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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관 철수까지…논란 속 문 연 광주비엔날레, 줄이고 밀도 높였다(종합)

등록 2026.09.04 17:00:29수정 2026.09.04 19:02:24

43팀 한 전시장에 집중…‘확장의 논리’ 대신 ‘집중의 강도’

릴케의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한 문장에서 출발

분자·신체·풍경·우주로 이어지는 ‘변화’

호추니엔 “예술의 힘은 긴 시간에 걸쳐 작동”…11월15일까지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한 관람객이 쪼그려 앉아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오는 5일부터 11월15일까지 72일간 열린다. 2026.09.04. leeyj2578@newsis.com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한 관람객이 쪼그려 앉아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오는 5일부터 11월15일까지 72일간 열린다. 2026.09.04.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돌은 아주 천천히 변한다. 화산은 한순간 폭발해 지형을 바꾼다. 사람의 얼굴도 매일 달라지지만 우리는 그 변화를 좀처럼 알아채지 못한다.

변화에는 하나의 속도만 있는 것이 아니다.

5일 개막하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는 이 서로 다른 변화의 속도를 좇는다.

대만관 명칭 논란에 이어 중국관이 개막을 앞두고 철수하면서 정치적 파장이 커졌지만, 정작 본전시는 조용하고 느리다. 분자에서 시작해 신체와 관계, 풍경과 사회, 우주를 거쳐 마지막에는 보이지 않는 공기로 돌아온다.

4일 언론에 미리 공개된 전시를 돌아보면 이번 비엔날레의 선택은 분명하다. 많이 보여주는 대신 오래 보게 한다.

43명(팀)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한곳에 모았다. 작품을 빽빽하게 몰아넣지도 않았다. 작품과 작품 사이에 여백을 두고 관객이 한 작업에 머무를 시간을 확보했다. 최근 국제 비엔날레가 참여 작가와 장소를 경쟁적으로 늘려온 흐름과는 다른 선택이다.

호추니엔 예술감독이 말한 ‘확장의 논리 대신 집중의 강도’가 전시장에 들어서자 비로소 구체적인 공간으로 읽힌다.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호추니엔(Ho Tzu Nyen·왼쪽)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제주도 화산암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제주도 화산암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겪은 '변화'가 비엔날레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며 핵심 전시물로 꼽고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오는 5일부터 11월15일까지 72일간 열린다. 2026.09.04. leeyj2578@newsis.com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호추니엔(Ho Tzu Nyen·왼쪽)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제주도 화산암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제주도 화산암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겪은 '변화'가 비엔날레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며 핵심 전시물로 꼽고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오는 5일부터 11월15일까지 72일간 열린다. 2026.09.04. [email protected]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릴케의 한 문장서 시작된 비엔날레

호추니엔은 4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린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의 출발을 개인적인 경험에서 찾았다.

2024년 말 큰 프로젝트를 끝낸 그는 소진돼 있었다. 매일 작업실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아폴론의 고대 토르소’를 읽었다. 머리가 사라진 고대 조각을 바라보며 쓴 시는 한 문장으로 끝난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호추니엔은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고 회고했다. 공허했던 미래가 다시 열리는 듯했고 “다시 꿈꿀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에게 흥미로웠던 것은 이 명령의 열린 성격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라는 답은 없다. 그는 이를 “프로그램 없는 요구(a demand without a programme)”라고 표현했다.

이 질문은 전시장 전체를 관통한다. 개인의 변화는 어떻게 다른 사람과 사회의 변화로 이어지는가. 변화는 반드시 거대한 사건으로만 찾아오는가.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제주도 화산암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제주도 화산암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겪은 '변화'가 비엔날레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며 핵심 전시물로 꼽고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오는 5일부터 11월15일까지 72일간 열린다. 2026.09.04. leeyj2578@newsis.com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제주도 화산암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제주도 화산암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겪은 '변화'가 비엔날레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며 핵심 전시물로 꼽고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오는 5일부터 11월15일까지 72일간 열린다. 2026.09.04. [email protected]



돌에서 몸으로…변화에는 하나의 속도만 없다

첫 전시실에서 만나는 제주 화산암은 그 질문에 가장 원초적인 답을 내놓는다.

오랜 시간 압력을 견딘 지층이 어느 순간 폭발하고, 분출된 암석은 다시 수없이 긴 시간 동안 식고 깎이고 풍화한다. 같은 화산암도 저마다 다른 모양을 갖는다.

