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센치' 권정열·윤철종, 야하게 즐겼다…2.0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가수 십센치가 10일 오후 서울 서교동 클럽 에반스에서 열린 정규 2집앨범 언론 음악감상회에서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email protected]
1년8개월 만에 정규 2집 '2.0'을 발표한 인디듀오 '십센치'(10㎝)의 보컬 권정열(29)은 "2집은 1집보다 촌스럽다. 세련미를 억지로 최대한 없애려고 투박하게, 여유롭게 녹음했다"고 밝혔다.
2010년 디지털 싱글 '아메리카노'로 이름을 알린 십센치는 지난해 2월 정규 1집 '1.0'에서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죽겠네' 등을 히트시키며 3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 단숨에 톱 밴드 반열에 올랐다.
이번 앨범에서는 십센치의 트레이드마크인 어쿠스틱 기타와 젬베 사운드를 벗어나고자 했다. 독특하고 생활적인 콘셉트의 가사는 여전하나 힘을 뺀 듯 편안한 느낌이 배가됐다. 악기 역시 기존의 소규모 편성과 달리 아코디언, 콘트라베이스, 트럼본 등 다양해졌다.
권정열은 "2집을 내기까지 시간이 좀 지났다"면서 "1집은 기존 곡을 싸그리 모아 낸 앨범인데 반해 2집은 새로운 곡들을 녹음해서 담았다"고 소개했다.
1집을 멤버들은 좋아하지 않었다. "만족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음악 잘하거든요. 1집 때는 그런 부분이 왜곡돼서 안타까운 것이 있었어요. 하하하. 1집은 좋게 말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에너지가 있었던 대 반해 너무 욕심을 낸 단점이 있었죠. '보일러가 고장나서 울지' 등 너무 대놓고 (감성적인) 장치를 넣은 가사 등이 아쉬웠습니다." (권정열)
1집은 즐기지 못했으나 2집은 즐기면서 만든 앨범이다. "1집은 처음이라 치열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었어요. 2집은 천천히 길게 해서 즐기면서 녹음했죠. 1집 녹음은 지옥 같았기 때문에 끝난 뒤에 즐거웠지만 2집은 마스터링이 끝날 때 아쉽더라고요." (권정열)
탄탄한 연주력을 자랑하는 모던록밴드 '데이브레이크'의 베이시스트 김선일(37)이 디렉팅을 맡은 이번 앨범은 타이틀곡을 3개나 내세웠다. '비틀스'부터 '낭만에 대하여'의 최백호, 노르웨이 인디 팝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등을 모두 녹여냈다.
최우선 순위인 '파인 땡큐 앤드 유?'는 실제 녹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드럼과 기타 등 저가 빈티지 악기들과 마이크로 1960년대 록밴드 '비틀스' 사운드를 재현하려고 노력한 곡이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가수 십센치가 10일 오후 서울 서교동 클럽 에반스에서 열린 정규 2집앨범 언론 음악감상회에서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email protected]
권정열이 1집 때 주로 사용한 젬베는 뺐다. "제가 질려서요. 젬베 쓰는 사람도 아니고 잘 치지도 못하고. 또 젬베를 쓰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좀 더 깊이 있는 사운드를 위해 1집이라면 젬베를 쓸 부분을 이번에는 다른 악기로 채웠습니다."
'어덜트 타이틀'을 표방한 '한강의 작별'은 권정열 특유의 끈적거리는 목소리와 구슬픈 아코디언 소리가 콘트라베이스와 절묘하게 조합됐다. "실제 가사도 한강에서 만든 것인데 최백호 선생님께 드리려고 했어요. '가요무대'를 생각하고 만든 곡이거든요. 허허허."
'19세 미만 청취불가'인 '오늘밤에'는 야한 감성을 풍긴다. 가수 최성수(52)의 '누드가 있는 방'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곡은 처음으로 시도되는 댄서블 비트와 기타 윤철종(30)의 내레이션이 인상적이다. 포기할 수 없는 'F○○○'이라는 욕 때문에 자체적으로 19금을 설정했다. 이 노래를 라이브로도 들려주고 싶어 클린 버전도 수록했는데 욕을 '풋'으로 바꾸기도 했다. 기타와 코러스를 맡은 윤철종(30)의 내레이션이 인상적이다.
