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교수 성학, 불알 두쪽은 차고있다

가진 재산도 없고, 사회적 지위 역시 보잘 것 없는 남자일지라도 “불알 두 쪽은 차고 있다”고 말할 만큼 고환은 남자를 상징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생리학적으로도 고환은 남자를 남자답게 만드는 두 가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첫째는 아기씨 정자를 생산해서 종족보존의 본능을 달성하는 일이고, 둘째는 남성 호르몬을 분비해서 2차 성징은 물론 성교 등 남자의 구실을 완수하는 일이다. 때문에 양쪽 고환이 아예 없거나 그 기능이 심하게 저하되면 남성으로서의 생식능력과 성교능력을 상실한다. 그렇다면 고환의 기능은 어떻게 알아보느냐? 무엇보다도 먼저 그 크기를 살펴봐야 한다. 이는 고환의 크기가 남성의 성생식 능력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고환은 세 가지 세포군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정세포(精細胞)로서 기저막으로 둘러싸인 직경 0.2㎜에 30㎝되는 정세관(精細管)속에 있는데, 이곳에서 정자를 생산한다. 둘째는 정세포의 기능을 돕는 지주세포(支柱細胞)로서 정세관 속의 정세포 사이에 있다. 이 지주세포는 다시 지지세포(支持細胞: sustentacular cell)와 세르톨리세포(Sertoli’s cell)로 구성된다. 마지막으로는 정세관 사이에 분포한 간질세포(間質細胞: interstitial cell)다. 이곳에서 남성 호르몬을 분비하며, 독일 해부학자 이름을 따서 라이디히세포(Leydig’s cell)라고도 한다. 한편 하나의 고환에는 정자의 생성에 가장 중요한 정세관이 300~600개 정도 들어있다. 이 정세관들이 고환의 90% 정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고환의 크기가 정상범위보다 작은 경우는 가장 많은 비율의 정세관이 결여됐거나 퇴화했음을 의미하며, 당연히 생식능력에 지장이 초래된다.
대략 다섯 단계로 나뉘는 고환의 발육단계를 살펴보자. 첫째는 태생기(胎生期)로서 태생 7~8개월경이 되면 발생지인 복부에서 안주처인 음낭(陰囊;scrotum) 속으로 내려오는데, 이때의 크기는 1ml 정도이다. 둘째는 생후 4살까지의 정지기(靜止期)다. 신체의 다른 부위처럼 급속히 자라지 않아 크기가 2ml 정도에 불과하다. 셋째는 4살부터 11살까지의 성장기(成長期)다. 남성 호르몬을 분비하는 간질세포는 아직 없고, 완전하지 못한 정세포가 나타나며 이때의 크기는 4ml 정도다. 넷째는 11살에서 15살까지의 성숙개시기(成熟開始期)다.
정세포가 분열해서 정자를 만들기 시작하고, 간질세포도 출현하는데, 크기는 약 10ml이다. 마지막은 15~19살까지의 성장완성기(成長完成期)로서 완성된 정자가 나타나고, 남성 호르몬을 분비하는 간질세포도 많이 나타난다. 이때의 고환 크기는 15ml에 이른다. 이후에도 고환은 계속된 성숙을 거듭하지만 22세경에는 더 이상 커지지 않아 성숙이 완성된다. 노년기에 이르러 위축은 오지만 크기에 큰 변화는 없다.
‘남성클리닉’을 운영하는 저자의 기억에 쉬 잊혀지지 않는 환자가 몇 명 있다. 그 중에서도 생식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군 입대를 면제받은 환자가 아버지와 함께 찾아온 경우가 있었다. 그는 고환에 정자를 만드는 정세포는 없고 지주세포만 있는 ‘전 지주세포 증후군(全 支柱細胞 症候群: Sertoli’s cell only syndrome)’을 앓았다. 고환의 크기가 남들보다 작다는 사실만 알 뿐 그 심각성은 몰랐다. 젊은 사람에게 충격을 줄 것 같아 보호자에게 따로 설명해드렸는데, 환자의 아버지는 이런 천형(天刑)이 어디 있느냐며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아버지는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따로 객지생활을 해서, 목욕탕을 함께 가 본 기억이 없노라며 자신의 부족한 사랑을 탓했다. 조기에 발견했다면 혹 호르몬요법이라도 써 볼 수 있지 않았겠느냐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느라 무진 애를 써 저자 역시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이 세상에 자식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기에 자식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다 들어주려 한다. 잘 입히고, 잘 먹이고, 용돈 넉넉히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식의 신체가 제대로 성장하는지 관심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아들자식은 때때로 아랫도리를 만져 보거나 그렇지 않으면 눈으로나마 확인해봐야 한다. 어머니는 이성으로서의 여자가 아닌 그 이상의 존재지만, 한창 성적으로 예민한 사춘기에 자신의 불알을 엄마 앞에 드러내기 아무래도 힘들다. 따라서 부자(父子)가 알몸으로, 적나라한 대화가 가능하도록 가끔은 목욕탕에 함께 갈 것을 권하고 싶다. 이는 전적으로 아버지의 몫이고, 의무이며, 사랑이다.