변화는 순식간에 일어나기도 하지만 너무 느려 알아차리지 못한 채 진행되기도 한다. 호추니엔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예로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얼굴은 매일 달라지지만 매일 보기 때문에 오히려 변화를 알아채지 못한다.

전시는 여기에서 신체와 관계로, 다시 우리가 살아가는 풍경으로 시야를 넓힌다.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제16회 광주비엔날레에 선보인 임동식의 작품. 자연과 인간이 맺어온 관계와 삶의 풍경을 회화로 펼쳐 보인다. 2026.09.04.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제16회 광주비엔날레에 선보인 임동식의 작품. 자연과 인간이 맺어온 관계와 삶의 풍경을 회화로 펼쳐 보인다. 2026.09.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자연미술의 선구자 임동식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들과 산, 농촌의 풍경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관찰하고 기록한다. 인간과 자연이 오랜 시간 관계를 맺으며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남화연의 신작 ‘순이’(2026)는 또 다른 시간으로 들어간다. 1801년 신유박해 당시 순교한 이순이의 기록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말과 문서, 이미지와 침묵의 서로 다른 층을 따라가며 역사에서 지워졌던 여성들의 몸과 공동체를 현재로 불러낸다.

한쪽에는 깨지기 쉬우면서도 단단한 도자 조형물이 놓였다. 전시는 변화를 단순한 해방이나 진보로 말하지 않는다. 고통을 견디고 다른 세계를 상상하며 만들어진 관계 역시 변화의 한 모습으로 제시한다.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체험하고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오는 5일부터 11월15일까지 72일간 열린다. 2026.09.04. leeyj2578@newsis.com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체험하고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오는 5일부터 11월15일까지 72일간 열린다. 2026.09.04. [email protected]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제임스.T.홍 작가의 작품 '사과'를 감상하고 있다. 작품은 전 세계 정치인들의 사과영상을 모아 반성과 책임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오는 5일부터 11월15일까지 72일간 열린다. 2026.09.04. leeyj2578@newsis.com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제임스.T.홍 작가의 작품 '사과'를 감상하고 있다. 작품은 전 세계 정치인들의 사과영상을 모아 반성과 책임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오는 5일부터 11월15일까지 72일간 열린다. 2026.09.04.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제16회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된 이탈리아 작가 로셀라 비스코티의 〈문제의 두상들〉(2015). 1942년 로마 만국박람회를 위해 제작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와 베니토 무솔리니의 거대한 두상을 실리콘으로 떠낸 작품이다. 2026.09.04.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제16회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된 이탈리아 작가 로셀라 비스코티의 〈문제의 두상들〉(2015). 1942년 로마 만국박람회를 위해 제작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와 베니토 무솔리니의 거대한 두상을 실리콘으로 떠낸 작품이다. 2026.09.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권력의 기념비를 뒤집고, 밤바다에서 삶과 죽음을 보다

변화는 개인과 자연을 넘어 역사와 권력의 풍경으로도 번진다.

이탈리아 작가 로셀라 비스코티의 ‘문제의 두상들’은 파시즘 시대 권력의 기념비를 뒤집는다. 1942년 로마 만국박람회를 위해 제작됐지만 공개되지 못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와 베니토 무솔리니의 거대한 두상을 실리콘으로 떠냈다.

단단하고 영구적이어야 할 권력자의 기념비는 뒤집히고 잘린 채 바닥에 놓인 푸른 껍질로 바뀌었다. 영원할 것 같던 권력도 결국 형태를 잃는다.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제16회 광주비엔날레에 선보인 인도 작가 소흐랍 후라의 〈해안〉(2019). 인도 타밀나두 해안의 종교 축제를 담은 영상과 사진 연작으로 파괴와 재생,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펼쳐 보인다. 2026.09.04.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제16회 광주비엔날레에 선보인 인도 작가 소흐랍 후라의 〈해안〉(2019). 인도 타밀나두 해안의 종교 축제를 담은 영상과 사진 연작으로 파괴와 재생,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펼쳐 보인다. 2026.09.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인도 작가 소흐랍 후라의 ‘해안’에서는 밤바다가 삶과 죽음, 파괴와 재생이 뒤섞이는 무대가 된다. 타밀나두 해안에서 열린 종교 축제를 촬영한 영상과 56점의 사진이 마주한다. 파괴와 재생을 동시에 상징하는 여신 칼리를 통해 인간의 삶에서 자연과 우주로 시선을 넓힌다.

