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성관계처벌연령 상향추진]미성년자 성적 자기결정권 vs 아이들의 성보호 팽팽
미성년자인 아이들의 성을 보호하기 위해선 기준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과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형법 개정 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청소년 성적 자기결정권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나
현행 형법상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추행은 동의 하에 이뤄져도 강간 또는 강제추행죄로 처벌받게 된다.
반면 13세 이상 19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이나 추행의 경우 위력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으면 강간죄로 처벌하기 쉽지 않다. 결국 미성년자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자신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따라 판단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미성년자의 판단을 얼마만큼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등학생의 경우 성적 자기결정권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의 중간단계인 중학생을 그와 똑같이 판단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중·고등학생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신체적·정신적 발달 차이가 크다는 것도 감안해야할 점이다.
실제로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 판례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심 판결이 선고된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사건 1308건 중 피해자가 16세 이상 19세 미만이 42.6%(557건), 13세 이상 16세 미만이 40.6%(531건), 13세 미만인 사건이 16.8%(220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중 120건의 위계위력간음죄의 경우 13세 이상 16세 미만 피해자가 60.8%(70건)로 가장 많았고, 16세 이상 19세 미만은 25.8%(31건), 13세 미만 피해자는 13.3%(16건) 순이었다.
13세 이상 16세 미만 피해자가 가장 많은 이유로는 아동과 청소년의 특성을 모두 가진 나이로 성적 정체성 및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의를 한다 해도 위력의 요소가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법무법인 소헌 천정아 변호사는 "피해 청소년과 가해자 사이에 나이, 사회적 신분이나 권력, 사회경험의 차이가 큰 경우 청소년이 상대방의 성적 행위를 방어하거나 거부하기 어렵다"며 "설사 청소년이 성적 관계를 동의했다고 해도 진정한 합의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16세로 기준연령을 높일 경우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들끼리 서로 동의 하에 스킨십이나 성관계를 했더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자칫 악용될 소지가 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16세로 나이만을 기계적으로 올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며 "피해자의 상황 및 특수성 등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적용 연령을 16세로 높이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법무부와 법원행정처가 중학생들끼리 서로 동의 하에 스킨십을 해도 처벌 대상이 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낸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사건을 보면 상대방이 나이 어린 또래일 때도 많다. 단순히 기준연령을 16세로 상향한다면 미성년자 사이에 이성교제를 하다가 뽀뽀를 해도 처벌하게 되는 것"이라며 "실제 만 16세라면 고등학생 1학년 정도로 성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여성변호사회는 이번 형법 개정안에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을 간음 또는 추행한 자가 행위 당시 19세 미만인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단서를 달기로 했다. 성인에 의한 성적 착취를 방지하되 청소년 간 성적 활동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취지에서다.
◇ 국민 법 감정 토대로 사회적 합의 이뤄야
의제강간죄의 기준연령 상향에 있어 사회적 합의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성에 대한 판단을 과연 몇 살부터 할 수 있는가는 개인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제강간죄 연령은 한국과 일본, 스페인 등은 만 13세 미만이지만 독일, 이탈리아, 중국 등은 만 14세, 프랑스와 스웨덴 등은 만 15세, 미국 대부분의 주와 영국, 호주 등은 만 16세가 기준이다.
법조계 한 변호사는 "법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청소년의 발달 수준 및 심리, 성 인지 능력 등에 대한 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후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연령 기준 및 상향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의 올바른 판단을 위한 실질적인 성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도 "각종 의학적·생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능력이 성숙되고 존중될 수 있는 나이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며 "이를 토대로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의사에 기해 성관계가 용인되는 연령기준이 몇세인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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