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교수 성학, 순결과는 무관한 처녀막

남녀 모두 불두덩이라 일컫는 치구(恥丘)가 있지만, 남자는 음경이라는 뛰어난 돌출물 덕택에 볼록하게 솟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속칭 ‘비너스 언덕’이라 불리는 여성의 음부(陰阜: mons pubis)는 대음순의 좌우가 맞닿은 치골상부로, 지방이 풍부해 볼록 솟아 있으며, 사춘기 때 음모가 발생하는 곳이다. 그런데 ‘mons’라는 라틴어가 영어로는 ‘mountain’이니,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치구(恥丘)’보다는 ‘치산(恥山)’이다. 속칭으로도 비너스 ‘언덕’이라 했으니, 높아 봐야 구릉 정도인가 보다. 또 한 가지, ‘치(恥)’라는 글자의 의미대로 분명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곳인데 미인 선발대회의 수영복 심사에서는 치구가 더욱 도드라져 보이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비너스 언덕은 알맞게 부풀면 성감(性感)이 좋지만, 지나치게 솟거나 너무 빈약하면 성감이 좋지 않다는 속설도 제공하는, 부끄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여성기의 일부이다.
한편 좌우의 대음순이 상부에서 맞닿은 부분이 음부(치구)라면, 그 반대쪽인 하부에서 맞닿아 항문까지 이르는 평탄한 부분은 회음(會陰: perineum)이다. 간혹 항문에서 엉치뼈[薦骨천골] 하단에 이르는 부위도 회음이라고 부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외음부 하단에서 항문까지를 회음부라 해야 한다. 회음부에는 항문, 질, 요도 등과 관련된 근육들이 많아서, 성관계 시 적당한 힘을 가하면 질압(膣壓)을 상승시켜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
혹 남편과 아내 모두 출산 후의 성관계 시에는 ‘우물 속에 돌 던지기’라는 느낌을 갖는 경우가 있다. 이는 음경의 전용도로(?)가 산도(産道)로 바뀌면서 질부와 회음부를 느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엔 미리 회음부를 절개했다가 출산 후 다시 봉합하는 수술이 일반화돼 있다. 하여튼 회음부는 부위 자체도 애무의 대상일 뿐더러, 나아가 속칭 ‘이쁜이 운동’을 주도하는 성감(性感)에 매우 예민한 곳이다.
좌우의 소음순이 상부에서 결합한 전음순교련(前陰脣交連)으로부터 하부에서 결합한 후음순교련까지의 함몰부위를 질전정(膣前庭: vestibule of vagina)이라 한다. 특히 질구의 하부는 질전정와(膣前庭窩) 혹은 주상와(舟狀窩)라고 부른다. 의학적으로 관(管)의 입구부에 있는 간극(間隙)을 ‘vestibule’이라 한다. 이렇게 전문적인 설명은 너무 복잡하니, 독자들은 질전정을 질 언저리 부위 정도로만 이해하면 된다. 하여튼 질전정에는 위쪽에 외요도구와 아래쪽에 질구가 위치하며, 대전정선, 소정전선, 방요도선 등이 개구(開口)한다.
대전정선(大前庭腺: greater vestibular gland)은 문자 그대로 전정부에 개구한 비교적 큰 분비선인데, 바르톨린선(Bartholin’s gland)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바르톨린선은 질구의 밑, 처녀막 외부의 양쪽에 위치한 콩알만한 분비선으로, 도관(導管)으로서 전정 측벽에 개구한다. 남자의 구요도선(球尿道腺;bulbourethral gland)에 해당하는 관상포상(管狀胞狀)의 점액선인 바르톨린선은 성적 흥분 시 끈적끈적한 점액을 분비해서 질구와 그 주위를 윤활하게 만든다.
소전정선(小前庭腺: lesser vestibular gland)은 질전정의 상피 아래 결체조직층에 있는 점액성의 작은 분비선으로 주로 음핵 가까이에 위치한다. 요도에 개구하며, 구조는 남자 요도의 리트레 선(Littre’s gland)과 같다.
