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무관용 처벌…"법퓰리즘 우려" 목소리도
23일, 정부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 발표
법정형 상향·온라인 그루밍죄…'처벌' 강조
전문가 "국민 공분에 강력 처벌 조항으로"
"근본 대책 안 담겨…안심 시키기 아니냐"
여성단체 "일단 환영하지만, 실효성은 의문"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4.23.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04/23/NISI20200423_0016279850_web.jpg?rnd=20200423125735)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4.23. [email protected]
디지털 성범죄의 원인이 되는 성인지 감수성 재고 등 근본적 해결책이나 당장 적용 가능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5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정부의 이번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은 강한 처벌 조항이 다수 포함됐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법정형 상향 ▲중대 성범죄 예비·음모죄 신설 ▲온라인 그루밍죄 신설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상향 ▲독립몰수제 도입 ▲잠입수사 도입 ▲신고포상금제 도입 ▲성인 대상 성범죄물 소지자 처벌조항 신설 등이다.
이들 중 법원 판결이 없어도 범죄 수익을 몰수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나 온라인 그루밍죄(미성년자에게 접근해 회유와 협박 통해 성범죄 대상으로 길들이는 범죄) 등은 입법이 필요하다.
동의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성관계 시 강간으로 간주하는 의제강간죄의 적용 대상을 만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상한하는 내용이나 법정형 상향 등도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번 대책 마련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국무조정실 교육문화여성정책관실 관계자 측은 "이번에 마련한 대책들에 대한 법률 개정을 20대 국회에서 최대한 추진할 생각"이라면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에는 미성년자 및 군장병 등이 박사방 사건 등에 연루된 점에 주목해 '대상별 맞춤형 예방교육 강화'와 관련된 내용도 담겼다. 학생이나 학교 밖 청소년 및 군장병 등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성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교육문화여성정책관실 관계자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 등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이나 예산안·관련 인력 확충 등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여성단체도 이번 대책이 실효성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유승진 활동가는 "기존 대책들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어 일단 환영한다"면서도 "여전히 디지털 성착취물을 음란물로 인식, 단순히 사회 질서를 해하는 정도로 취급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 성착취물을 단순 음란물이 아니라 피해자가 있는 범죄물이라고 인식해야 강력한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진 활동가는 이번 대책에 지방 거점 지역에 피해자 지원 시설을 설치하라는 등 현장의 요구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전했다. 유 활동가는 "디지털 성범죄는 전국에서 일어난다"면서 "피해자가 지역 경찰서 등에 갈 때 동행할 수 있는 인력을 내어 줄 수 있는 지역 거점 상담소 등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법 이후 법 적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한균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이 만들어지면 실제 옮기는 것은 경찰과 검찰"이라면서 "경찰과 검찰에서 해당 범죄에 대한 전담수사팀을 두고 인력을 지원하는 등 법 집행을 위한 시스템 마련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교수는 "정부가 이번에 쏟아낸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의 대부분은 입법이 필요한데, 강한 처벌 조항을 둔 법을 만들면 여성단체나 시민단체도 일단 안심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어쩌면 가장 쉬운 방법을 쓴 것"이라면서 "하지만 법이 잘 작동되지 않으면 범죄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을 성적 대상이나 도구,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런 범죄는 계속 생길 것"이라면서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 재고나 일탈 청소년을 줄이는 교육·복지 분야 사회정책도 함께 따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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