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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의 날][인터뷰]"신뢰받는 해경 만든다"…'울트라 용덕'의 당찬 도전

등록 2018.09.07 14: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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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덕경사 "안전과 생명지키는 해경 운명이자 천직"

세월호 힘들고 아프지만, 절대 잊어서는 안될 기억

"언제나 국민들이 기댈수 있는 해경 만드는게 꿈"

【인천=뉴시스】 김진아 기자 = 해양경찰청 권용덕 경사가 7일 오전 인천 연안부두 해양광장에서 '소통과 공감으로 바다를 안전하게'라는 주제로 열린 제65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9.07.  bluesoda@newsis.com

【인천=뉴시스】 김진아 기자 = 해양경찰청 권용덕 경사가 7일 오전 인천 연안부두 해양광장에서 '소통과 공감으로 바다를 안전하게'라는 주제로 열린 제65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9.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바다에서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해경이 제 운명이자 천직입니다." 

 7일 제65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이 열린 인천 연안부두 해양광장에서 만난 권용덕 경사(35)는 한눈에도 다부져 보였다.

 키 176㎝, 몸무게 70㎏. 구릿빛 피부에 탄탄한 체구를 자랑했다. 

 동료들 사이에서 권 경사의 별명은 '울트라 용덕'. 권 경사는 운동 마니아라 불린다. 수영뿐 아니라 등산과 마라톤에 철인 3종(수영·사이클·마라톤) 경기까지 못하는 게 없다. 해군 특수전전단 'UDT' 출신인 그는 철인3종(하프 코스) 경기에 5번이나 출전했다.

 현재 누구보다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그도 몸무게가 한때 95㎏에 육박했던 시절이 있었다.

 "살이 찌더니 몸이 점점 아프고 아무것도 하기 싫더라고요. 주위 권유로 시작한 철인 3종 경기는 정말 힘들고 고독한 운동입니다. 그런데 결승점에 도착해 완주에 성공하고 끝없이 한계에 도전하면서 느낀 성취감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꾸준한 운동으로 25Kg 감량에 성공한 그의 가장 큰 소득은 긍정적 사고다. 한때 다혈질적이고 과격하기까지 했던 자신이 외형적 변화 못잖게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단다. 또 자신도 잊고 있던 내면의 감춰진 자존감도 되찾았다.

 "해경의 체력은 일선 현장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평소 꾸준한 체력 단련이 필수죠. 기왕할 바에야 분명한 목표를 정하고 합니다. 이달 세종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하루에 2시간 넘게 운동을 합니다."

 충남 논산에 갇혀 자란 '산골 촌놈'이라는 그는 늘 머나먼 바다를 동경했다. 바다를 동경하던 그는 해양대학교 입학했다. 전세계 바다를 누비는 항해사를 꿈꾸던 그는 아버지의 투병으로 해군 장교의 길을 택했다.

 소위로 임관 한뒤 첫 발령지는 평택 2함대.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등 북한과 실제로 교전이 일어났던 위험한 곳이라 늘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함정을 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벅차던 시절이었다. 이후 경남 진해 해군특수전전단 UDT에서 훈련관으로 근무했다. 

 군 복무중 우연히 본 해경은 동경의 대상이 됐다.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에서는 불법조업에 나선 중국어선들이 활개를 쳤다. 

 "해군 함정이 바로 앞에 있는데도 중국어선들이 보란 듯이 불법조업을 하더라고요. 속이 부글부글 끓는데도 군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해경 함정이 쏜살같이 달려와 망설임 없이 중국어선에 올라타고, 꽁무니를 빼고 줄행랑치는 중국어선을 볼 때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요. 그때부터 해경이 되겠다고 다짐했어요."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해양경찰청 권용덕 경사.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해양경찰청 권용덕 경사.


그는 2010년 해경의 길로 들어섰다. 군 제대 1년 만에 해경 시험에 합격했다. 

 해경의 업무는 긴장과 위험을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과 인명구조 최전선에 서 있던 권 경사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강력한 체력으로 서해 바다 곳곳을 누볐다. 

 그는 목포해경 1509함을 타고 우리 어장을 지키기 위해 험난한 바다에 뛰어들고 흉기로 무장하고 대항하는 중국 선원을 제압하는 등 매일 목숨을 건 단속에 나섰다. 또 전복된 어선에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해 살이 터져 피가 배어 나오는 줄도 모른 채 계류줄을 맨손을 붙잡고,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고 속으로 수백 번 외치기도 했다.

 "쇠꼬챙이를 휘두르고 저항하는 중국 선원들 앞에서 대한민국 해경이 물러서거나 망설이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바다에서 도움이 필요한 국민들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야 하는 것도 해경의 소임입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권 경사에게 세월호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힘들고 아프지만, 절대 잊어서는 안될 기억'이라고 대답했다.

 "팽목항 사고현장에서 희생자 가족 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모두들 힘들어 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또 24시간 교대로 조류가 약해지면 하루에도 몇 번씩 잠수를 하는 구조요원들의 모습도 기억납니다.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14년부터 해경 홍보 업무를 담당했다. 낯선 분야이기 때문에 초반에 출처 모를 오해 또한 무성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단단하게 여문 그의 삶에 궤적에서 나온 땀과 눈물이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게 됐다.

 "처음 홍보라는 낯선 일이 두렵고 힘들었지만, 해경 부활 이후 국민들에게 해경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전국 1만300여명의 일선 해경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매일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챙겨야 할 게 한둘이 아닌 홍보 업무는 현장의 일선 업무처럼 강한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그는 이국종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이 출연한 '해경-KT 재난안전망 광고'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펼쳐지는 '해양환경 지킴이 바다경찰' 수중공연 등을 기획했다. 해경-KT 재난안전망 광고는 유튜브에서 공개 한 달여 만에 1292만회 조회를 기록했다.

 "TV나 영화관에서 제가 기획한 광고 영상을 본 주위 동료들이 고맙다거나 자부심을 느낀다는 말을 건넬 때면 보람을 느낍니다. 해경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국민들께서 해경이 정말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을 때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을 생각입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에게 해경이 무엇이고, 꿈이 뭐냐고 물었다.

 "저에게 해경은 로또나 다름없습니다. 제 가족을 지킬 수 있게 해준 것도 해경이고, 국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도 해경입니다. 제 꿈은 해경이 다시한번 국민의 사랑을 받는 조직이 되는 것입니다. 현장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근무할 수 있는 당당한 해경, 국민들이 언제든 기댈 수 있는 해경을 만든 게 제 꿈입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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