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리뷰] 안드레아 보첼리, 잔뜩 풀어놓은 감동의 선물 보따리

등록 2016.05.01 23:29:20수정 2016.12.28 16:59:5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안드레아 보첼리, 이탈리아 테너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58)가 6년 만에 펼친 내한공연에서 감동의 선물 보따리를 잔뜩 풀어놓았다. 그는 '천상의 목소리'로 통하는 자신의 보컬에 대해 평소 "하늘로부터 받은 선물"이라고 여긴다.  

 1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에 턱시도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등장한 보첼리는 2시간10분 남짓 그 선물을 9000명 남짓 되는 팬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줬다.  

 클래식음악과 팝을 넘나드는 보첼리는 '팝페라'라는 장르의 선구자로 통한다. 하지만 오페라든 팝이든 해당 장르의 규칙에 집중하는 그의 목소리를 특정해서 한정하는 건 부당하다.

 이날 오페라 아리아 위주로 꾸민 1부, 지난해 발표한 앨범으로 기존 인기 영화음악을 재해석한 '시네마' 수록곡 중심의 2부는 보첼리가 다채로운 보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자리였다.

 보첼리가 1부 첫 곡으로 들려준 아리아는 마이어베어의 오페라 '아프리카의 여인' 중 '오! 파라다이스'였다. 서정적으로 시작해 드라마틱하게 마무리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다양한 결을 보여줬다.  

 국내 CF에 삽입돼 친숙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에서 그의 목소리는 청명하면서 긍정적이었다.  

 작곡가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대표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의 2중창 '그대에게 좀 더 가까이'를 멕시코 출신의 소프라노 마리아 카트사라바와 함께 부를 때는 애절함이 절정에 달했다.  

 1부의 화룡점정은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의 대표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이 보첼리의 입에서 울려 퍼질 때였다. 젊은 시절 그가 출연한 '라보엠'의 장면이 무대 뒤편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가운데 그의 우아한 목소리가 공연장을 뒤덮을 때 경건하기까지 했다.

 카트사라바와 함께 부른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로 마무리된 1부 내내 다른 성악가들처럼 마이크 없이 보첼리의 노래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음향증폭장치가 세밀하게 담지 못하는 그의 청량한 목소리에 대한 여운이 감돌았기 때문이다.

 시각장애가 있는 보첼리가 들려주는 영화음악으로 채운 2부는 뜻이 깊었다. 그의 목소리는 영화를 보는 것 이상으로 상상하게끔 만드는 힘이 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는 서정적이었고 '대부'의 '태양은 불타고'은 비장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문 리버'은 낭만적이었으며 '오페라의 유령'의 '뮤직 오브 더 나이트'는 그로테스크하면서 로맨틱했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비음 섞인 낭창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일라리아 델라 비디아와 듀엣한 영화 '톱 햇'의 '칙 투 칙'은 고전 뮤지컬 로맨스 영화의 품격과 유쾌함을 그대로 살려냈다.

 앙코르는 감동과 여운을 수없이 더했다. 보첼리가 지난 29일 기자회견에서 테너 목소리에 어울린다고 소개한 영화 '글래디에이터' 삽입곡 '넬리 투 마니'에 이어 그 유명한 '타임 투 세이 굿바이'가 흘러나오자 록 콘서트장 못지않은 함성이 쏟아졌다.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로 보첼리가 절창의 대단원의 마침표를 찍자 마침내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기자회견에서 아내와 함께 동행했던 네살된 딸을 안고 마지막 인사를 한 보첼리의 표정은 그가 살고 있는 토스카나의 태양처럼 환했다.  

 유진 콘의 지휘를 묵묵하게 따른 군포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마에스타 합창단은 이날 공연의 숨은 공로자였다.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플루트를 위한 판타지에서 특히 빛난 플루트 연주자 안드레아 그리미넬리 역시 든든한 조력자였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