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시즌2, 이런 웹툰 그리는 작가 누구인가…윤태호 인터뷰 ②·끝

【서울=뉴시스】작가 윤태호. '미생2' 연재를 앞두고 있다.
기본적으로 장그래처럼 내성적인 그는 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하다. 결핍의 청소년기를 회상하며 스스로를 낮췄다.
그는 만화계 일에 앞장서는 외향적 인물이기도 하다. 누룩미디어 대표로 소속작가 강풀의 악플 소송 건을 챙기면서 허핑턴포스트에 한국 웹툰 연재 상황을 점검하고, 틈틈이 만화계가 돌아가는 사정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에서는 오 차장처럼 책임감이 큰 ‘만화인’ 윤태호가 보인다.
또 ‘창작인’ 윤태호 특유의 집요함과 성실함도 여전하다. 최근 에버노트 애용자로서 초청강연을 한 윤씨에게 기록은 일상이다. 데뷔 초 스토리 창작실력을 키우려고 드라마 ‘모래시계’ 극본을 필사하고 소설가 이문열과 조정래의 작품을 연대 순으로 읽기도 했다.
이후 사회 비리와 부패의 근원, 작동 메커니즘을 파헤친 ‘내부자들’을 할 때는 엑셀에 캐릭터 연표를 만들었다. 1976년 신안 앞바다 보물을 차지하려 모인 악당들의 분투기를 담은 ‘파인’을 준비하면서는 에버노트에 당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과 사고 기사를 모조리 스크립해 놓고 봤다.
‘미생’의 디테일은 이미 알려진대로 종합상사에 다니는 취재원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시시콜콜 질문하고 추려낸 결과다. 그 덕에 직장생활 무경험자가 어떻게 그렇게 직장인의 생리나 속내를 속속들이 아는 지 감탄스럽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파인’ 연재를 마치고 ‘미생 시즌2’ 연재를 앞둔 요즘, 그는 영화 ‘내부자들’ 개봉에 맞춰 프리퀄 웹툰을 가볍게(?) 작업 중이다. 4권의 국내외 소설·비소설을 돌려 읽고 있는 이유다.
다들 완독을 못한다고 해서 왠지 꼭 끝을 보고 싶은 ‘총, 균, 쇠’와 은희경의 소설 ‘마이너 리그’, 소리 내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컥했던 김훈의 ‘칼의 노래’ 그리고 등장인물 관계도를 꼭 정리해야 읽을 수 있는 외국소설 한 권까지, 마치 무림의 고수처럼 자신을 단련하고 있다(고 생각됐다) 물론 겸손(?)이 몸에 배인 그는 이 모든 것을 어떤 ‘강박’에 입각한 행위로 규정하지만 말이다.
자발적 일중독자라는 지적에는 “양보할 일정이 없다”며 “모든 게 잘되면 얼마나 좋을까, 진짜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답했다.
-최근 에버노트 초청 강연회에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 스스로 발전해 나아가는 인물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윤태호란 작가도 타인이 아닌 자신을 라이벌로 삼고 늘 나아지려고 애쓰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장그래처럼 무척 성실하게.
“아, 그건 너무 간지럽다. 난 지금껏 누구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라이벌을 설정한다는 것은 내가 나 자신을 어떤 ‘급’으로 설정해야 가능한데, 웹툰하면서 그저 허덕허덕 살아와서 남을 바라볼 겨를이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 라이벌은 내 일정이다. 내 일정에 지치지 않는 게 내 목표다. 절대 지지 않고 다 해내겠다?”
-자발적으로 일정을 빡세게 잡지 않나?
“그러니까.”(웃음)
-작가의 권익을 위해 누룩미디어를 만들었고 만화평론의 필요성에 공감해 에이코믹스를 공동 론칭했다. 한국만화가협회는 현재 기존 출판만화작가와 웹툰작가를 모두 아우르고 있는데 통합 과정에 윤 작가의 공이 컸다고 한다. 과도한 책임감?
“머릿속에 많은 아이디어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쓸데없는 아이디어는 많이 가지치기했다. 낭만적인 상상을 하는데, 내 일이 잘 돼서 그것을 바탕으로 어떤 건강한 사이클이 형성된다면. 누룩미디어나 에이코믹스도 그런 관계인데, 힘닿는 데까지 해서 잘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 욕망이 허무맹랑한 상상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고 뛰어다닌다. 양보할 일정이 없다.”
-오 차장이 장그래를 챙기듯, 만화계 중진 작가로 후배들을 챙기려 하나.

【서울=뉴시스】2012년 주한요르단대사관 초청으로 요르단을 방문한 윤태호.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는 요르단 중고차 수출사업을 제안한다.
-장그래는 참 성실하다. 요즘 성실의 미덕이 많이 바랬는데, 이 친구의 성실이 일꾼의 기본을 상기시켜준 면이 있다.
“나는 제일 싫은 게 업무스킬을 성실하게 닦으려고 노력하지 않고, 자기 일을 진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잘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다. 오 차장이 장그래를 챙긴 것도 단지 불쌍해서가 아니다. 스킬은 부족하지만 성실하게 노력하니까 챙겨준 것이다. 장그래처럼 우직하게 자기 역할을 해낸다면 일 잘하는 사람으로 분류해도 되지 않느냐는 거지. 게으른데, 단지 젊다는 이유로 다 돌봐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 잘하는 사람과 성실한 사람 중 택하라면.
“성실해야 일 잘한다고 본다. 한 조직이 꾸준히 가려면 성실이 재능보다 우선이라고 본다. 물론 그 일을 왜 못하는지 알아볼 수는 있다. 그 사람에게 안 맞는 일이라면, 다른 길이 있을 수 있다.”
-명대사를 대량 방출했는데, 특별히 좋아하는 명대사가 있나.
“간지러운 질문이다. 답할 수 없다.”
-‘미생 시즌2’를 앞두고 문득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궁금해졌다. 미생이 직장인들의 어떤 점을 건드렸다고 보나.
“그것도 답하기 어렵다. 과거 비슷한 질문을 받고 이런저런 답을 했는데, 지나고 나면 그게 답이 아닌것 같아서다.”
-오늘도 아침부터 바빴다던데 무엇을 했나.
“미생 시즌2 연재 앞두고 필요한 미팅들을 했다. 여러 프로모션 등을 준비 중이다.”
-미생은 시즌2로 끝나나.
“현재로선 아무 생각 없다. 시즌2도 시즌1 연재하면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서 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도 해봐야 알 것 같다. 애 아버지가 된 장그래까지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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