춤도 변화를 만든다. 호주 작가 벤지 라(Bhenji Ra)의 33분 영상 ‘비라달리, 지평선에서 춤추다’(2024)는 필리핀 남부 술루 군도의 타우수그 전통에서 출발한다. 춤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다. 몸짓은 조상의 기억을 불러내고 사람과 사람,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언어가 된다.

이렇게 전시의 시선은 계속 줌인하고 줌아웃한다. 한 사람의 몸을 들여다보다 도시와 역사를 바라보고, 다시 자연과 우주까지 물러선다.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제16회 광주비엔날레에 선보인 호주 작가 벤지 라의 영상 〈비라달리, 지평선에서 춤추다〉(2024). 필리핀 남부 술루 군도의 전통에서 출발해 춤을 통해 조상의 기억과 현재, 미래를 연결한다. 2026.09.04.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제16회 광주비엔날레에 선보인 호주 작가 벤지 라의 영상 〈비라달리, 지평선에서 춤추다〉(2024). 필리핀 남부 술루 군도의 전통에서 출발해 춤을 통해 조상의 기억과 현재, 미래를 연결한다. 2026.09.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상하이 출신 루양의 영상 작품이 상영된다. 2026.09.04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상하이 출신 루양의 영상 작품이 상영된다. 2026.09.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루밍 영상 작품. 상하이 출신 루양은 자신의 모습을 본뜬 디지털 아바타 ‘DOKU’를 내세워 몸과 정체성의 경계를 허문다. 애니메이션과 게임엔진, 인공지능, 모션캡처 기술로 만들어진 DOKU는 여러 세계를 윤회하듯 통과하며 끊임없이 다른 존재로 변한다. 2026.09.04.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루밍 영상 작품. 상하이 출신 루양은 자신의 모습을 본뜬 디지털 아바타 ‘DOKU’를 내세워 몸과 정체성의 경계를 허문다. 애니메이션과 게임엔진, 인공지능, 모션캡처 기술로 만들어진 DOKU는 여러 세계를 윤회하듯 통과하며 끊임없이 다른 존재로 변한다. 2026.09.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게임 같은 화면 속 윤회…루양의 ‘도쿠’

4전시실 ‘우주와 변화’에 들어서면 스케일은 더 커진다.

중국 상하이 출생으로 도쿄에서 활동하는 루양의 ‘도쿠: 창조자(DOKU the Creator·2025)’는 관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게임 엔진과 3D 애니메이션, 인공지능을 활용한 61분36초짜리 영상이다. 작가를 본뜬 아바타 ‘도쿠’가 여러 세계를 횡단한다. 인간의 몸과 의식, 죽음과 윤회라는 불교적 세계관에 인공지능 시대의 창조자라는 질문을 겹친다.

게임이나 SF 영화 같은 압도적인 화면 때문에 이번 전시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빠른 반응을 얻을 만한 작품 중 하나다. 하지만 화려한 디지털 이미지가 향하는 질문은 오래됐다. 나는 누구인가. 몸이 달라져도 같은 존재인가. 누가 누구를 창조하는가.

바로 옆의 제주 화산암이 수만 년의 시간을 품고 있다면 루양의 디지털 세계는 순식간에 몸과 세계를 갈아치운다. 서로 전혀 다른 속도의 작업을 한 전시 안에서 만나는 것이 이번 비엔날레의 묘미다.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최경화(오른쪽) 제16회 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가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오는 5일부터 11월15일까지 72일간 열린다. 2026.09.04. leeyj2578@newsis.com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최경화(오른쪽) 제16회 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가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오는 5일부터 11월15일까지 72일간 열린다. 2026.09.04. [email protected]


더 많은 작품 대신 ‘집중의 강도’

이번 비엔날레의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43팀을 한곳에 모은 선택이다.

이날 뉴시스가 참여 작가를 줄이고 한 전시장에 집중한 것이 국제 비엔날레의 거대화와 규모 경쟁에 대한 비판이냐고 묻자 호추니엔은 기존 비엔날레의 확장이 세계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수많은 작품을 빠짐없이 봐야 한다는 관람의 ‘불안’을 이야기했다. 한 장소에서 각각의 작가와 작품에 충분한 시간과 주의를 줄 수 있는 방식을 실험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전시를 돌아보면 이 선택은 상당 부분 성공적이다.

