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조계종, 왜 그리 시끄럽나?① 불교종단 아닌 1개 종파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내 12개 종단 지도자들과의 면담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4.08.18. [email protected]
요즘 자승 이경식 총무원장의 대한불교조계종(이하 조계종)과 만해 한용운 같은 걸출한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재단법인 선학원(이하 선학원) 사이의 총성 없는 전쟁이 사회적 이슈화가 되고 있다. 조계종은 스스로 ‘재산권을 단독 승계한 유일 정통종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듯하다. 휘하에 수많은 법인을 거느리고 있는 조계종이 이번에는 마치 국가 정부의 법률인 것처럼 ‘법인관리법’이라는 사회법이 아닌 불교 종파 내의 규약을 만들어 역시 수많은 사찰을 거느린 선학원과 백용성 스님의 대각회를 통제하려고 한다. 일부 사주 가족들이 문어발식 경영을 통해 재벌을 장악하고자 하는 듯이 해석될 수 있다. 정부도 아닌 종단이 내부 규약을 만들어 국가가 인정한 독립적인 법인들을 통제하는 것이 맞는지, 정말 이러한 사회법 체제를 초월한 초법 논리를 펼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불교는 팔만대장경이나 되고 그래선지 너무 어렵다고 한다. 근래에 성철스님께서 백일법문을 통해 중도와 공 그리고 무아(無我)를 설법해서 많이 쉬워졌다. 그런데 매년 연례행사처럼 터지는 조계종 승려들의 성 매수, 도박, 은처 등의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보면 정말 이해가 안 가는데도 제대로 설명해주는 이가 없다. 특히 조계종의 행태를 보면 일부 승려의 모습이라고 해도 최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사실 불자이면서도 불교가 종교라고 말하기는 참으로 힘든 세상이다. 21세기 우리나라에서 불교가 살아남을까? 라는 심각한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성철스님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천대받고 괄시받던 조계종 승려들이 요즘은 불법승 삼보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한다. 정식 승려도 되지 않은 몇몇 사미들조차도 자신을 3보라고 하면서 할머니쯤 되는 신도들한테 3배를 하라고 하고 반말을 하기도 해서 가끔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 성철스님도 3보의 승은 출가한 사람이 아니라 중도를 깨친 사람이라고 한정했다. 그런데 요즘 신문 기사를 통해 일부 조계종 승려들의 행태를 보면 3보는 고사하고 이들이 정말 ‘청정비구’는 맞나?라는 의심을 하게 한다. 이들에게 보시하는 재가신자들의 엄중한 모니터링이 요구되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들을 감시해야 할 재가단체들도 요즘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4대 종교는 불교, 원불교, 천주교, 기독교로 알고 있다. 이들 종교의 집합체를 교단 또는 종단이라고 한다. 불교는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태고종 등이 있기에 교단이라는 말 대신 종단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종교 단체라는 뜻으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지만 종파라는 말이 맞다. 이들 불교 최대종파 조계종의 홈페이지에는 ‘1700년 한국불교의 역사, 문화, 자산을 온전히 계승해 온 전통 종단이며 한국불교를 대표합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기관안내를 보면 우리 중앙정부와 같이 국회 격인 중앙종회, 사법부 격인 호계원, 행정부 격인 총무원과 교육부와 비슷한 교육원, 그리고 포교원을 부속 기관으로 두고 있다. 총무원 밑에는 사회복지재단, 조계종출판사, 불교신문사, 소청심사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있다. 마치 정부 조직표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 가운데 사회복지재단의 홈페이지를 보면, 이경식(자승)이 대표이사로 상호는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으로, 사업자등록번호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조계종 홈페이지에는 사업자등록번호가 없다. 사업자 등록번호는 허가된 법인만이 가질 수 있다.
다음 등의 포털을 검색하면 사단법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나온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종교 인구를 가진 전통종교 불교는 각 종단 간의 유대와 협력을 증진하고자 1969년 3월 12개 종단 대표 발기인 200명이 모여 한국불교총연합회를 창립했다. 현재 회장은 최근 종교단체 대표 4자리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자승 이경식 조계종 총무원장이다. 그런데 그의 인사말을 보면 “우리 민족과 함께 수많은 전란과 역경을 극복하며 우리 민족과 함께 1700여 년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해온 한국불교는 부처님의 자비 사상을 바탕으로 민중과 함께하며 민족문화 창달에 이바지해왔다.”고 한다. 결국, 17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것은 조계종뿐만 아니라 다른 종단도 마찬가지라는 말로 이해된다. 1700여 년간의 역사는 현재 종파들이 정통성으로 거론할 뿐, 1700여 전에 오늘날 같은 거대공룡과 같은 조계종파나 유지재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보통 종단은 종교단체를 말하며 법인으로 등록된 게 아니라면 법적으로는 동창회나 카페모임과 같은 임의조직일 뿐이다. 그런데 국립공원 등에 위치해 수많은 대한불교조계종 간판을 달고 있는 전통사찰에 가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다. 그 액수를 합치면 천문학적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임의단체가 어떻게 그런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고 그걸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국민의 의무인 납세 즉 세금은 어떻게 낼까도 궁금하다. 위키피아 한국어판을 뒤져서야 대한불교조계종유지재단(이하 유지재단)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다.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는 유지재단은 종무담당관실 소관의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1948년 3월 2일에 설립했다고 한다. 그 홈페이지를 보면 조계종의 홈페이지 주소와 같다. 담당자에게 연락해 보니 조계종은 법인으로 ‘조계종유지재단’이 맞는다고 하나, 조계종 홈페이지에서는 그 이름조차 찾기가 힘들다. 조계종은 종파이름이며 유지재단은 조계종의 재산을 관리하기 위한 법인으로, 같은 홈페이지에서 애매하게 함께 사용하고 있다.
조계종 홈페이지를 보면, “한국 전통의 선맥을 계승하려고 출범한 선학원은…1935년 1월, 청정 수좌들은 한국불교의 정통 법맥은 '선종(禪宗)'에 있음과 그 수좌 자신들이 한국의 ‘정통승려’임을 자각한 전제하에서 ‘조선불교선종’의 종헌을 선포하였습니다. 이는 선학원이 한국 불교 교단의 전통을 사수하고 당시 불교계 부패의 정화를 모의하는 근거처로 인식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이에 수좌들은 그 선종의 종정으로 송만공, 방한암, 신혜월 스님을 추대하고 행정기관인 종무원도 출범시켰습니다. 이는 곧 선학원을 중심으로 전통 법맥이 면면히 계승되었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불교정화운동을 주도한 스님들은 암울한 일제치하에서 선학원을 중심으로 정법 수호와 한국불교의 전통을 지켜온 옹골찬 청정비구들이었습니다.”라며 선학원이 조계종파를 배출해 낸 조계종의 모태임을 설명하고 있다.
결국, 조계종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의 요람이었던 선학원을 모태로 탄생한 불교 여러 종파 가운데 일개 종파에 지나지 않고 그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유지재단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조계종파가 최근 어머니격인 선학원과 비슷한 지위를 가진 대각회 등의 국가가 인정한 법인을 일개 조계종파가 ‘법인관리법’이라는 규약으로 통제하려는 걸까? 그 목적과 배경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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