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손대는 곳마다 전쟁의 상흔뿐"…화살머리 고지 가보니
호미질 할 때마다 탄 클립 발굴…6·25 격전지 증명
유해 324점·유품 2만3055점…동굴작전으로 적 섬멸
국군추정 유해 29일 발굴 완료…北, 감시는 꾸준히

【철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28일 강원 철원군 민통선 내 우리 측 지역인 화살머리고지일대에서 남북공동유해발굴 T/F 장병들이 기초발굴을 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4월 1일부터 5월 22일 까지 발굴된 유해는 총 321점이며, 유품은 2만2808점이라고 밝혔다. 2019.05.29. [email protected]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호미질에 M1소총탄으로 추정되는 유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또 한 번 땅을 파자 다른 소총탄 추정 유품이 밖으로 나왔다. 장병들은 유품들을 조심스럽게 바구니에 옮겨 담았다.
지난 28일 찾은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 일대는 이곳이 6·25전쟁 당시 격전지임을 증명하듯 곳곳에서 전쟁의 상흔을 드러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 장병 40여 명과 5사단 장병 60여 명 등으로 구성된 발굴단 100여 명은 쉬지 않고 유해와 유품 발굴 작업을 진행했다. 산 사면을 따라 추가적인 지뢰제거 작전도 한창이었다.
화살머리고지는 6·25전쟁 당시인 1951년부터 1953년까지 모두 4차례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철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28일 강원 철원군 민통선 내 우리 측 지역인 화살머리고지일대에서 군관계자가 취재진에게 발굴된 유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4월 1일부터 5월 22일 까지 발굴된 유해는 총 321점이며, 유품은 2만2808점이라고 밝혔다. 2019.05.29. [email protected]
국방부는 이곳에서 국군 250여 명을 비롯해 미군·프랑스군 100명 등 300여 명의 전사자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사자 중에는 미군·프랑스군에 배속된 한국인 노무자(군속)도 있다.
4차례 전투기간 동안 사살된 중공군 등 적군 3000여 명 가운데 일부 유해는 수습됐지만 나머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어 중공군이나 북한군 유해가 발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치열한 격전지였음은 그동안 발굴된 유해와 유품 수만 헤아려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7일 기준으로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굴된 유해는 총 325점으로 이를 전사자 수로 따지면 50여 구 이상으로 추정된다. 발굴된 유품은 무려 2만3055점에 달한다. 또 같은 기간 지뢰 149발과 불발탄 2403발도 제거됐다.
아울러 최근 발굴된 '동굴형 진지' 역시 6·25 전쟁의 비극을 보여주는 참혹한 이야기를 갖고 있었다.
전쟁 당시 이곳은 이른바 '동굴 작전'을 실시한 곳이다. 적이 포위하는 상황에서 동굴형 진지로 몸을 숨기고, 진지 위로 포병사격을 요청해 적을 섬멸하는 전술을 말한다.

【철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28일 강원 철원군 민통선 내 우리 측 지역인 화살머리고지일대에서 군관계자가 취재진에게 발굴된 유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4월 1일부터 5월 22일 까지 발굴된 유해는 총 321점이며, 유품은 2만2808점이라고 밝혔다. 2019.05.29. [email protected]
2사단 참전용사들 증언에 따르면 1000발 정도의 포탄이 이곳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지역은 '마이크로 포인터'라는 장비로 금속을 탐지하면 당시 포탄 파편으로 인해 금속 반응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또 화살머리고지는 전쟁 당시 교통호(交通壕·땅 위에 길고 좁게 파 놓은 해자)가 있었는데 이곳을 중심으로도 유해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이날은 동굴형 진지에서 국군 추청 유해의 발굴을 진행했다. 거의 완전한 모습에 가까운 유해는 두개골과 팔, 허벅지, 정강이 뼈 등이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됐다.
전문 발굴병들은 지난달 12일 철모 안에 있는 두개골 조각을 처음 식별하고 1개월 넘게 발굴 작업을 진행해왔다. 발견된 철모는 완전히 찌그러져 있어 당시 큰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28일 강원 철원군 민통선 내 우리 측 지역인 화살머리고지일대에서 남북공동유해발굴 T/F 장병들이 지뢰제거와 기초발굴을 하고 있다.국방부는 지난 4월 1일부터 5월 22일 까지 발굴된 유해는 총 321점이며, 유품은 2만2808점이라고 밝혔다. 2019.05.29. [email protected]
이날도 병사들이 조심스럽게 굴토 작업을 진행했다. 한쪽에서는 노트북을 이용해 전사자 종합정보체계(KIATIS)에 유품과 유해, 유해 간 거리 등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90% 정도 발굴된 유해는 29일 수습한 뒤 약식 제례를 진행하고 정확한 분석을 위해 국유단 중앙감식소로 보내진다.
국유단 DMZ 1팀장인 강재민 상사는 "종심지역(후방지역)과 DMZ에서 찾고 있는 전사자들을 가족에게 돌려드리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유해가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는 그날까지 작은 한 점의 뼛조각이라도 찾겠다"고 말했다.
다만 유해를 공동발굴하기로 했던 북측이 아직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의미가 다소 퇴색된 느낌을 지우기는 어려웠다.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진행되는 발굴 작업의 정확한 명칭은 '남북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기초발굴'이다.
북측이 없는 우리 군 단독 발굴로, 비·바람 또는 작업으로 인해 유실되기 쉬운 유해를 찾기 위해서 먼저 유해발굴을 실시하는 것이다.
남북은 지난해 9·19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공동유해발굴을 위해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지뢰제거를 하고 도로를 개설했지만, 정작 발굴작업에는 북측이 응하지 않은 상태다.
우리 군은 지난달 1일부터 먼저 지뢰제거와 기초발굴을 하며 북측의 호응을 기다리고 있지만 응답은 요원해 보인다.
특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측은 유해발굴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남북 간 사업에서도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측은 지난해 지뢰제거와 도로 개설 당시에는 군사분계선(MDL)까지 내려와 우리 측의 동향을 일일이 확인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한 차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철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28일 강원 철원군 민통선 내 우리 측 지역인 화살머리고지일대 한 경계초소에서 군관계자가 취재진에게 발굴된 유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국방부는 지난 4월 1일부터 5월 22일 까지 발굴된 유해는 총 321점이며, 유품은 2만2808점이라고 밝혔다. 2019.5.29. [email protected]
그렇지만 유해발굴에 대한 북측의 관심이 아예 끊어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화살머리고지 인근 북측 GP에서는 최근 소형 감시소가 새로 확인됐다.
발굴작업이 이뤄지는 화살머리고지에서 MDL까지 거리는 500m 정도에 불과하지만, 북측 GP에서 우리 군의 유해발굴 감시가 어려워지면서 새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군 관계자는 새 감시소에 대해 "북한군 GP에서 좀 떨어진 곳에 목재 등을 이용해 간이로 만들어진, 2~3명 근무를 위한 소형 감시소"라고 설명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하루 100여 명의 인력이 드나들기 때문에 북측에서 우리 측 동향을 면밀하게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화살머리고지를 기준으로 2㎞ 안팎의 거리에 북측 GP가 4개가 있었지만 이날 특이동향은 없었다.

【철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28일 강원 철원군 민통선 내 우리 측 지역인 화살머리고지일대에서 남북공동유해발굴 T/F 장병들이 지뢰제거와 기초발굴을 하고 있다.국방부는 지난 4월 1일부터 5월 22일 까지 발굴된 유해는 총 321점이며, 유품은 2만2808점이라고 밝혔다. 2019.5.2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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