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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블랙리스트 촉발' 이탄희 판사 "부정한 일 거부"

등록 2018.02.23 17: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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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블랙리스트 촉발' 이탄희 판사 "부정한 일 거부"

판사 뒷조사 파일 들은 당사자로 사태 촉발
헌재로 파견…법원 내부망에 지난 1년 소회
"셀 수 없이 많은 판사님들께 감사와 존경"
"명예 지키려 경험한 사실 있는 그대로 진술"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판사 사찰 의혹을 촉발시킨 이탄희 수원지법 안양지원 판사가 인사 이동을 앞두고 지난 1년간의 소회를 밝혔다. 이 판사는 오는 26일자로 헌법재판소에 파견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게시판 '코트넷'에 글을 올리고 "지난 1년은 10년의 판사생활 중 가장 긴 한 해였다"며 "저에게만 그랬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이동을 위해 짐을 다 치웠더니 사무실이 텅 비었다. 그런데 선뜻 일어나지지가 않아 창밖만 쳐다보고 있다"며 "그동안 힘들 때 손 내밀어주신 셀 수 없이 많은 판사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많았는데 제때 표현을 못했다. 개인적인 표현이 판사님들의 큰 뜻을 어지럽힐까 늘 조심스러웠다"고 전했다.

 이어 "늦었지만 감사드리고 존경한다. 이번 일을 통해 법원에 좋은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온전히 판사님들이 애쓰신 덕분"이라며 "생각해보면 제가 한 일은 제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부정한 일을 거부한 것, 그리고 조사기구의 요청에 응해 경험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진술한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이 판사는 "지난 1년간 많이 배웠다. 외적 명예가 명예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고 정직하게 말하고 견디는 법을 배웠다"며 "좋은 가치를 좇는 법을 배웠고 무엇보다 내면 깊은 곳의 소리를 무시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의 1년은 더 밝고 더 단단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며 "저는 매일 새로운 날을 살고 싶다. 생명의 힘은 그런 날들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판사님들께도 희망의 기운이 가득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지난해 초 법원행정처 기획2심의관으로 발령을 받은 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컴퓨터에 비밀번호가 걸린 판사들을 뒷조사한 파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당시 법원행정처가 사법부 내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에 '사법부 개혁' 관련 학술대회 연기 및 축소 압박을 하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법원행정처 입장 전달 등 부당 지시를 받고 사직서를 냈고 만류 끝에 겸임해제가 돼 재판부로 돌아갔다.

 당시 이 판사의 겸임해제 등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과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진상조사가 진행됐고 추가조사위원회 조사를 거쳐 법원행정처의 판사 동향 문건 등이 다수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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