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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심화 영혼]천도재 지냈는데, 효과 없다…왜?

등록 2012.07.04 07:01:00수정 2016.12.28 00: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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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묘심화 스님의 '영혼' <58>  영혼을 위해 수많은 천도재를 지내다보니 간혹 돌아가신 부모님이 베풀어준 은혜를 진정으로 마음속에 되새기며 영가가 왕생하기를 간절하고 맑은 마음으로 기원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참된 천도의 의미를 망각한 채 영가를 위하기보다는 자신의 안위와 복록만을 위해 재의식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자비정사 주지

【서울=뉴시스】묘심화 스님의 '영혼' <58>

 영혼을 위해 수많은 천도재를 지내다보니 간혹 돌아가신 부모님이 베풀어준 은혜를 진정으로 마음속에 되새기며 영가가 왕생하기를 간절하고 맑은 마음으로 기원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참된 천도의 의미를 망각한 채 영가를 위하기보다는 자신의 안위와 복록만을 위해 재의식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천도재는 첨단 과학문명의 세계에서도 해결해줄 수 없는 영계의 존재를 향한 인간의 원초적인 기원이다. 인터넷으로 지구촌 곳곳의 사람들과 이메일을 주고받고, 핸드폰으로 머나먼 이국땅에 살고 있는 친척과도 통화가 가능한 과학 만능 시대에 죽은 자를 위한 천도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론을 제기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가족들의 죽음을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무리 발달된 첨단 과학이나 그 어떤 것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오직 종교적 의식만이 영혼과 함께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실존의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빙의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치유하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을 보다 좋은 곳으로 보내주기 위해서, 귀신에 시달리는 육신을 벗어나기 위해서 등등 각양각색의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필자를 찾아온다. 그들은 저마다의 사연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49재나 천도재, 구병시식 등에 대한 보이지 않는 갈등을 표출할 때가 많다. 신심이 깊은 신앙인들도 막상 49재나 천도재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하면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천도재를 비롯한 영혼을 위한 의식들은 아직 일반인들에게 무척 낯설고 신경 쓰이는 의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이다.

 재를 지내는 것은 돌아간 영혼을 위한 자리임과 동시에 남은 가족들을 위한 자리이기도 하므로 그 깊은 뜻을 잘 알고 재 기간 동안 맑고 청정한 마음으로 임해야 영가와 가족 모두 새로운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경건한 자리가 됨을 알아야 한다.

 미망의 세계에서 고통 받는 영혼과 중생들을 지고지순한 정신의 세계로 인도하는 의식의 극치가 바로 49재요 천도재임을 분명히 알고 기도에 임해야 하는 것이다. 천도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의식을 주관하는 스님의 법력이다.

 천도재를 주관하는 스님은 영험한 능력으로 구천을 헤매는 영혼들을 극락왕생케하여 가족들로 하여금 공덕을 쌓을 수 있어야 한다. 천도재를 지낸 후에도 별 효과가 없는 경우는 대개 능력이 부족한 무속인이 천도재를 빙자한 굿을 하기 때문일 때가 많다. 사실 무속인들이 천도재를 주관한다는 말 자체가 상당히 어폐가 있다. 왜냐하면 무당 자신이 잡신에 중독된 빙의 환자인데 남의 귀신을 천도시킬 만한 능력이 되겠냐는 것이다.

 무당들은 전반적으로 표정이 어둡고 이런저런 잡병에 걸려 늘 몸이 아픈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천도재를 주관하면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이나 친지 전체에 우환이 연속된다. 귀신을 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데도 계속 천도재를 주관하니 천도하기 위해 불러낸 영가가 갈 곳으로 안 가고 자신의 몸에 달라붙어 귀신 포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천도재를 주관할 만한 능력을 지닌 천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필자의 판단으로는 높은 법력의 경지에 오른 스님, 신부, 목사 등 성직자가 가장 적합한 천도자인 것 같다. 법력이 높은 성직자들이 주관하는 천도야말로 원한에 사무친 영가들을 편안하고 안정된 좋은 영계로 떠나보낼 수 있는 것이다.

 천도재를 올리다 보면 원한이 깊이 사무친 귀신이나 중음계에서 아주 오래 머문 귀신, 악기(惡氣)가 흘러넘치는 귀신들은 항상 필자와 한바탕 싸움을 벌이게 된다. 그만큼 어려운 고투를 벌여야만 이런 악령들의 천도가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일반인에게 나쁜 기운이 유입된 시간이 오래된 귀신들은 천도하기가 무척 힘들어 한 번의 재만으로는 어려워 두 번, 세 번 천도재를 지내곤 한다.

 이런 귀신들은 무당의 굿은 말할 것도 없고 스님이나 목사님의 기도로도 천도가 불가능하며 특별한 법력자를 인연으로 만나 천도의식과 계속적인 법력의 도움이 뒤따라야 한다. 한 번의 천도의식으로는 일시적으로 그 기운을 꺽을 수 있지만 원천 봉쇄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일 어설프게 굿을 하거나 소홀하게 취급하면 그 영가는 더욱 대대손손 가족들을 따라다니며 집안을 어지럽게 괴롭힌다.

 옛말에 ‘하늘 사람은 물을 유리 궁전으로 보고, 산 사람은 물로 본다. 고기는 물속에 살면서도 물을 보지 못하고 귀신은 물을 불로 보기 때문에 천도재에서 감로수 진언을 외워주어 귀신에게 물을 마실 수 있게 하는 것’이라 했다.

 이런 혼탁한 영혼을 앞에 불러놓고 설법을 하여 영가가 곧 마음을 비우고 그릇되게 가졌던 마음들을 접고 깨달을 때 가족의 병고와 빙의 환자들은 정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영가는 마음으로 통하는 존재이다. 마음을 그릇되게 가질 때 영가는 천도되지 않는다. 미혹한 영혼을 좋은 세상으로 인도해주고 나면 비로소 막혔던 모든 일들이 서서히 바로 잡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계속> 물처럼 출판사

 자비정사 주지 02-39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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