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의 더블데이트] '오페라계 신사와 천사' 김동원 vs 박혜상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국립오페라단 '로미오와 줄리엣'의 소프라노 박혜상과 테너 김동원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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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성악가는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김학민)이 8~1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2년 만에 선보이는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다.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구노의 오페라로, 섬세하고 우아한 음악이 특기할 만하다. 정통 오페라 연출법을 구사하는 백전노장 엘라이저 모신스키, 섬세한 안무가 테리 존 베이츠가 힘을 보탠다.
독일 등지에서 숱한 무대를 경험하며 노련함을 갖춘 김동원과 이번이 국내 오페라 데뷔 무대로 신선한 에너지로 충만한 박혜상을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김동원은 2년 전에 이어 다시 로미오가 됐다. "당시 준비 기간이 짧았어요. 성공적으로 잘 끝냈지만 공연 직전까지 쫓겼죠. 이번에는 좀 더 깊게 들어가고 있어요. 프랑스 오페라에서는 섬세한 감정선을 완벽하게 표현해야 하거든요."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국립오페라단 '로미오와 줄리엣'의 소프라노 박혜상과 테너 김동원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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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셥잡지 '보그' 화보에서 모델 못지 않은 화려함을 과시한 박혜상의 이미지와 성격과 잘 맞다. 다만 감성적인 부분에 치우쳐 보일 수 있는 캐릭터에 이성적인 면도 잘 부합시킬 계획이다. "사람은 겉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죠. 그 안은 복잡미묘하잖아요."
박혜상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던 김동원은 "박혜상은 겉모습만큼 내면도 예쁘다"고 웃었다.
두 사람의 나이차는 14세다. 김동원 역시 오페라계 '국민 여동생'으로 떠오른 박혜상과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하는 것이 부담이 따른다고 털어놓았다. 단발머리가 아이유를 닮았다고 하자 박혜상은 발랄하게 (아이유가 단발머리를 한 채 부른 히트곡) "레옹, 레옹"을 부르며 한껏 깔깔댔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국립오페라단 '로미오와 줄리엣'의 소프라노 박혜상과 테너 김동원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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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상은 김동원이 로미오의 캐릭터를 벗어나지 않는 성악가라며 "저를 줄리엣으로 봐주시는 것에 감사해요. 제가 선생님이라 불러야 하는 분인데 권위 의식이 없다"고 했다. "완벽하게 제게 맞춰주세요.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커뮤니케이션을 해주시죠. 선생님과 데뷔작을 함께 하게 돼 제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죠."
두 성악가 모두 국립오페라단과 인연이 깊다. 김동원은 2012년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 지휘의 국립오페라단 창단 50주년 기념오페라 '라보엠'을 통해 국내무대 데뷔했다.
박혜상은 국립오페라단과 함께 성장한 소프라노로 통한다. 2005년 국립오페라단 콩쿠르 고등부 대상, 2010년 일반부 대상을 차지하고 국립오페라단 성악아카데미를 거쳤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국립오페라단 '로미오와 줄리엣'의 소프라노 박혜상과 테너 김동원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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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어요. 아직 그럴 자격이 없는데 저에게 애써주셔서 사실 부끄럽죠. 그래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위해 모든 전력을 쏟을 거예요."(박혜상)
김동원은 독일 프라이부르크 오페라극장 전속가수, 카셀 시립극장 주역가수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다양한 오페라 레퍼토리를 섭렵했다. 특히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미성과 강력한 고음이 돋보인다. 프랑스오페라 레퍼토리의 적임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2013년 완전히 귀국하면서 아픔을 겪었다. 아내인 소프라노 이명희 사이에서 둔 둘째를 조산하면서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이후 그는 더 자선활동에 힘쓰고 있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국립오페라단 '로미오와 줄리엣'의 소프라노 박혜상과 테너 김동원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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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상은 2014년 퀸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 5위, 지난해 몬트리올 국제콩쿠르 2위, 같은 해 특히 세계적인 스타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관하는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여자 부문 2위를 차지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2015-16시즌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영아티스트 프로그램에 발탁됐고, 2016-17시즌 '루살카' 숲의 정령 역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데뷔를 앞두고 있다. 세계적인 매니지먼트사 IMG 아티스트와 계약도 맺었다.
눈부시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그녀는 하지만 여전히 생각이 많다고 했다. "제 고민이 누군가에는 거만함으로 비출 수 있고, 제 슬픔이나 스트레스 그리고 부담감이 누군가에게는 부러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아픔을 숨기려고 노력해왔다. "사실은 내성적인 사람인데 외향적이 되기 위해 노력을 했고요. 그만큼 열심히 했는데 제가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모두의 사랑을 받으려고 노력하지 말자'였어요. 제가 아직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니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죠. '투 비 마이셀프', 내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두 성악가는 더 성숙해지고 있다. "세기를 뛰어넘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작품이죠. 우리가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상처, 슬픔으로부터 가장 근본적인 사랑의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어 저 역시 기대가 커요."(김동원)
"최근 촛불집회가 문화적으로 진행됐잖아요. 그 가운데 음악이 있었고요. 음악이 사람들의 메시지를 하나로 모은 것처럼 노래부르는 사람으로서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가운데는 진정성이 있어야 하죠."(박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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