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인정향투…AI시대에 서가에서 인간성 본질 성찰
![[서울=뉴시스] 이용수 '인정향투 4' (사진=모암문고 제공) 2026.05.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5/11/NISI20260511_0002132191_web.jpg?rnd=20260511143155)
[서울=뉴시스] 이용수 '인정향투 4' (사진=모암문고 제공) 2026.05.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모든 것이 데이터화되고 예측 가능한 알고리즘으로 치환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책은 기술문명의 속도 대신 고요한 서가로 눈을 돌려 인간성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저자(이용수)의 이번 네 번째 여정은 1943년 일제의 탄압이 극에 달했던 암울한 시기에서 시작된다. 담원 정인보(1893~1950년)가 자전거를 타고 논산으로 달려가 '모운' 이강호(1899~1980년)와 나누었던 며칠간의 밤샘 담소, 그 뜨거웠던 학문적 교류의 기록인 '서봉모운이강호십곡병'을 소개한다.
'서봉모운이강호십곡병'은 큰 폭 열 장의 한지에 기록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말 전북 익산에 머물던 정인보는 충남 논산에 있던 효령대군 18대손 이강호를 찾아와 담소를 나눈 뒤 익산으로 돌아가기 전 이강호에게 '모운'이라는 호를 주며 '서봉모운이강호십곡병'을 선사했다.
전북 익산에서 떠나오면서부터 충남 논산으로 와 이강호를 다시 만나 서로 교류하며 수일을 지내다 다시 익산으로 돌아갈 때까지의 내용을 두터운 한지에 각각 세로 139㎝, 가로 35㎝의 대폭에 행서체로 거침없이 써 내려갔다.
해당 작품은 1978년 12월 이강호의 팔순을 기념해 신세계백화점 갤러리에서 소장품 전시를 할 때 공개된 것을 제외하면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다.
이번 네 번째 여정에서 책은 '비어 있음'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추사 김정희의 '반야심경 연구원고'와 시대의 격변기 속에서도 선비의 의리를 지켰던 영재 이건창의 '송동곡자전별사'의 가치를 담아냈다.
반야심경은 대승불교의 핵심 경전 중 하나로 600권에 달하는 방대한 반야경의 정수를 단 260자로 요약하고 있다. 추사의 필치를 통해 불교의 핵심 사상을 압축해 담은 원고의 서도학적 가치와 철학적 의미를 조명한다.
또한 이건창(1852~1898)의 '송동곡자전별사'는 1881년 서장관으로 청나라에 가게 된 동곡자 조인승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는 글이다.
영재 이건창은 하곡 정제두(1649~1736)가 정립한 조선 양명학을 계승한 강화학파의 태두다. 그는 청나라 사신으로 가게 된 벗 조인승에게 자신이 청나라에 사신으로 갈 때 그러했던 것처럼 당시 청나라의 지정학적·정치적·사회적 격변 상황을 전해 달라는 내용으로 '송동곡자전별사'를 보낸다. 영재 이건창의 벗을 생각하고 염려하는 마음이 생생히 느껴진다.
저자는 시대를 초월한 문인·문사들의 교유를 통해 오늘날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존엄성의 대안적 가치를 선언한다.
종이 위에 먹으로 쓰인 글씨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바래겠지만, 문장들 사이에 깃든 선비들의 정신적 향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물질만능주의와 디지털 기술의 범람 속에서 전통 인문학적 가치를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AI가 인간의 표식을 달고 걷는 첨단 기술의 거리에서도,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고결함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 삶의 궤적은 누군가에게 또 다른 깊은 향기로 기억될 것을 설명한다.
저자는 "잠시 멈춰 서서 여러분의 가슴속을 채우고 있는 향기를 맡아 보시길 바란다"며 "그 향기가 여러분의 다음 '선택'을 아름다운 곳으로 인도하기를 소망한다"며 글을 맺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