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CE, 헝가리 총선 부정 평가…EU, 선도적 지위 잃을 듯

【부다페스트=AP/뉴시스】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8일(현지시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집권 피데스당은 이날 실시된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오르반 총리 역시 네 번째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2018.04.09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동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우파 민족주의자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4선으로 돌아간 헝가리 총선이 "위협적이고 외국인 혐오적인 수사, 편향된 언론, 불투명한 자금조달에 기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9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이날 "이번 헝가리 총선에서 적대적이고 외국인 혐오적인 수사가 사용됐다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 과정에서 실질적인 토론을 위한 공간이 제한되고 유권자는 정보 획득이 어려워 선택할 권리를 잃었다"며 "공영방송은 사실상 집권당을 지지했다"고 주장했다.
OSCE는 또 선거 직전 집권당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공적 자금을 정부 캠페인에 투입한 점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선거를 약 2주 앞두고 헝가리 전역에서 총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반이민 선전 광고판이 수천개 설치됐다. 광고판에는 '그만(STOP)'이라는 단어와 함께 길게 늘어진 이민자 행렬의 사진이 포함됐다.
더글러스 웨이크 OSCE 모니터링 담당 국장은 "선거 기간 여당과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수많은 광고판을 게시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하며 "국가와 여당의 자원을 함께 투입해 평등한 경쟁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전날 실시된 헝가리 총선에서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우파 집권당 피데스당이 199개 의석 중 134석을 획득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1998년 집권한 오르반 총리는 자신을 무슬림의 홍수를 막아낸 유럽의 수호자로 묘사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반이민 프레임을 기본으로 "무슬림으로부터 헝가리 국경을 지키고 무슬림의 이주를 막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OSCE의 입장 표명은 EU 차원에서 이례적인 수준이지만 오르반 총리의 압승과 불투명한 내부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헝가리 정치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마린 르 펜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 대표, 헤이르트 빌더스 네덜란드 극우 자유당 대표 등 각국 정치인들이 오르반 총리를 향한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헝가리 선거에서 승리한 피데스당과 오르반 총리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우리는 가까운 협력관계 발전을 위해 헝가리의 친구들과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헝가리는 EU와 브렉시트 협상 중인 영국의 EU 내 유일한 우방국이다.
헝가리 총선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 EU 내에서도 결과에 대한 입장을 둘러싼 잡음이 나오고 있다. 유럽의회에서 최다 의석을 점유한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트 베버 대표는 "환영한다"고 밝혔다. EPP에는 피데스당도 소속 돼 있다.
이에 벨기에 자유민주당의 유럽의회 소속 기 베르호프스타트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유럽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고 오르반을 축하했다"며 "EPP는 법치주의에 대한 오르반의 공격과 권위주의를 이식하려는 오르반의 비열한 캠페인을 정당화했다"고 비판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대변인은 "융커 위원장이 오르반의 승리를 축하했다"며 "공동의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해 곧 전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EU는 민주주의와 가치의 결합체"라며 "융커 위원장과 EC는 이같은 가치와 원칙을 지키는 것에 모든 회원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헝가리의 총선 결과는 EU의 난민정책 추진에 사실상 암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는 EU가 지난 2015년 도입한 난민 강제할당제에 반대하면서 단 한명의 난민도 수용하지 않은 국가다. EU 집행위원회가 EU의 규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혐의로 폴란드, 체코와 함께 폴란드를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제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EU가 헝가리를 변화하게 하는 데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70%에 육박하는 높은 투표율로 설득력있는 대표성을 획득한 오르반 총리가 어떤 비난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싱크탱크 유럽안정계획(European Stability Initiative)은 "오르반의 승리로 더이상 EU는 (회원국의)민주적인 타락에 대한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됐다"며 "프랑스 RN이나 네덜란드 자유당, 오스트리아 자유당, 독일의 독일을위한대안당(AfD) 등 각국의 극우 정당이 오르반과 같은 정책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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