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열 공부법]학교를 믿습니까? 학원을 믿습니까?

<1>학교를 믿습니까? 학원을 믿습니까?
【서울=뉴시스】=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 그런데 성적이 신통치가 않다. 사춘기 아이가 반항이 심하고 집에서는 통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럴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할까요? 학교로 가십니까? 가서 아이 선생님과 진지하게 상담을 하시나요? 여러분은 학교를 믿습니까? 아니라는 분이 더 많을 겁니다. 네, 그렇습니다. 아이 성적이 떨어지면 부모들은 학교가 아니라 학원으로 갑니다. 학원에 가서 원장님이나 강사나 상담실장을 붙들고 하소연을 합니다. 우리 애가 성적이 안 나와요. 수학이 너무 어렵대요. 이래서 SKY에 갈 수 있을까요? 어떡하면 좋지요?
많은 부모가 아이의 공부를 학원에 맡깁니다. 학교보다는 학원을 믿기 때문이지요. 학교는, 적어도 일부 부모들에게는 아이의 공부를 책임져 주는 곳이 아닙니다.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아이가 올바르게 자라도록 인성을 책임져 주는 곳일까요? 하지만 매시간 다른 반에 들어가서 수업하는 선생님들은 학생들 이름조차 외우기 어렵습니다. 담임선생님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역시 부모들은 학교가 아니라 학원을 찾습니다. 학원 강사들은 적어도 하루에 두세 시간씩 학생들을 만나고, 게다가 전적으로 성적도 책임져 주지 않습니까? 학원에 찾아와 한 시간, 두 시간씩 하소연하고 가는 어머니들도 있습니다. 그럼 부모들은 학교에 무엇을 원할까요? 슬프지만 그 답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학교는 가야만 하는 곳이니까 그냥 가는 곳일 뿐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사례-학생 인터뷰 "모르는 문제가 있어서 수학 선생님께 물어봤더니 '학원에서 안 배웠니?'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선행 다 되어 있지? 지금 선행이 안 되어 있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하셔서 깜짝 놀랐다. 수업시간에도 설명은 정말 기본적인 것만 하고 아예 놀자판이다. 수업 듣는 애들도 없고, 선생님은 스마트폰만 하고 있다. 교실을 비우고 나갔다 오실 때도 있다. 야자가 아니고 수업시간에. 수학만 그러는 게 아니라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다."
영화 '완득이'에 등장하는 담임 동주 선생님, 일명 똥주는 결손가정 출신에 문제만 일으키는 완득이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습니다. 비록 그 관심이 부담스러운 완득이는 이를 갈면서 제발 똥주 좀 데려가 달라고 기도를 하지만 말이지요. 동주 선생님은 어느 시대에 갖다놔도 훈훈한, 이상적인 스승의 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어떨까요? 우리 아이들의 학교에도 동주 선생님이 있을까요? 성적 문제로, 가정 문제로, 그리고 그 나이 때 아이들이라면 모두 겪을 수밖에 없는 사춘기의 고민으로 방황하는 아이들을 끝까지 붙들어줄 선생님이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아닙니다. 선생님들은,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선생님은 무기력합니다.
물론 선생님들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닐 겁니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고 첫 학교에 발령받았을 때만 해도 선생님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 서서 이 아이들을 열과 성을 다해 가르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합니다. 결과야 어떻게 되었든 노력만은 분명히 합니다. 하지만 학교라는 현장은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도록 도와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방해될 뿐입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데 학교가 방해를 한다? 믿어지지 않으시지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선생님이 학교에서 하는 일은 가르치는 일뿐만이 아닙니다. 한 예로 학교에서 1년에 처리해야 하는 공문이 얼마나 될까요? 100건? 200건? 놀라지 마세요. 거의 1000건에 달합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 학급이 구성되지요? 그럼 우선 학생 상황을 조사합니다. 학생 수부터 시작해서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방과후 수업 수요조사, 초등학교라면 학교 돌봄교실 이용자 파악 등등이 이어집니다. 교과와 관련해서도 물론 업무가 있습니다. 실제 수업을 어떻게 할지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계획 작성, 교과 운영계획 등등에 대한 공문을 작성해야 합니다. 듣기만 해도 숨이 찹니다. 교사의 공문 관련 업무를 줄여야 한다고 말들은 많지만, 실제 이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게다가 업무를 줄여준다고 야심차게 도입한 컴퓨터 시스템은 툭하면 마비되고 오히려 시간만 잡아먹기 일쑤입니다. 이쯤 되면 선생님인지 행정공무원인지 구분이 안 될 지경입니다.
그리고 현행 입시제도가 업무를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현재 대학 가는 방법이 3000개나 된다고 합니다. 선생님 혼자서 이 다양한 입시요강을 꿰뚫고 30명에 달하는 제자들의 입시 지도를 세세하게 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사설 기관에 돈을 내고 입시전략을 지도받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해야 할 일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정시보다 수시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기소개서와 생활기록부가 입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걸 누가 써줄까요? 담임선생님이 합니다. 인생이 걸린 문제이니 자연 학생들도, 선생님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선생님 말씀 한 마디에 당락이 갈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선생님 눈에 뻔히 보이는 단점도 솔직하게 쓸 수가 없습니다. 수업 시간에 만날 엎드려 자는 학생, 어디나 있지요? 생활기록부에 그런 사실을 쓸 수 있을까요? 그랬다간 당장 학생과 학부모가 찾아와 따집니다. 심리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게다가 쓰라는 항목은 왜 이렇게 많은지. 학생 30명 서류를 일일이 작성하다 보면 하루해가 모자랍니다. 그럼 일을 싸들고 집에 갈 수밖에요. 수업 연구요? 당장 발등의 불이 급한데요?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전혀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자기주도학습이 그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내가스터디’라고 부릅니다. 공교육의 맹점과 사교육의 허점을 극복하는 ‘내가스터디’는 가정이 중심이 되는 공부법입니다. 이 내용을 앞으로 하나씩 풀어 보겠습니다.
송재열(시험지존 공부법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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