"내용은 '메밀꽃 필 무렵'의 감성이에요. 중간의 위험한 단어를 포기 못했죠. 일부러 믹싱할 때 소리를 키우기도 했어요. 하하하." (권정열) "페스티벌에서 팬들과 함께 손가락으로 욕을 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노래하고 싶은 곡이기도 하죠." (윤철종)
멤버들이 나이를 먹었어도 이처럼 십센치 특유의 '야한 감성'은 여전히 꿈틀댄다. 십센치 특유의 남성이 여성에게 조르는 정서가 가득한 '고추잠자리'를 비롯해 '냄새나는 여자' '너의 꽃' 등 언뜻 봐서는 모르지만 성적인 은유가 넘실대는 곡들이 그득하다. 여성의 속살이 드러나는 사진을 가득 담은 앨범 재킷 역시 그렇다.
권정열은 "한 곡('오늘밤에') 말고는 여성부에서 금지시킬 것이 없다"며 웃었다. "재킷은 커플이 운영하는 디자인회사가 디자인했는데 본래 여성 모델을 쓰려다 커플 중 여성이 직접 나섰다고 그러더라고요. 촬영장에 못 가서 아쉬웠어요. 하하하. 본래 재킷 표지는 되게 야했어요. 예전에 신은경씨 나온 영화 '노는 계집 창' 포스터에 나오는 그런 포즈였는데…. 이런 것을 넣으면 범죄라고 하더라고요. 이번 앨범 재킷으로 문제가 되지 않으면 좀 더 가려고요. 하하하."
두 멤버는 야한 것을 정말 좋아한다. "한국 음악에는 그런 것이 별로 없잖아요. 어른들이 음악을 많이 듣는데 그런 이야기가 없죠. 쉬운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담을 것 담자고 했죠. 성인가요로 채워 다 (빨간) 딱지를 붙이려고 했는데 초심이 변했는지 그게 안 됐어요. 개인적인 생각인데 1~10번 모든 트랙을 섹스를 문학적으로 풀어서 만들고 싶어요." (권정열)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가수 십센치가 10일 오후 서울 서교동 클럽 에반스에서 열린 정규 2집앨범 언론 음악감상회에서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email protected]
1집 때는 경험이 바탕이 된 현실성 있는 노랫말로도 주목 받았다. 권정열은 "당시 만들면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래봤자 다 지어낸 이야기였다"면서 "삶에서 느낀 바가 스파크가 돼 가사를 썼다"고 전했다. "이번에는 가사 욕심을 버렸어요. 빨리 질리는 것도 있고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것 같아서…. 최대한 진정성을 담고자 했습니다"고 고백했다.
1집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는 권정열은 "1집은 분수에 맞지 않게 잘 된 것 같다"면서 "2집에서 우리가 뮤직비디오를 만든 것도 아니고 앨범에만 투자를 했으니까 잃을 것이 없다"는 태도다. 그러면서 "번 돈을 부모님께서 가져가 저희에게 남은 돈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음원차트를 주식차트 보는 것처럼 확인하고 있어요. 앨범 나온 오늘 에픽하이에게 밀렸는데…"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1집에서 인기를 누린 부분을 일부러 강조하는 등 노림수를 배제했다. 권정열은 "노림수를 두면 오히려 통하지 않고 노림수를 두지 않는 부분에서 반응이 오더라"면서 "그런 영리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대형 공연장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권정열은 "지금이 아니면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즐거워했다. "한국 공연 문화가 아직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을 해요. 손연재가 체조하는 곳(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좋은 공연을 하고 싶어요."
1집에 비해 2집은 제도권 음악 속으로 들어왔다는 지적도 있다. "1집은 함축적이었어요. 그 이외의 것이 없죠. 2집은 곡이 너무 많아서 자를 것 잘랐는데, 통일성을 꾀했습니다. 이번에 담지 못한 곡으로 3집도 만들 수 있어요. 1집과 다르다면 제도권에 속하려고 했다기보다는 변화의 과정에 속한 앨범이라는 것이에요." (윤철종) "멜론 차트에서 1등하는 음악을 우리도 만들고 싶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은 하지 못할 것 같아요." (권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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