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시대 코앞인데…' 車·부품업계 자금·인력부족에 한숨(종합)
車산업연합회 300개 기업 설문조사
응답기업 80% "진출 못했거나 수익못내"

정송희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책임위원은 자동차산업연합회가 14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완성차업체와 자동차부품업체 300개사와 업계 종사자 4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월31일부터 10월22일까지 이뤄졌다. 신뢰수준은 95%±1.21%p다.
56.3% "미래차 분야 진출조차 못해"
300개 응답업체 중 엔진·변속기·흡배기 등 내연기관차 전용제품 생산기업은 44.1%, 동력계 관련 제품이 매출 1위인 기업이 32.7%로 나타났다. 주력제품의 중장기 매출이 정체될 전망이라는 기업이 58.3%로 나타나 전기차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질 경우 대다수의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에 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래차 분야 진출 후 관련 제품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고 답한 곳은 전체의 20%에 불과했다. 이들 역시 수익 발생까지는 3년 이상이 소요됐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57.3%)으로 나타났다. 미래차 분야에 진출했더라도 수익 창출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업체들은 미래차 관련 부품 1종을 기획·양산할 때까지 평균 13억1400만원, 소요기간은 평균 13개월이 걸린다고 응답했다. 이는 자동차산업연합회의 지난해 조사(13억1500만원·32.8개월)에 비해 다소 단축된 규모다.
업체들은 미래차 연구개발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요인으로 ▲자금부족 47.3% ▲전문인력부족(32.1%) ▲원천기술부족(13.0%) ▲R&D장비부족 (5.3%) 등을 꼽았다. 설비 투자 장애요인으로는 ▲자금부족(77.9%) ▲입지규제 등 각종 규제(9.9%) ▲미래불확실성(9.2%)을 들었다.
정 위원은 "지난해 조사에서 설비투자 장애요인 중 자금부족애로는 63.9%로 나타나 자금 애로가 악화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실제 자금조달 여건이 전년보다 악화됐다는 응답도 46.3%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자금·인력확보 어려워…원자재·부품 가격급등 애로
전문인력 확보 방법에 대해서는 재직자 재교육(57.3%), 신규인력확충(38.2%) 순으로 응답했다. 정 위원은 "주로 내부인원 활용으로 전문인력을 확보해가고 있으나 기존인력활용이 어렵다는 응답도 19.1%나 돼 특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은 미래차 진출관련 주요 자문기관으로는 완성차업체 등 납품처 57.3%를 꼽았다. 이어 독자결정 26.0%, 민간기업 10.7%, 공공기관 4.6%로 나타났다. 기술 확보 방법의 경우 ▲자체개발(58.8%) ▲ 완성차 업체 등과 공동개발(34.4%) ▲정부 기술개발 3.1% ▲산학협력 기술개발 1.5%순이었다.
미진출 기업들의 진출 희망분야는 ▲전기차 전용부품(36.7%) ▲미래차용 공용부품(30.2%) 순이다. 기술난도가 비교적 높은 자율주행(11.8%), 수소차 전용부품(9.5%)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응답 업체들의 지난해 총 매출액 평균은 전년비 2.3% 감소한 2696억원이다. 대기업은 -0.8%, 중견기업은 -5.3%, 중기업은 -5.7%, 소기업은 –11.0% 순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업체들은 자동차업계가 직면한 애로(복수응답, 1~3순위 합산)에 대해 ▲원자재·부품 가격급등(59.7%) ▲내수감소(49.0% )▲자금조달 애로(45.3%) ▲미래차 전환 대응 부담(19.3%) ▲R&D 투자여력 부족(9.3%) 등을 꼽았다.
응답기업의 절반 가량은 올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올해 자금조달 여건이 다소 개선됐다고 답한 업체는 3.7%에 불과했다. 이어 ▲다소 악화(39.3%) ▲대폭 악화(7.0%)라고 답한 업체는 45% 수준이었다.
인력관련 애로는 ▲숙련인력 이탈(40.0%) ▲고령화(27.3%) ▲재교육(18.3%) ▲미래차 분야 인력확보(8.3%) 순이다. 고령화 대응관련 정년연장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3.1%로 높았으나 이를 위해선 임금피크제 도입 등 별도 임금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4.6%로 나타났다.
정만기 협회장 "정상적 도급까지 불법파견으로 봐선 안 돼"
정 회장은 "업계는 미래차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를 확대해가야 하지만 자금·인력· R&D 등 자원 확보조차 여의치 않다"며 "설령 어렵게 투자를 실현해도 투자자금 회수에 상당한 시간 소요가 불가피해 불확실성만 쌓여가는 점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효과적 미래차 전환을 위해선 하이브리드차 등이 일정 기간 캐시카우 역할을 하도록 정부 지원을 지속하는 한편 노동력 축소나 생산유연성 확보에 대응하기 위해 법률, 규제, 인식 등 사회 전반의 제도를 기술변화에 맞춰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외국에서는 모두 허용되는 도급 활용이 우리나라에선 쉽지 않다"며 "급변기에 처한 우리 자동차산업의 현실을 감안해 정상적 도급 활용에까지 불법파견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주홍 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 역시 "자동차산업 변혁기를 맞이해 노동시장도 변화가 필요한데 자동차 노사관계는 대립적·소모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신차 생산 또는 물량 변동으로 일시 필요한 도급 인력을 활용할 수 없는 구조"라며 "특히 그룹 본사 해외공장과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외국계 기업의 경우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높여야 생산 물량 확보와 미래차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미래차 경쟁우위 전망 밝지 않아…선제적 구조개편 독려해야"
장석인 산업기술대 석좌교수는 "미래 자동차의 새로운 경쟁우위 확보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라며 "적지 않은 업체들이 여전히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산업 생태계 내 위기에 직면해 있고, 신기술 기반 미래로의 구조 전환을 위한 혁신은 여러 여건 미비와 높은 전환비용 등으로 느린 속도로 이행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선제적 사업구조 개편 활성화 방안'과 연계해 선제적 사업구조 개편을 독려 및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실장은 "미래차 분야의 안정적 수요와 수익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 미래차 분야로 진입을 위해 확실한 캐시카우를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원 대상을 선별하고, 내연기관차산업생태계를 미래차 산업생태계로 연착륙시키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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