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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착륙' 26세 벨라루스 청년은 어떻게 독재자 표적이 됐나

등록 2021.05.25 12: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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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에 반정부 시위 참가…언론과 시위 접목

독립언론 통해 지난해 대규모 시위서 큰 역할

루카셴코 대통령, 시위 막으려 언론 탄압 나서

[민스크=AP/뉴시스]벨라루스 독재 정권의 여객기 강제 착륙 후 체포된 반체제 언론인 라만 프라타세비치가 지난 2019년 11월17일 벨라루스 민스크 유로라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5.25.

[민스크=AP/뉴시스]벨라루스 독재 정권의 여객기 강제 착륙 후 체포된 반체제 언론인 라만 프라타세비치가 지난 2019년 11월17일 벨라루스 민스크 유로라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5.25.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벨라루스 독재 정권의 여객기 강제 착륙을 둘러싼 국제사회 규탄이 이어지면서, 체포된 반체제 언론인 라만 프라타세비치(26)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언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벨라루스 야당 지도자의 보좌관을 인용해 프라타세비치 행적을 보도했다.

이 보좌관은 프라타세비치가 16살이던 2011년 처음 만났으며, 당시엔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혈기 왕성 청소년이었다고 소개했다.

보좌관은 "프라타세비치는 충동적이고 창의적이었다"며 "불의를 못 참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프라타세비치가 벨라루스 장기 집권 독재자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표적이 된 건 독립 언론을 통해 반정부 시위를 조직하면서다.

프라타세비치는 자유유럽방송 등 주요 미디어그룹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벨라루스 독립 언론 '넥스타'(Nexta)의 편집장을 맡았다.

넥스타는 텔레그램 채널 구독자 수 120만명을 보유한 주요 독립 언론이다. 벨라루스 전체 인구 12%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지난해 8월 대선 이후 전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 넥스타가 주요 역할을 하면서, 루카셴코 정권은 프라타세비치가 사실상 시위를 조직했다고 보고 있다.

27년째 장기 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은 압도적 득표로 6선에 당선됐고, 이후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민주주의와 경제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넥스타는 단순 시위 정보를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합 장소나 복장, 도주 방법 등을 제공하며 시위를 조직했다.
 [민스크=AP/뉴시스]지난해 8월10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시민들이 경찰 진압으로 부상을 입은 참가자를 부축해 옮기고 있다. 2021.05.25.

[민스크=AP/뉴시스]지난해 8월10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시민들이 경찰 진압으로 부상을 입은 참가자를 부축해 옮기고 있다. 2021.05.25.


루카셴코 대통령은 시위를 막기 위해 대규모 언론 탄압에 나섰다. 최근 최대 규모 독립 언론 사이트를 폐쇄하고, 직원 25명을 탈세 혐의로 기소했다. 도시 중산층 중심이던 독립 언론 독자가 다른 계층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현 정권 주요 지지층인 노동자들이 종이 신문을 볼 수 없게 일부 지역 신문 발행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시위 주요 인물도 추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프라타세비치를 주요 테러 감시 대상에 올려놓고, 시위 관련 혐의 총 3개를 적용했다. 현행법에 따라 최대 징역 15년에 처해질 수 있다.

프라타세비치는 2019년 망명해 리투아니아 빌니우스에 거주 중이었으며, 지난해 9월 넥스타에서 퇴사한 뒤 또 다른 텔레그램 기반 독립 언론인 '벨라모바'(Belamova) 운영을 맡고 있었다.

프라타세비치의 아버지 드미트리는 FT 인터뷰에서 "내 아들은 거짓말에 강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었고, 그게 언론인이 된 이유였다"라며 "정권이 비판, 진실을 말하는 독립 언론, 매우 작은 표현의 자유조차 두려워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스크=AP/뉴시스]지난 23일(현지시간) 민스크 항공에서 보안 직원이 탐지견을 동원해 라만 프라타세비치의 수하물을 찾고 있다. 2021.05.25.

[민스크=AP/뉴시스]지난 23일(현지시간) 민스크 항공에서 보안 직원이 탐지견을 동원해 라만 프라타세비치의 수하물을 찾고 있다. 2021.05.25.

루카셴코 정권은 지난 23일 그리스에서 리투아니아로 향하던 라이언에어 FR4978편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 강제 착륙시킨 뒤, 프라타세비치와 동행 중이던 여자친구를 체포했다.

프라타세비치는 현재 민스크 소재 구금 시설에 있으며, 루카셴코 정권 선전 매체는 프라타세비치의 자백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대면 회담에서 벨라루스에 EU 27개국 영공·공항 사용 금지 제재를 내리는 데 동의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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