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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섯살 아들이 바뀐 아이라니, 인간 완성의 여정…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록 2013.12.19 06:11:00수정 2016.12.28 08: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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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어느 날 고이 품어 키운 내 새끼가 내 자식이 아니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면. 소소하게 꾸려가던 일상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고통과 그에 따른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삶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 뻔하다.  tekim@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어느 날 고이 품어 키운 내 새끼가 내 자식이 아니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면. 소소하게 꾸려가던 일상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고통과 그에 따른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삶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 뻔하다.

 이런 일은 현실에서도 개연성 높은 ‘사고’다. 산파를 불러 집에서 아이를 낳던 전근대적 방식을 대신해 병원에서 출산을 치르게 되면서 아이가 바뀌는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기막힌 사연들이 뉴스를 타고 널리 알려지기도 했고, 혈연이 아님을 영원히 모른 채 묻힌 케이스들도 꽤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병원에서 뒤바뀌며 운명이 달라진 아이들의 이야기는 TV드라마 ‘가을동화’(2000), ‘반짝반짝 빛나는’(2011)과 같은 픽션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부잣집 장남과 가난한집 막내가 병원에서 바뀐 것이 60년 만에 밝혀진 극적인 사건이 화제가 됐다. 부유한 집 장남으로 자란 아이는 사립학교와 대학을 나와 부동산회사를 경영하고 있지만, 빈곤층 집안의 막내로 자란 아이는 홀어머니 밑에서 근근이 야간학교를 다녔고 병든 형제를 돌보며 결혼도 하지 못한 채 트럭운전사로 일했다. 이러한 사실은 부유한 가정의 동생 삼형제가 맏형이 자신들과 닮지 않았음을 미심쩍게 여겨 DNA검사를 하면서 드러났다. 그러나 이미 친부모는 세상을 떠난 뒤다. 

 19일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51) 감독의 일본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이러한 사례조사 끝에 있음직한 비극적 상황을 신파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인간적 깨달음과 부모로서의 완성, 화해와 용서, 이해와 관용 등을 담아 조곤조곤 풀어냈다.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어느 날 고이 품어 키운 내 새끼가 내 자식이 아니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면. 소소하게 꾸려가던 일상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고통과 그에 따른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삶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 뻔하다.  tekim@newsis.com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을 다니며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어느 날 6년간 키운 외아들 케이타(니노미야 케이타)가 친자가 아니라는 병원의 연락을 받는다. 아내 미도리(오노 마치코)의 고향마을 병원에서 만난 상대 집안은 모든 것이 다르다. 동네 골목에서 전기상회를 운영하는 유다이(릴리 프랭키)는 바뀐 아들 류세이(황쇼겐)을 비롯한 세 아이를 키우며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아버지로서의 사랑과 다정함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일본의 사회구조와 정서는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아 공감도가 높다. 료타는 주말을 희생해가며 직장에 매달리는 샐러리맨으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엄하게 대할 뿐이다. 도쿄 시내 고급아파트에 사는 외동아이 케이타는 벌써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고 사립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학원에 다닌다. 미도리가 전업주부인 반면, 동네사람들을 상대로 전구나 팔며 살아가는 유다이의 아내 유카리(마키 요코)는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도시락가게에서 일을 한다. 하지만 유다이가 워낙 아이들을 잘 돌봐주는 덕분에 육아에 대한 부담은 던 상태다. 여리고 욕심없는 성격의 케이타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유약하다. 료타를 닮아 키가 크고 집념이 강한 류세이는 활달하기 그지없다.

