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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된 도발" 트란스니스트리아, 우크라戰 확전 변수로

등록 2022.04.27 15:50:31수정 2022.04.27 16: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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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 미확인 공격→'독립·해방' 러 강제병합 수순 양상

트란스니스트리아 "우크라 소행" vs 우크라 "러 자작극"

미·러 "우려, 상황 주시"…'긴장감' 속 배후 지목엔 '신중'

러, 병참 활용 가능성…몰도바, 러vs나토 최전선 될 수도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몰도바의 친러 분리독립 분쟁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향방에 영향을 미칠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완전 장악'을 새 목표로 제시한 가운데 이 지역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용하거나 몰도바까지 확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러 '강제병합' 수순 양상…제2의 돈바스 되나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과 접하고 있는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선 이번 주 배후가 확인되지 않은 공격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25일 국가안보부 청사에 이어 26일 러시아 라디오 방송 송전탑 2개가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을 완전 장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루스탐 민네카예프 러시아군 중부군관구 삭령관 대행은 지난 22일 러시아군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뿐만 아니라 남부 지역까지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트란스니스트리아로 가는 통로를 만들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일련의 흐름을 보면 러시아가 2014년 크름반도나 지난 2월 돈바스 지역(루한스크·도네츠크) '해방'을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와 닮아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 이른바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이유다.

누구의 소행인지 확인되지 않은 폭발 사고가 발생하고, 친러 성향 분리주의 독립 세력들이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한 뒤 러시아가 친러 세력의 '해방'을 주장하며 공격을 감행하는 패턴이다. 친러 분리독립 세력이 자체적으로 독립을 선언했지만 국제 사회에서 공식 국가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다.

우크라·트란스니스트리아, 서로 배후 지목…미·러는 '신중론' 속 팽팽한 긴장감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우크라이나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하며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러시아는 배후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을 자제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이 사건을 우크라이나의 '테러'로 규정했다.
[서울=뉴시스] 26일(현지시간) 몰도바의 친러 분쟁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러시아 라디오 방송 송신탑 2개가 공격을 받아 파괴돼 있다. (사진 출처 : NEXTA TV 트위터) 2022.04.26.

[서울=뉴시스] 26일(현지시간) 몰도바의 친러 분쟁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러시아 라디오 방송 송신탑 2개가 공격을 받아 파괴돼 있다. (사진 출처 : NEXTA TV 트위터) 2022.04.26.

트란스니스트리아 지도자 바딤 크란스노셀스키는 26일 안보회의를 개최, 15일 간의 테러 경보를 발령하고 보안 조치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도시 입구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주·야간 통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오는 5월9일 예정했던 제2차 세계대전 전승일 기념식 열병식은 취소했다.

러시아는 배후를 지목하지 않으면서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소식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과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 간 회담 가능성엔 "현재까지 예정돼 있지 않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배후를 규명하긴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폭발 원인을 조사 중"이라며 "우린 어떤 확전(spillover)도 원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가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누구의 소행인지 정확히 판단하기 이르다"면서도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잠재적인 시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했고,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원인을 알기에 너무 이르다"며 "우리는 최선을 다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계획된 도발"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이것이 러시아의 (군사 작전) 단계 중 하나라는 것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다. 지역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몰도바를 위협하려는 것"이라며 "몰도바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할 경우 어떤 조치가 취해질 것이란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전체를 점령하고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으로 육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과 일치한다"며 "이 곳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끌어들이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산두 몰도바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개최했고, 회의 후 "이 지역에 전쟁을 지지하는 세력이 있다"며 이번 공격을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키이우=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연설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몰도바의 친러 분쟁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공격 명분을 삼기 위해 자작극을 벌이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2.04.27.

[키이우=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연설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몰도바의 친러 분쟁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공격 명분을 삼기 위해 자작극을 벌이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2.04.27.


몰도바, 러시아 vs 나토 '최전선' 될 수도

러시아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몰도바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우크라이나 오데사 등 남부 도시 함락에 필요한 병력과 군수 물자 보급 창구로 활용하거나 돈바스 지역과 같이 아예 강제 병합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성공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서남부 전선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몰도바로 그어지게 된다. 크름반도로 통하는 안전한 육로를 확보할 수 있으며 흑해와 아조우해를 장악해 전략적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내륙 국가로 가두고 산업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나토 동맹국이 아니다. 러시아가 확전하더라도 서방은 직접 전투에 뛰어드는 대신 무기 지원 등을 통해 간접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또 유럽연합(EU) 회원국도 아닌데, 몰도바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 조지아와 함께 부랴부랴 EU 가입을 신청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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