작가 수가 적다고 전시가 작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 사이의 여백이 각각의 작업을 또렷하게 만든다. 다섯 전시실도 서로 끊어진 주제전이라기보다 하나의 시선이 이동하는 과정처럼 이어진다.

다만 영상 작업의 비중이 높고 긴 작품도 적지 않다. ‘집중의 강도’를 온전히 경험하려면 관객 역시 상당한 시간을 내줘야 한다. 작품 수를 줄였다고 관람의 피로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전남광주=뉴시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15일까지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연다고 밝혔다. 사진은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5전시실 전경. (사진 = 광주비엔날레 재단 제공) 2026.09.04. photo@newiss.com

[전남광주=뉴시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15일까지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연다고 밝혔다. 사진은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5전시실 전경. (사진 = 광주비엔날레 재단 제공) 2026.09.04. [email protected]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마지막 전시실에서는 공간도 숨을 쉰다. 제클린 키요미 고크의 투명한 공기주입 구조물은 송풍기의 움직임에 따라 부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마지막 전시실에서는 공간도 숨을 쉰다. 제클린 키요미 고크의 투명한 공기주입 구조물은 송풍기의 움직임에 따라 부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재판매 및 DB 금지




우주까지 갔다가 다시 한 번의 ‘숨’으로

그리고 마지막 5전시실 ‘공기와 발화’에 이르면 전시가 다시 몸으로 돌아온다.

재클린 키요미 고그의 신작 ‘어긋난 BPM(R로즈 변주곡)’의 투명한 구조물들이 천천히 부풀었다 가라앉는다. 송풍기와 피드백 시스템이 공간을 움직인다. 관객이 그 사이를 지나가면 전시장 전체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거대한 몸처럼 느껴진다.

마지막 전시실은 전시의 에필로그다. 분자에서 출발해 몸과 풍경을 지나 우주까지 확장됐던 시선이 공기와 호흡이라는 가장 가까운 감각으로 돌아온다.

돌처럼 단단한 것에서 시작한 전시가 손에 잡히지 않는 공기로 끝난다.

그 순간 호추니엔이 말한 ‘변화’도 조금 선명해진다. 변화는 혁명이나 재난처럼 한순간 세계를 뒤엎는 사건만이 아니다. 돌이 깎이고 얼굴이 늙고 관계가 쌓이고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는 동안에도 세계는 계속 달라진다.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한 관람객이 롤러 기계 위에서 구르고 있는 구형 물체를 표현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오는 5일부터 11월15일까지 72일간 열린다. 2026.09.04. leeyj2578@newsis.com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한 관람객이 롤러 기계 위에서 구르고 있는 구형 물체를 표현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오는 5일부터 11월15일까지 72일간 열린다. 2026.09.04. [email protected]



“정치 앞에서 예술은 약해 보여도…”

공교롭게도 이처럼 느린 변화를 이야기하는 비엔날레는 개막 직전 가장 빠르고 거친 현실의 변화와 맞닥뜨렸다. 대만관 명칭을 둘러싼 정치적 검열 논란에 이어 중국관이 철수했다.

호추니엔은 이날 정치적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치의 세계 앞에서 예술은 때때로 약하고 무력해 보인다”면서도 “나는 예술에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그 힘은 긴 시간에 걸쳐 작동하고 우리의 제한된 주의 집중 시간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그는 고대 그리스를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와 ‘일리아스’를 통해, 르네상스를 미켈란젤로를 통해 기억하는 것처럼 예술은 인간의 삶에 보다 깊고 느리며 지속적인 방식으로 반응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오늘 예술 때문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정치적 논란은 빠르게 번졌다. 그러나 이번 전시가 선택한 시간은 느리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릴케가 100여 년 전 던진 문장은 정치와 검열 논란 속에서 문을 여는 광주비엔날레 스스로에게도 돌아오는 질문이 됐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22개국 43명(팀)이 참여해 300여 점을 선보인다. 5일부터 11월15일까지 72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린다.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전남중국평화통일위원회 집행부가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앞에서 광주비엔날레 측의 '대만 파빌리온' 명칭 승인에 반발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2026.09.04. leeyj2578@newsis.com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전남중국평화통일위원회 집행부가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앞에서 광주비엔날레 측의 '대만 파빌리온' 명칭 승인에 반발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2026.09.0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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