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정원에서 길어 올린 느린 삶의 지혜 …'꽃을 보다, 마음을 듣다'
![[서울=뉴시스] '꽃을 보다, 마음을 듣다' (사진=샘터 제공) 2026.04.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4/23/NISI20260423_0002119052_web.jpg?rnd=20260423164330)
[서울=뉴시스] '꽃을 보다, 마음을 듣다' (사진=샘터 제공) 2026.04.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화려한 도시의 야경을 뒤로하고 문득 떠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속도와 효율로 채워진 일상에서 한 발 비켜서, 천천히 숨 고를 수 있는 삶을 꿈꾸게 되는 때다. '꽃을 보다, 마음을 듣다'(샘터)는 그 갈망을 실제 삶으로 옮긴 한 사람의 기록이다.
뉴시스와 조선일보 등 언론 현장에서 40여 년을 보낸 김현호 작가는 경기도 양평의 한적한 마을에 터를 잡고 약 300평 규모의 정원을 가꾸며 새로운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분주한 도시에서 쉼 없이 달려온 세월을 지나, 흙을 만지고 계절의 변화를 지켜보는 하루는 자신을 돌아보는 고요한 사색의 시간이 됐다.
저자는 꽃과 나무를 돌보는 일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마음을 보살피는 일과 닮아 있다고 말한다. 조급함으로 다그친다고 꽃이 하루아침에 피지 않듯, 사람의 마음 또한 서두른다고 쉽게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상대를 향한 세심한 관심, 그리고 스스로 피어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다. 정원을 가꾸는 손길과 상담을 건네는 마음이 맞닿는 지점이다.
"정원의 두 의자에 앉아 따스한 햇살과 맑은 공기를 즐기며 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는 고추잠자리들을 바라본다. 추명국과 쑥부쟁이 같은 가을꽃들의 향기가 은은하다. 내 마음이, 영혼이 정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우울과 분노, 증오와 강박 등이 발붙일 여지가 어디 있겠는가." ('두 의자' 중)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됐다. 1부 '사색이 깃드는 뜰'에서는 잡초를 뽑고 흙을 고르며 떠오른 단상들을, 2부 '꽃들의 세계'에서는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제 힘으로 계절을 견디는 꽃들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세상 사람들은 화려한 꽃을 피워내는 영양가 풍부한 비료를 원하지만 정작 식물을 살리는 것은 발밑에 깔린 모래알이다. 나는 모래 같은 존재이고 싶다. 굳어버린 관계 속에 부드러운 숨구멍을 내어주는 그런 단단하고 작은 존재 말이다.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 없어서는 안 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모래알 같은 존재' 중)
3부 '풍성한 삶의 열매'에서는 정원을 가꾸며 새롭게 배운 관계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변화시키려 애쓰기보다, 각자의 속도로 자라날 수 있도록 곁을 지키는 일. 저자가 꽃 앞에서 배운 삶의 태도다.
책장을 덮고 나면 독자는 자연스레 자신만의 정원을 떠올리게 된다.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삶의 작은 뜰이 내게도 있는지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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