 유들유들하고 낙천적인 유다이 부부는 “우리는 아무 아이나 키워도 상관없다”며 “개나 고양이라도 그렇게 쉬 맞교환할 수 없다”는 쪽이고, 마음이 약한 미도리는 “난 엄마인데 깨닫지 못하다니”라며 자책감에 시달린다. 케이타가 아내를 닮았다고만 생각했던 료타는 자신을 닮은 아이에게 집착을 드러내며 “두 아이 모두 우리에게 달라”며 욕심을 부린다. 하지만 아이들로서는 어느 쪽에 더 정이 갈지 안 봐도 뻔하다. 이 지점에서 료타는 좌절감을 느끼며 서서히 아버지로서의 스스로를 되돌이켜보게 된다.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어느 날 고이 품어 키운 내 새끼가 내 자식이 아니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면. 소소하게 꾸려가던 일상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고통과 그에 따른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삶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 뻔하다.  tekim@newsis.com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집안은 수개월간 교류하며 아이를 맞바꿀 준비를 해나간다. 아무리 혈육을 찾아오려 해도 그동안 키운 정을 떼기 힘든 것이 부모 마음이다. 아이들로서도 갑자기 부모가 바뀌고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버지와 함께 목욕을 하고 뛰어노는 것이 익숙한 시골아이 류세이는 홀로 목욕하고, 갑갑한 아파트에 갇힌 것이 영 불편하다. 외동이로 자란 케이타는 만두 하나도 경쟁하며 먹어야하는 상황이 영 익숙하지 않다. 무엇보다 친부모로 생각하고 있는 엄마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버림받았다는 상처가 아이들을 떠나지 않는다.

 이러한 가운데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이기에 아빠라고 불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료타는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라고 하자 “왜”라고 묻는 류세이에게 말문이 막힌다. 이 장면이 엇비슷한 소재를 지닌 여타 범작들과 명확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생을 뒤집어 업는 엄청난 사건이 들이닥쳤는데 등장인물들은 순종적 일본인답게 유달리 침착하고 조용하다. 대신 주인공 료타는 부모의 역할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고뇌한다. 질투와 스트레스로 범죄를 저지른 간호사와 의붓아들을 보며 무너진 그는 마음을 열지 못했던 새어머니에게 진심의 전화를 걸기도 한다.

 고난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가는 것이 생이라면, 이것은 분명 그에게 아버지로서의 기회다. 미칠 듯한 상황 속에 던져진 료타는 깊은 자각과 인간적 성숙을 향해 한 발 나아간다. 고레에다 감독은 감정은 절제하면서도 세세한 묘사, 꼼꼼한 설정들로 주인공의 내면의 갈등과 변화를 이해 가능하도록 따라잡는다. 특히 각본에 무척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는데, 인물들이 보여주는 관계와 사소한 언행, 대비되는 두 가족 설정,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그냥 흘러나온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짠한 감동과 함께 부모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되짚어보도록 만든다.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어느 날 고이 품어 키운 내 새끼가 내 자식이 아니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면. 소소하게 꾸려가던 일상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고통과 그에 따른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삶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 뻔하다.  tekim@newsis.com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독립TV 프로덕션에서 유수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낸 경험을 바탕으로, 1995년 제52회 베니스영화제 촬영상을 수상한 미다모토 테루 소설 원작의 장편영화 ‘환상의 빛’으로  데뷔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아온 그는 2004년 ‘아무도 모른다’로 연기경력이 전무한 13세 소년 야기라 유야에게 칸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의 영예를 안긴다. 2009년에는 한국배우 배두나에게 일본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긴 ‘공기인형’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엄마에게 버림받은 도심 아파트 사남매의 이야기를 그린 ‘아무도 모른다’, 부모의 이혼으로 가족해체를 경험한 초등학생이 바라는 기적을 다룬 작품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09)에 이은 고레에다의 가족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다.

 2013 칸영화제 심사위원상과 산세바스티안영화제·벤쿠버영화제·상파울루영화제 관객상 등을 수상했고, 지난 9월 드림웍스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렸다. 드림웍스 공동설립자이자 이번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이었던 스티븐 스필버그(67) 감독으로부터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라는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 15일 열린 아시아태평양영화제(APFF)에서는 최우수작품상과 최우수감독상을 탔다.  

 한동안 국제영화제에서 중국과 한국 영화들에 밀렸던 일본 영화의 자존심을 되찾아준 작품으로 꼽히며 일본에서 예술영화로서는 이례적인 흥행신화를 일궜다. 시사적 소재와 고전적 드라마의 힘을 바탕으로 섬세한 일본적 정서와 통찰력이 어우러진 작품을 만들어내는 고레에다 감독이 일본영화의 얼굴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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