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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없어 부르는게 값"…성북구 전월세 0건 단지 '속출'[르포]

등록 2026.04.2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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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주요 7개 단지 5669가구 중 전세 단 4건

서울 전세수급지수 108.4…4년 10개월 만에 최고

성북구 전셋값 0.39% 상승… 2015년 이후 최고치

"전세를 찾아 도봉·강북까지 원정"…경기 풍선효과

[서울=뉴시스] 김여림 인턴 기자 = 길음동 한 중개사무소 앞에 전월세 매물을 구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6.04.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여림 인턴 기자 = 길음동 한 중개사무소 앞에 전월세 매물을 구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6.04.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김여림 인턴기자 = "지금은 전세 매물이 없어서 그냥 부르는게 값이에요. 지난 몇 달 사이에 1억원은 기본으로 올랐는데, 그것도 못 구해서 대기하는 사람만 서너명 씩 있습니다"

23일 뉴시스 취재진이 방문한 길음역 인근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현장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답하는 대신 모니터 화면을 가리켰다. 화면 속 단지에는 '전세 0', '월세 0'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성북구 길음동과 종암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이 극심한 '전세난'에 시달리고 있다. 길음역 인근 주요 7개 단지의 매물을 조사한 결과, 총 5669가구에서 시장에 나온 전세 매물은 단 4건에 불과했다.

1168가구 규모의 '래미안 크리시엘'과 '종암 아이파크 1차(513가구)', '종암 아이파크 2차(782가구)' 등은 전세와 월세를 합쳐 매물이 아예 없었다. 래미안 세레니티(955가구) 역시 전세는 한 건도 없고 월세만 단 1건 올라와 있었다.

길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든 월세든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다 올랐다"며 "시장에 전세 매물이 없으니까 집주인이 가격을 올려도 그냥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세 없어 부르는게 값"…성북구 전월세 0건 단지 '속출'[르포]


이같은 '전세난'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셋째 주 서울 전세 수급지수는 108.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1년 6월 넷째 주(110.6) 이후 약 4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성북구가 속한 동북권역이 111.3으로 가장 높은 지수를 기록했다. 지수가 100을 넘어 높을수록 집을 구하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임대차 매물 실종은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불러온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도입된 가계대출 규제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시 실거주 의무가 강화됐고, '10·15 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되면서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여기에 오는 5월9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재개되면서 임대로 내놓던 집을 처분하려는 움직임도 매물 감소를 부추겼다.

실제로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5307건으로 연초 대비 33.7%나 사라졌다. 공급 부족에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서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22% 상승해 6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성북구는 0.39% 올라 2015년 10월 둘째 주(0.394%)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현장에서는 전세난이 임대차 시장을 넘어 매매 시장까지 마비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세 매물이 없다 보니 기존 세입자가 이사 갈 곳을 찾지 못해 퇴거를 거부하고, 이로 인해 실입주를 원하는 매수자에게 집을 팔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종암동의 한 중개사무소는 "세입자가 나갈 물건이 없어서 못 나간다고 하니 매매 계약 자체가 안 된다"며 "집을 사고 싶어도 세입자가 갱신권을 써서 버티거나 퇴거가 안 되면 잔금을 못 치르니 거래가 끊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전세 가뭄으로 경기 지역으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매매 수급지수는 102.4로 2021년 11월(103.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 가격 역시 3주 연속 0.13% 상승했으며, 광명시(0.48%), 용인 기흥구(0.30%) 등 서울 직주근접 지역 위주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중개사무소는 "전세를 찾아 도봉, 강북, 노원까지 원정을 나가는 손님들이 많지만 거기도 매물이 없기는 마찬가지라 발길을 돌린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부족한 신규 입주 물량과 단기 주택 공급 대책의 부재를 이 같은 전세난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한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올해 예상되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7000가구 수준으로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전세난 해소를 위해서는 비아파트 부문의 활성화와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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