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개편]수능은 계속 오지선다형…논·서술형 개편 다시 추진할까
1994년 도입 수능, 올해 시험으로 30년 맞이
5지선다형 객관식 '정답 찍기' 교육계 비판 커
총선 코앞에 사교육 폭증 고려해 유보 입장
논·서술형만으로 내신 평가 가능케 훈령 개정
평가 공정성과 내신 부풀리기 등은 도전 과제
尹정부, 2031학년도 대입개편까지 추진 가능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를 하고 있다. 2023.10.10. kmx1105@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3/10/10/NISI20231010_0020085353_web.jpg?rnd=20231010154836)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를 하고 있다. 2023.10.10. [email protected]
윤석열 정부가 국회의원 총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고 사교육 이권 카르텔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 대입제도를 큰 폭으로 바꾸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평가된다.
교육계에서는 논·서술형 평가를 골자로 하는 미래형 대입제도로의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며 교육부도 추가 개편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어 향후 논의가 주목된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논·서술형 수능 도입은 현재의 객관식 5지선다형 중심 평가가 학생들에게 암기와 반복 학습을 조장한다는 문제의식에서 거론돼 왔다.
산업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어 지식의 휘발성이 점차 빨라지고 분야별 전문성의 벽도 높아지는 만큼 문제해결력과 융합적 사고력이 중요한데 지금의 수능은 운이 좋아 정답을 잘 찍으면 점수를 얻는 형태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챗지피티(GPT)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교육계는 단편적인 지식을 외우는 교육을 하루 빨리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은 지난달 20일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1주년 토론회에서 "우린 아직도 20세기 DNA를 갖고 대량생산체제에 걸맞은 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젠 비판적으로 질문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상호 협력·소통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한 시대"라며 "그런 시대에 아직도 5지선다형 수능에서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것은 미래교육에 대한 상당한 도전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 당국도 고교에서 논·서술형 평가를 서서히 확대하고 있다. 비록 지난해 전국적으로는 고교 내신 논·서술형 평가 권장 비중이 20~35% 수준에 그쳤지만, 학교나 지역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제 바칼로레아(IB)다. IB는 스위스에 있는 비영리 교육재단 IBO에서 개발, 운영하는 국제 인증 교육과정이다. 수업은 토론형으로, 평가는 논·서술형과 절대평가로 이뤄지는 것이 핵심이다.
IB 인증·탐색학교 등을 운영하는 시도교육청은 2019년 대구·제주교육청 두 곳에 그쳤지만,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현재 서울·부산·경기·충남·전북·전남 등이 도입했거나 도입에 착수해 총 8개 시·도교육청으로 늘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해 취임 이후 직접 IB 운영 학교를 두 차례 공식 방문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내비친 바 있다. 비싼 학비를 내야 하는 국제학교 만이 아니라 공교육에서 토론형 수업을 받을 수 있다면 교육격차 해소에도 보탬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 부총리는 전날 대입제도 개편 시안 발표 기자회견에서도 "IB는 평가 방식인 동시에 새로운 탐구 중심의 수업 혁신 방안이고, 교육과정과 교사 훈련 프로그램들이 다 엮여 있는 종합적인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굉장히 앞선 제도"라고 호평했다.
![[시흥=뉴시스] 경기 시흥시 서해중학교 한 교실에서 교사가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을 이용한 과학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3.10.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3/10/05/NISI20231005_0001379343_web.jpg?rnd=20231005124654)
[시흥=뉴시스] 경기 시흥시 서해중학교 한 교실에서 교사가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을 이용한 과학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3.10.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능과 대부분의 고교 내신 평가가 객관식 상대평가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서 IB 교육과정을 들은 학생을 평가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부도 이번 대입 개편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논·서술형 방식의 수능 문제 도입을 검토했지만 아직은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시안에서 제외했다.
학부모와 대학이 과연 논·서술형 시험 문제를 평가한 결과를 믿고 따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여전히 크다.
교사가 채점 과정에서 주관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통합적 사고를 측정한다는 명분에서 교육과정 밖 내용을 출제할 경우 선행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다. 비슷한 예가 대학들의 논술 전형인데 시민사회에서 선행학습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매년 이어진다.
수능과 내신에 당장 논·서술형 문제를 전면 도입하기에 시간도 빠듯했다. 첫 적용 대상인 올해 중2 학생들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년 3월까지는 1년 반 남았다.
교육부는 올해 들어 사교육 이권 카르텔과 전쟁을 선포하고 최근까지도 유아부터 대입까지 사교육 업체에 대한 강경 단속을 이어가고 있었다. 급격한 대입 제도 변화가 학부모 '불안 심리'를 자극해 사교육 부담을 폭증 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번 개편 시안에서도 논·서술형 수능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열어 뒀다. 고교 평가의 기준이 되는 훈령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개정해 100% 논·서술형만으로 내신 평가가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선도교원을 양성하고 교사 연수도 확대한다.
이 부총리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미래형 대입 제도를 함께 구상, 논의하겠다"며 "교사의 평가 역량을 강화하고 논·서술형 내신 평가가 대입과 연계될 수 있도록 선진적 대입 기반 구축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대입 제도를 개편하려 할 때 처음으로 적용되는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4년 전 예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교육부가 만약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대입 개편안을 추가로 내놓는다면 2027년 2월까지 2031학년도 개편안을 마련할 수 있다. 2025년 3월 말 대입제도를 포함한 '2026~2035 국가교육발전계획'을 마련하는 국가교육위원회의 논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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