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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운전하다 쓰러질판…기사 건강실태 '쇼크'

등록 2017.02.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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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결의한 24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공영차고지에서 서울시내버스기사들이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버스노조는 사용자 측인 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과 협상이 결렬될 시 25일 오전 4시를 기해 전면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2015.06.24.  taehoonlim@newsis.com

시내버스기사 고혈압 유병률, 일반직장인의 2배
 버스실내 CO2 농도 최대 1563.8ppm…졸음운전 우려
 목, 폐암, 치아·치주질환 등 건강 악화...직무 스트레스 호소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충분한 휴식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버스 운전기사들은 일반 직장인에 비해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의 유병률이 두 배 가량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버스 실내 공기질을 가늠하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대 1563.8ppm으로 다중이용시설의 기준치를 크게 초과해 졸음 운전을 유발할 위험성이 높았다.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처리, 통제 불가능한 배차시간에 대한 승객 항의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시내버스 기사들이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공동 연구한 '버스운송업 종사자의 건강실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은 일반 직장인에 비해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의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 시내버스 소속 남자 근로자와 전체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공단 수진자료를 바탕으로 고혈압·당뇨병·심혈관계질환 등의 유병률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고혈압의 유병률은 버스 운전기사가 전체 남자 직장가입자 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5년간 운전기사의 고혈압 유병률은 24.9%→ 26.0%→ 27.3%→ 28.4%→ 28.7%로 매년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직장가입자(남성)의 고혈압 유병률은 12.5%→ 12.8%→ 13.1%→ 13.5%→ 13.7%로 시내버스 기사의 절반 수준이었다.

 협심증, 급성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질환 유병률도 버스운전기사가 1.5배 가량 높았다. 2010~2014년 기간 동안 버스기사의 유병률은 3.4~3.6% 수준이었고, 전체 직장가입자는 2.1~2.2%였다.

 연령·소득뿐 아니라 위험요인(비만, 운동부족, 흡연, 위험음주 여부)을 고려하더라도 고혈압은 약 1.4배, 당뇨병은 1.3배, 고지혈증은 1.2배, 심혈관질환은 1.1배 정도로 버스운송업 종사자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60세 미만과 60세 이상을 구분해서 살펴보면, 두 집단 모두에서 고혈압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유병률은 60세 미만 군에서 전체 직장가입자보다 모두 높은 반면, 60세 이상 집단에서는 고혈압 유병률만 높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5개의 버스 노선별로 이산화탄소, 소음, 초미세먼지, 전자기파 등에 대한 작업환경을 조사했다.

 일반적으로 환기의 지표로 활용되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평일과 주말의 최댓값이 각각 1563.8 ppm, 1222.4 ppm으로 우리나라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의한 다중이용시설의 이산화탄소 기준(1000 ppm)을 모두 훨씬 초과했다.

 다만 대중교통 공기질 권고기준인 평일의 2000 ppm과 주말의 3000 ppm보다는 모두 낮아 건강상의 위해정도는 낮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장거리 노선에서 기하평균 1172(±1.1)ppm으로 가장 높았고 중거리, 단거리 노선 순으로 점차 낮아졌다.

 이는 장거리노선의 1회 운행시간이 중·단거리노선의 1회 운행시간보다 대략 80분 정도 더 길고, 장거리노선의 특성상 승하차 구간이 길기 때문에 승객들이 오래 머물고, 문 열림의 빈도수가 중·단거리노선보다 적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팀은 "실제 운행 환경에 따라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0ppm 이상 존재할 수 있고, 버스를 운행하는 경우 일부 근로자에게 졸림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서울 시내의 대기 오염을 고려하면 필터를 통한 외기 순환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음의 평균세기는 평일은 69.5(±1.5)dB, 주말은 70.4(±1.8)dB로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1일 8시간 노출시간소음의 기준(90 dB)보다 모두 낮게 측정됐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1일 평균기준치(25μg/m3)를 초과한 경우도 있었지만 차량 자체의 문제보다는 서울시 대기에 존재하는 초미세먼지의 영향이 큰 것으로 연구팀은 평가했다.

 최근 버스내부에 늘어나고 있는 전자장비에 대한 우려 속에서 실시된 전자기파 측정은 버스 운전기사의 건강을 해칠 만큼의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됐다.

 시내버스 운행 시간동안 운전석에서 노출되는 전자기파의 양은 인체보호 기준치 대비 10% 미만으로 측정됐다.

 근로조건에 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버스운송업에 장기간 재직한 근로자들을 상대로 심층인터뷰를 한 결과, 1주 평균 근로시간은 평균 50시간 가량으로 과거에 비해 줄었지만 교대근무로 인해 부족한 휴게시간을 개선할 수 있는 배차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건강 문제와 관련해선 불편한 자세로 인한 목의 통증, 폐암 등 일부 암종의 문제, 치아·치주질환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

 직무 스트레스 요인으로는 높은 직무요구도와 낮은 직무자율성, 안전사고 발생, 안전사고 전·후 처리, 악성 민원인, 통제가 불가능한 배차시간과 같은 요인에 대한 승객의 항의, 배차간격으로 인한 동료와의 갈등, 관리자와의 소통 등의 조직요인 등을 버스기사들은 꼽았다.

 연구팀은 "뇌심혈관질환 및 만성 질환에 대해 근로자들이 불편함 없이 이야기하고 치료에 지지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업무 특성으로 인한 높은 직무요구도와 대비되는 낮은 직무자율성 또한 직무 스트레스 요인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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