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논쟁③]'탈원전에 발목?'…K택소노미·방폐물 문제 논의 숙제
정부, 원자력 배제된 K-택소노미 확정
원전 수출 경쟁력까지 약화 우려 제기
고준위 폐기물 기본계획·특별법도 갈등
지자체·환경단체 우려 속 논의 '공회전'
![[서울=뉴시스] 월성 4호기 모습.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2/01/30/NISI20220130_0000923797_web.jpg?rnd=20220130095929)
[서울=뉴시스] 월성 4호기 모습.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 탈탄소 바람에 세계 곳곳에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논의가 커진 가운데, 국내에서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고준위 방폐물 처리시설에 대한 격론이 벌어졌다. 고준위 방폐물 처리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 탈원전 단체 간 갈등의 뇌관으로 여겨지고 있다. K-택소노미의 경우 원전이 빠져, 수출에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이란 산업계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탈원전 기조에 갇혀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전 제외된 K-택소노미…1년 간 시범운영
특히 정부가 국내에서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하지 않지만 수출은 지원한다며, 수출 초기 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 지원을 막았다는 점에 비판이 나왔다. 일단 정부는 원전 수출 시 대외 수출신용기관(ECA)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판단하므로 수출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K-택소노미 내 원전 배제 방침이 영영 고정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번에 마련한 K-택소노미를 1년간 시범 운영하고, 이를 토대로 올해 말 수정안을 다시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유럽연합(EU)의 원전 포함 결정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U는 최근 원전을 환경·기후 친화적인 녹색으로 분류하는 그린 택소노미 초안을 회원국들에 보냈다. 현재 회원국 간 입장 차가 첨예하게 갈려 초안대로 확정될지는 미지수다. EU가 내놓은 초안에서 원자력 발전의 포함 조건은 '사용 후 핵연료' 안전 처리 여부다.
국내에서는 대선 결과에 따른 원자력 정책 기조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대선 후보들의 원자력 관련 입장을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감(減)원전'을 내세우며 재생에너지 전환이 늦어질 경우 불가피하게 원전 가동 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봤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신한울 3·4호 공사 재개와 원전 수출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일단 정부는 EU의 그린 택소노미 등 국제 동향을 살펴나간다는 입장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EU 집행위가 택소노미 초안에 원전을 포함했지만 아직 초안 단계고, 원전이 친환경적 에너지원이냐에 대해서 EU 내에서도 반으로 갈려 계속 논쟁 중인 것으로 안다"며 "4~6개월 시한을 두고 계속 협의를 거쳐 갈 것이므로 그런 부분은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핵 폐기물 처리 논의 지지부진…"포화 전 속도내야"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은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 설치 로드맵을 포함해 원전 부지 안에 고준위 폐기물을 임시 저장하는 게 골자다. 중간 저장시설을 가동하기 전까지, 원전 사업자가 원전 터 안에서 저장 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했다. 부지 선정 과정에 적용되는 의견 수렴 절차도 강화했다.
그러나 원전 소재지와 인근 지역 지자체, 시민·환경단체들은 사실상 영구처분을 하려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원전 가동에 따라 당연히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한 처리 논의는 불가피하지만 깊은 갈등으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시민단체, 지자체 등은 아예 기본계획의 철회를 주장하는 등 반발 수위가 높아 공론화조차 쉽지 않다.
지난해 9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해서도 정부와 지역 주민 간 입장 차가 크다. 이 법안은 처리시설 부지 선정 절차와 부지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사항, 국무총리 소속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의 신설 등 고준위 폐기물 현안 해결에 필요한 사항을 담았다. 추후 의견 수렴부터 특별법을 기초로 하는 만큼,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반면 지역민 등은 특별법이 기존의 핵발전소 부지에 핵폐기물 보관을 허용하고 있으며, 의견 수렴도 없었다며 폐기를 강력 요구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40년 간 마련하지 못한 영구처분시설이 마련될 때까지 '부지 내 저장시설'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사실상 영구처분시설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에 원전 가동에 따른 고준위 핵폐기물 영구처리시설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지역별 원전 부지 안에 임시 보관 중인 고준위 방폐물은 약 10년 후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저장시설이 안전을 담보한 보관·처리장 확보 문제는 외면할 수 없는 '발등의 불'인 셈이다.
이에 고준위 폐기물 처리 방안에 대한 논의는 원전 추가 가동 여부와 별개로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폐기물은 원전 가동에 따라 당연히 발생하는 배설물 격"이라며 "원전 확대 여부를 떠나서 10년 뒤 포화되는 폐기물 처리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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