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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뎁스리포트]대한민국 '골드러시(Gold Rush)' 대해부②금광, 투자와 투기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어서

등록 2012.02.24 17:53:17수정 2016.12.28 00: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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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그래픽 윤정아 기자)

【서울=뉴시스】이인준 · 정의진 기자 / 그래픽 윤정아 기자 = 1998년 1월 중순 서울 마포의 쌍용황금아파트 재개발 현장. 터파기 공사를 벌이던 중 한 인부가 소리쳤다. “금이다!” 현장에 있던 모든 인부들의 눈이 일제히 공사장 한 켠에 무더기로 쌓인 돌더미에 날아와 박혔다. 광물감정원의 감정결과 돌 1t당 14.5g의 순금을 만들 수 있는 수준. 한 때 국내 최대 금광산 중 하나였던 무극광산에서 나오던 금덩이(15g/t)와 맞먹었다.

하지만 기쁨은 거기까지였다. 재건축조합은 입주일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발견현장을 시멘트로 덮어버렸다. 따지고 보면 얼마나 나올지 모를 금보다 서울 한복판 ‘금싸라기’ 땅의 가치가 더 높은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래서 황금은 이제 아파트 이름으로만 전해지고 있다.

금은 사실상 어디에든 있다. 깊은 산골짜기는 물론, 아파트 놀이터 모래밭에도 있을지 모른다. 바닷물에도 금이 녹아있고 화강암, 사암, 석회암 등 암석에도 미량이지만 금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1980~90년대 국내 금광이 채산성 악화로 줄줄이 문을 닫았던 것처럼, 금광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최우선적인 조건이다. 하지만 자로 재듯 추정 매장량을 정확하게 계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소망할 뿐 확신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소망과 욕망의 가늠할 수 있는 잣대를 인간은 가지고 있지 않다. 금광 산업이 투자와 투기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건너고 있는 이유다.

◇누가 ‘황금’을 알아볼 수 있겠어?

투자와 투기의 간극을 좁히는 것은 과학의 힘. 자원개발 기술사의 몫이다. 이들은 광물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 광맥의 길이와 광물을 분석, 정확한 추정 생산량을 계산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수 십년동안 광업에 대해 관심이 줄어들다보니 전문적인 기술사 인력을 찾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이는 금광만의 문제는 아니다. 희토류 같은 희귀 광물을 포함해 철, 텅스텐 가릴 것 없이 광산업 전체에 공통된 문제다. 한 광산업자는 “금맥은 석회암이나 맥반석 등 흔한 광물을 찾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문제”라며 “현재 자원개발 기술사 중 금광에서 현장 경험을 가진 기술사는 한 두 사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 한국 현실에서 금광 산업이 넘어야할 가장 큰 벽이다.

금광은 또 투기를 넘어 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00년대 초반 금광개발 열풍이 또 한 차례 우리나라를 덮친 일이 있었다. 당시 벤처기업 붐이 일면서 투자금이 모여들었다. 이 투자금 중 일부는 금광을 개발하는 데 들어갔다. “모르긴 해도 ‘묻지마 투자’ 붐을 타고 금광 산업으로 200억~300억원은 흘러들어갔을 것”이라고 한 광산업자는 회상했다.

광업법에 따르면 광업권은 탐사권과 채굴권 두 종류로 나뉜다. 탐사권은 말 그대로 금이 있는지 없는지 조사해볼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실제로 땅 속에서 광물을 캘 수 있는 채굴권은 나중 문제다.

탐사권을 얻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비용도 많이 들지 않아 고작 몇 백만원이면 탐사를 마칠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시 탐사보고서만 가지고도 금광 개발이 가능한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이는 사건도 발생했다. 욕망은 사람들을 쉽게 위험으로 끌어들인다.

‘동아건설 사건’도 이와 유사한 사례다. 2000년 12월, 부실 경영으로 유가증권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던 동아건설의 주가는 1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발단은 동아건설이 정부연구기관인 한국해양연구소와 보물선 탐사에 나섰다는 소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부터였다. 당시 동아건설은 1905년 금화를 싣고 가다 울릉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러시아배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를 탐사할 수 있는 권리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탐사권’일 뿐이지 실제로 현장에서 돈스코이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동아건설의 주가는 미친 듯 날 뛰다 3주만에 6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결국 다음해 법정관리 폐지 결정이 나면서 동아건설은 상장폐지 됐다.

돈스코이호의 ‘유령’ 동아건설은 이후 장외시장에 내려간 후에도 시장을 떠돌았지만 실제로 확인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황금을 보는 사람들의 눈은 땅 위에 있지 않고 하늘 위에 있기 때문이다. 황금이 황금인지 가려낼 수 있는 눈은 아무에게나 달려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채산성은 높아졌지만…광산 개발은 ‘글쎄’

금값이 오를수록 당연히 금광의 경제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광물가격은 등락폭이 크다. 그래서 투자 위험도 크다. 게다가 수십년간 금광이 투기꾼들을 농락하는 장이 된 탓에 투자자들의 불신은 골이 깊다.

이 때문에 금광업자들은 자금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한 금광업자는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채굴권만 가지고도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가 있었다”고 회상한다. 금광으로 내려가면 지역 은행장들이 줄줄이 찾아와 운영자금을 대출해갈 것을 권유했다는 것.

하지만 그동안 은행의 금융 환경이 급속도로 변했다. 이제 채굴권만 보고 돈을 빌려주는 은행은 없다. 금광을 담보를 잡혀도 고작 공시지가로 계산해 자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제 금광 산업에 우호적인 사회는 갔다.

게다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광산 재개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전북도는 운주면의 운주광산에 관한 채광인가건에 대해 불인가를 통보했다. 광산 개발을 허가하면 지하로 들어가면서 지하수를 퍼내기 때문에 수질보전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게 불인가 통보의 골자다.

결국 국내에서 금광을 재개발한다는 것은 이미 광산을 가지고 있거나 현재 운영 중인 광산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이 갈수록 ‘금보다’ 귀한 광물이 되고 있다. 특히 국내 IT 산업이 성장하면서 전자부품에 쓰이는 금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금의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2차 ‘황금광시대’가 멀리 있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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