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주식 시장을 통해본 '지하경제 양성화'

'지하경제 양성화'는 출범 100일(6월 4일)을 앞둔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 목표 중 하나다. '지하경제'란 과세의 대상이나 정부의 규제로부터 피하기 위해 합법적·비합법적 수단이 동원돼 이뤄지는 숨은 경제를 의미한다.
세금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로 소비자가 신용 카드 대신 현금으로 물건을 구입했을 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부터, 대기업의 대규모 탈세까지 모두 지하경제의 범위에 속한다.
따라서 CJ그룹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과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역외 탈세 혐의 모두 '지하경제 양성화' 기조와 충돌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지하경제'의 정의를 '겉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은닉된 경제활동'라고 확대했을 때, 주식시장에도 이 같은 지하경제가 존재한다. 바로 외국인 투자자로 위장한 내국인을 가리키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조세피난처'로 분류되는 영국령 식민지 케이맨 제도에서 우리나라 증시로 들어온 투자가는 모두 2796명으로 집계됐다. 국적별로 살펴보면 미국(1만2163명), 일본(3444명)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케이맨 제도 투자가가 보유한 한국주식과 채권은 7조5000억원 규모로, 케이맨 제도가 한 해에 버는 국부의 3배에 달한다.
따라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자금 정보를 캐내거나, 투자 주최를 밝힐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미비한 실정이다.
CJ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에서도 그룹 총수 일가가 '검은머리 외국인' 행세를 했다는 의혹이 일듯, '검은머리 외국인'들은 주가조작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 매매주체가 외국인으로 분류돼 일반 투자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조차 '검은머리 외국인' 실체를 파악할 정보가 제한돼 주식시장에서 이들이 행할 수 있는 각종 부당행위는 방치돼 있는 상태다.
주식시장에서의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서는 '검은머리 외국인'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범법행위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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