방요도선(傍尿道腺: paraurethral gland)은 외요도구 밖의 원통모양을 띤 두 개의 작은 분비선으로 스킨선(Skene’s gland)이라고도 한다. 비록 방요도선이 남자의 전립선과 상동기관이지만, 여자에서는 퇴화된 까닭에 심한 임질에 걸렸을 때 말고는 있는지조차 구별하기 힘들다.
좌우의 소음순에 둘러싸인 질전정(膣前庭)의 앞쪽 끝머리에 감씨 마냥 도드라져 나온 부위는 음핵(陰核: clitoris)이다. 음핵은 성감이 너무 예민하고 격렬해서 흔히 폭발적인 오르가즘을 불러일으키는 짧은 도화선에 비유된다. 그래서 성과학자들이 여성기를 계측할 때 무심히 손댈 수 없는 까닭에(?) 가장 애먹는 곳(?)이라는 말도 있다.
발생학적으로 똑같이 생식결절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음핵은 남성의 음경과 상동기관이다. 따라서 남자의 음경과 마찬가지로 음핵 역시 해면체(海綿體)로 구성되고, 혈관과 신경섬유들의 분포도 많다. 외부 자극에 의해 혈관이 많은 해면체 내로 혈액이 유입되면, 음핵도 남자의 음경처럼 발기하는데, 그 크기는 5~7mm이던 보통 때의 1.5배 가량에 이른다. 또 음경의 귀두를 포피가 감싼 것처럼, 음핵도 음핵포피에 둘러싸서 너무 과(過)한 느낌(?)을 받지 않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남자도 과장포피(過長包皮)일 때는 포경수술을 하듯이, 여자도 음핵포피가 늘 음핵을 덮고 있을 때는 수술하는 게 좋다. 예민한 음핵귀두부가 항상 노출되어 느낌이 지나친 것도 문제이지만, 성감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불량 도화선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음핵은 크기 면에서는 음경에 절대 못 미치지만 분포된 신경의 수는 엇비슷해서, 오르가즘이라는 폭탄에 최근접한 여성 성감의 중심 부분이다.
처녀막(處女膜: hymen)은 질 입구에 자리하면서 여성의 외성기와 내성기를 구분하는 엷은 막이다. 어원적으로는 분명 ‘membrane’이라는 단순한 막(膜)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혼인의 신 ‘하이멘’에 근거해서 ‘처녀’라는 접두어가 붙는 까닭에, 처녀막은 뭇 남성들의 중대한 관심사다. 포유류 중 처녀막을 가진 동물은 인간과 두더지뿐이고, 여성의 처녀막이 성적으로는 아무런 기능을 갖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처녀막은 순결의 파수꾼인양 여겨져 온 것이다.
이는 여성의 질구(膣口)는 처녀막이라는 얇은 막으로 덮여 있는데, 오로지 첫 성교에 의해서만 파열된다. 이 첫 파열 때 출혈과 아픔이 반드시 동반된다는 실로 웃기지도 않은 낭설 때문이었다. 특히 출혈이 없으면 처녀가 아니라는 관념이 남자들 사이에선 종교적일 정도로 깊이 뿌리 박혀서, 신혼 첫날부터 시비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처녀막은 성교 이외의 가벼운 스포츠로도 자연히 파열될 수 있고, 또 하루 여남은 번의 성교나 일곱 여덟 차례 이상의 출산으로도 전혀 손상 받지 않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떤 종류의 처녀막을 갖고 태어났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처가 났거나 처녀막이 없다고 해서 아무에게나 인심 좋게 허락했다고 볼 수도 없고, 또 처녀막을 갖고 있다고 해서 한 번의 경험도 없는 참한 여성이라고 볼 수도 없다. 심한 경우엔 처녀막이 질 입구를 완전히 봉쇄해서 생리혈이 밖으로 나오지 않아 질강(膣腔)에 고여 있는 여자도 있다. 이런 처녀막 폐쇄의 여성은 하복통으로 고생하다가 부모의 걱정으로 병원에 끌려가게 된다. 또 그토록 성스러운(?) 처녀막이 의사의 수술 칼로 찢겨지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요즘처럼 처녀막 재생수술이 간단히 이뤄지는 시대에 처녀인지 아닌지는 본인과 신(神) 밖에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아까울 신혼초야에, 처녀막 파열에 따른 출혈 여부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는 행동은 어리석은 짓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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