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선관위가 자초한 '부실투표'…"1곳당 20명, 1시간 내 가능" 오판

등록 2022.03.07 18:23:00수정 2022.03.07 18:35:4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대선 사전투표율 36.9% 역대 최고

투표함을 택배상자나 바구니 이용

본인 신원파악도 허술…참관인 無

기표된 용지 나눠줘…관내외 섞여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지난 5일 오후 서울역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들이 투표에 앞서 신원 확인을 하고 있다. 2022.03.05.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지난 5일 오후 서울역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들이 투표에 앞서 신원 확인을 하고 있다. 2022.03.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준호 임하은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전국 곳곳에서 선거관리와 부실 논란이 불거지며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유형의 의심 사례들이 접수됐고 시민단체의 추가 고발이 이어지는 등 파장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4~5일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총선거인 수 4419만7692명 중 1632만3602명이 참여해 36.9%의 사전투표율을 보였다. 앞선 19대 대선 26.1%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그러나 사전투표 이튿날인 지난 5일 오후 5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투표에서 선관위의 준비 부족으로 논란이 불거지며 높은 사전투표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투표함을 택배상자나 바구니 등을 이용해 비밀투표가 보장되지 않았고, 선거 사무원들이 투표용지를 대신 받아 처리하면서 직접투표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신원 확인도, 참관인도 없는 투표

선관위가 신원파악을 허술하게 했다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여러 명의 주민등록증을 일괄적으로 걷은 뒤 투표용지를 한 번에 나눠주거나, 마스크를 벗게 한 뒤 신분 확인을 하지 않은 곳도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투표를 한 번 더 했다는 믿기 힘든 후기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사전투표를 한 사람이다"며 "확진자 투표 때 신원 인증을 안 한다는 말이 있어서 실수인 척 들어갔는데 확인 안 했다"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신분증 확인도 안 하고, 보여달라고도 안 했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아울러 투표지는 보이지 않게 접은 뒤 투표 참관인이 보는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 그러나 확진자 투표 현장에서는 선거 사무원이 참관인 없이 혼자 돌아다니며 직접 확진자 투표용지를 받는 등 선거 규정에 어긋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투표용지를 택배상자와 바구니에

부산에서는 차량들이 지나다니는 지하주차장에 임시 투표소를 만든 뒤 투표용지를 종이상자 안에 넣도록 했다는 후기가 올라왔다. 이 외에도 기표한 투표용지를 비닐봉지나 택배상자, 플라스틱 바구니 등에 넣게 한 뒤 투표함에 옮겨 담으려고 했고, 이 과정에서 유권자들과 사무원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은 "동사무소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봉투를 받아 가서 따졌더니 자기네 방침이라고 했다"며 "그래도 한 나라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데 투표함도 준비 안 하고 걷어가다니 이게 말이 되는 건가"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미 기표된 투표지 배부

서울 은평구의 한 주민센터에서는 유권자에게 제공된 투표용지 수거용 봉투에 기표된 투표용지가 들어 있어 논란이 됐다. 이 외에도 서울 신사동과 부산 연산동에서도 일부 유권자들이 기표된 투표용지를 건네받기도 했다. 대구 수성구에서는 기표된 투표용지가 발견돼 경찰이 출동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인천에서 선거 사무원의 실수로 관내외 유권자의 투표용지가 섞이면서 6명이 재투표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선거 사무원은 관외용 봉투를 실수로 관내용 봉투에 넣어 투표소로 가지고 갔다. 선관위는 관내외 투표용지를 구분할 수 없게 되자 이들의 투표지를 모두 폐기 처분하고 재투표를 진행했다.

이에 선관위는 사전투표 다음 날인 지난 6일 입장문에서 "임시 기표소 투표 방법은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라며 "모든 과정에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을 보장해 절대 부정의 소지는 없다"고 발표했다.

다만 현장 선관위 판단에 따라 유·무효표가 갈려 향후 논란이 증폭될 여지는 남아있었다. 선관위는 이날 기표된 투표지가 배부되는 사고와 관련해 모두 유효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천=뉴시스] 조수정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을 이틀 앞둔 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종합상황실에 마련된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07. chocrystal@newsis.com

[과천=뉴시스] 조수정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을 이틀 앞둔 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종합상황실에 마련된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07. [email protected]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선관위의 잘못된 수요 예측에서부터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지난달 9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신규 확진자를 전국 최대 100만명으로 잡은 뒤 발병률이 가장 높은 서울 확진자를 20만명, 사전투표율을 30%로 가정하면 1개 투표소당 20~40명 남짓 받겠다는 계산을 했다.

김 사무총장은 "최대치가 한 20명 남짓 되는데 지난 국선하고 재보선 때 시간 측정해 보니까 한 사람당 5분 정도 소요가 된다"며 "짧게는 30분, 최대한 많이 걸려도 40분 정도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많은 확진자와 격리자가 사전투표소에 몰리면서 2시간 이상 대기하는 환자도 있었고 대기 중 쓰러져 이송되는 사태까지 야기했다.

이 외에도 당초 여야는 확진자와 격리자가 폭증할 것에 대비해 선거권 보장을 위해 투표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비용 증가와 현장 반발 등의 이유로 결국 본투표 당일에만 투표시간 연장이 결정됐다. 선관위가 사전투표를 다소 안일하게 판단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들의 고발장도 이어지는 등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는 이날 오전 노정희 선관위원장 등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유권자가 투표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유권자가 행사한 소중한 투표지를 입구가 훤히 열려 있는 종이박스, 쓰레기봉투 등에 담아 허술하게 이동시킨 것은 후진국에서도 볼 수 없는 경악스러운 선거부실"이라고 했다.

같은 날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도 노 위원장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아울러 전날,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노 위원장을 대검에 고발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사유로 112 신고가 접수됐고, 관련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 청장은 "단순 불만 신고인지, 아니면 불법 사안이 있는지 파악해 불법 관련 사안이 있으면 바로 조사로 전환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