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길 주차 교통사고 법 적용 "그때그때 달라요"
일선 경찰 사이에서 형법상 과실치사상죄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모든 사고를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23일 오전 8시42분께 경기 안양시 동안구 한 아파트 단지 내 비탈길에 주차됐던 마티즈 차량이 뒤로 밀리면서 박모(65·여)씨가 치여 숨졌다.
TV 수리공인 운전자 김모(57)씨가 기어를 'N(중립)'으로 둔 상태에서 TV 수리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면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완전히 당기지 않아 일어난 사고였다.
CCTV에는 김씨가 주차를 하고 자리를 비운 지 단 5분 만에 차량이 30m 가량 뒤로 밀려 박씨를 치는 모습이 찍혔다.
이 사고에서 경찰은 운전자 김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지만 비슷한 사건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한 사례도 있다.
2009년 12월25일 오후 2시께 광주 북구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이 비탈길에 주차된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에서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사고 전날 밤 운전자가 비탈길에 주차를 하면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기지 않는 등 차량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피해자 사망에 원인이 됐다는 이유 때문이다.
2004년 4월12일 오후 8시35분께 인천 남동구에서도 비탈길 주차차량에 의한 교통사고에서 경찰은 검찰 지휘를 받아 '운전 중 일어난 사고'로 보기 힘들다며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이처럼 같은 비탈길 주차차량에 의한 인사사고에 대해 상황에 따라 법령이 다르게 적용되면서 일선 경찰들의 판단도 제각각이다.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 과실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에게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례법은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관한 형사처벌 등의 특례를 정한 것으로, 어떤 법을 적용하더라도 법정형은 같다. 다만 특례법은 경미한 사고의 경우 피해자와 합의할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마무리돼 피의자 입장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
수원 한 경찰서 교통조사계 경위는 "하차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했느냐에 따라 운전행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두 법의 법정형이 같아 어떤 법을 적용하더라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경찰관은 "형법을 적용하려면 예견 가능성 등 과실의 고의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과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한다'는 특례법 제정 취지로 볼 때 특례법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상당한 시간 동안 차량을 이동시킬 의사가 없었을 경우 형법을 적용하는 것이 맞지만 반대라면 특례법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며 "주정차 목적, 시간, 정황 등 여러 사정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해 모든 상황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도 "일시적인 자리 이탈이라면 운전의 연장선상에서 특례법을 적용하는 것이 맞지만 당장 운전할 수 없는 완전한 자리 이탈이라면 형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사고예방을 위해 사이드 브레이크를 완전히 당기고 돌멩이 등을 받쳐두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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