‘고추잠자리’를 두 글자로 줄이면? 정답은 ‘팬티(panty)’다. 과거 어렵던 시절에 팬티는 그냥 바지를 입자니 허전해서 입는 속옷에 불과했다. 그러나 요즘은 많이 달라져 속옷에도 패션 바람이 불어 닥친 지 오래고, ‘바이오(bio)’ 열풍에 힘입어 ‘팬티도 숨을 쉰다’며 ‘바이오팬티(bio-panty)’까지 등장했다.
신용카드 한두 장 없는 사람 없을 텐데, 매달 한 번씩 배달되는 카드회사 발급의 상품안내서에서는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을 담은 최고의 선물’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형형색색의 바이오팬티 광고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약과다. 남성 성기의 귀두부 감각을 둔화시킬 목적으로 귀두부가 닿는 부분만 까슬까슬한 삼베로 처리한 이른바 ‘정력팬티’도 소개된 지 꽤 됐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남성용 팬티스타킹도 등장해 정말 가관이다.
팬티의 색깔이 어떻건, 바이오 처리를 했거나 말거나, 귀두부에 깔깔한 자극이 가해지게 만들어졌건 그렇지 않건, 모든 남성용 팬티는 헐렁한 게 최고다. 이왕이면 권투선수들이 입는 팬티, 전문용어로 ‘트렁크(trunk)’가 뛰어난 통기성(通氣性)을 지니므로 더욱 좋다. 왜 그럴까?
여성의 난소에 해당하는 남성의 고환은 여성처럼 원래 뱃속(복강 내)에 있었지만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주머니(bag)라는 뜻의 음낭(scrotum) 속으로 내려오게 된다. 앞서 살펴본 대로 고환은 씨톨인 정자를 생산(하루 약 2억 마리)하는 곳이며, 이를 위해서는 체온보다 섭씨 3~4도 낮은 저항온(低恒溫)의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따라서 체내에 있으면 체온으로 덥혀져 정자 생산에 지장을 초래하므로, 몸 밖에 매달려 체온보다 낮은 온도를 유지하려고 고환은 출생 전에 이미 주름투성이의 음낭으로 하강하는 것이다.
주름이 많은 까닭은 열을 발산시키기 위한 면적을 넓게 해서 속에 담긴 고환을 잘 식혀 주려는 뜻이니, 음낭은 훌륭한 라디에이터(radiator)의 역할을 수행한다. 또 제고근(提睾筋)과 음낭피하근(陰囊皮下筋)의 수축·이완에 따라 더울 때는 축 늘어지고, 추울 때는 오그라드는 이유도 고환에 일정온도를 맞춰주기 위함이다. 아울러 고환이 뱃속에 있는 게 더 안전하리라 생각하겠지만, 실은 주머니 속에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외부의 충격을 쉽게 벗어날 수 있어서 외상(外傷)으로부터도 더 많이 보호된다.
한편 출생 전에 복부에서 음낭으로 내려가야 할 고환이 제대로 내려가지 못한 잠복고환(潛伏睾丸)은 조기(早期)에, 적어도 4~5세 이전에 발견해서 음낭으로 내려주는 수술을 받지 않으면 후에 불임을 초래할 수 있다.
고환이 고온이나 더운 환경에 노출되면 정자생성이나 정자성숙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이를 응용해서 인도에서는 한때 산아제한의 목적으로 남성에게 뜨거운 욕탕에 들어가기를 권장했다. 또 피임이 필요한 애인과의 은밀한 여행에는 온천지가 최적이라는 이야기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나 되는 걸 안 되게끔 하기보다는 안 되는 걸 되게끔 하는 게 의학의 목적이다. 이런 까닭에 ‘고환 냉각팬티(scrotal hypothermia)’라는 좀 희한한 장치가 개발됐다.
이는 고환을 둘러싼 음낭부위를 인위적으로 냉각시켜 고환온도를 낮춤으로써 정자형성 기능을 향상시키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얼음주머니를 차게 한 치료만으로도 정자감소증과 정자무력증 환자의 경우, 치료 전보다 정자 수가 3배나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최근엔 좀 더 복잡하게 만든 얼음주머니를 수면 중에 차는 방법을 2개월간 시행한 결과, 정자감소증 환자의 60% 이상에서 정자 수가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런 고환의 특성에 입각하면 남성들의 하의는 통풍이 잘 되는 얇은 게 좋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래서 해외토픽란에 단골로 등장하는 시스루(see through) 패션은 여성의 상의보다는 남성의 하의에 더욱 알맞은 패션이다. 물론 여성들이야 질겁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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