이 두나무의 연구개발 성과를 무단 복사하며 주요 고객의 이탈을 초래했고, 경제적 피해까지 야기했다는 것이 두나무 측의 주된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인터페이스 동일화'에 따른 시장 대체 효과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데이터베이스(DB)를 베끼는 차원을 넘어 1위 사업자가 구축한 일종의 사용자 습관을 2위 사업자가 가로채는 것은 비즈니스 침해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빗썸이 업비트가 이미 구축해 놓은 인터페이스와 동일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개발자들이 업비트에서 빗썸으로 전환하는 비용을 사실상 제로로 만들어버렸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구글과 오라클이 벌인 API 소송의 한국판으로 보고 있다.

2010년 오라클은 구글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침해에 따른 사용료 90억 달러(약 13조원)를 요구하며 소송을 낸 바 있다.

오라클 측은 2010년 자바(JAVA)를 개발한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인수하며 구글 측이 자바 API 코드 일부 구조와 순서, 조직을 베끼는 등 부적절한 방법으로 안드로이드를 설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구글은 업계 관행이고 기술 발전 차원에서 좋은 일이라며 받아쳤다.

이 소송은 10여년 넘게 공방을 이어가며 지난 2021년 4월 매듭을 지었다. 1심은 구글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원심을 뒤집고 오라클 승소로 판결을 내렸다. 양측은 지난한 공방을 이어갔으나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종적으로 구글의 손을 들어주며 긴 싸움이 종지부를 찍었다.

다만 구글과 오라클의 소송관련 법원 판결은 '공정 이용'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지만, 두나무와 빗썸의 소송은 부정경쟁방지법(성과 도용)'과 '데이터베이스권'이 쟁점이라 미국 판결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두나무와 빗썸은 지난 2018년에도 모바일 페이지 표절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빗썸이 모바일 페이지 개선 과정에서 페이지 상단의 암호화폐 등락 시세나 미니차트 등의 구성 관련 두나무 측 사용자 환경(UI·UX)를 참고했다고 두나무 측이 주장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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