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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위원장 "정년연장 논의, 새 정부와 하는 게 맞다"[인터뷰]

등록 2025.04.1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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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10일 뉴시스와 인터뷰

"현 정부, 비정상적…논의 이어가면 정당성 문제"

"정년연장이 100% 옳아…재고용, 노동권 침해할 것"

"최저임금, 사각지대 해소 우선…제도 개선 필요"

"정치도 노동운동 일환…새 정부와 국정파트너 될 것"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위원장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11.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위원장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권신혁 기자 =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에 항의하며 사회적 대화 잠정 중단을 선언했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다시 사회적 대화에 복귀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것이 아닌,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조기 대선 정국이 시작된 상황에서 지금 정부를 정상적인 정부로 보기 어렵지 않습니까. 논의의 실효성도 없을 뿐 아니라 정당성도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새 정부 출범 때까지 새로운 논의는 보류하겠습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10일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새 정부 오면 새롭게 정비할 필요…사회적 대화, 다양할수록 좋아"

경사노위는 현재 법·제도적으로 유일한 대통령 소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로, 고령자 계속고용 문제와 근로시간 개편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유일한 노동계 대표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999년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경사노위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종료되고 한국노총의 복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전날(10일) 한국노총 상임집행위원회에서 "참여는 하지만, 새 논의는 하지 않겠다"고 의결했다. 사실상 노사정 대타협은 어렵게 됐다.

김 위원장은 "정년연장 논의의 경우 경영계와 노동계 사이에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있고, 공익위원도 2명은 사퇴하고 남은 4명 중 2명은 경영계에 편중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논의를 이어가는 건 실효성뿐만 아니라 정당성도 문제가 있다. 새 정부가 출범되면 새롭게 정비해 더 긴밀한 논의를 이어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이 출범한 '정년연장TF'에도 참여하고 있다. 당시는 경사노위 복귀를 결정하기 이전이지만, 사실상 경사노위를 이대로 '패싱'하고 국회 논의를 택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같은 내용이지만 상대가 다른 거니까요.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내용이나 민주당 입장을 보면 한국노총의 입장에 상당히 부합하는 측면이 많이 있기 때문에 민주당 TF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한국노총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더 유용한 방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어 충분히 법안을 상정할 수 있고, 집권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실효적인 논의와 법제화가 굉장히 근접했다고 봤어요."

그러면서도 경사노위 패싱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경사노위에서 논의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보류하겠다는 것이니, 변수가 생기면 또 그때 가서 판단해야죠. 한국노총은 국회의 사회적 대화 기구 신설 논의에 참여할 때 사회적 대화의 중심점은 경사노위지만, 보완적인 의미가 있거나 더 생산적이라고 생각된다면 중층적으로 대화하겠다는 입장도 여러 차례 밝혔어요."

지난해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 차원의 사회적 대화기구 출범을 위한 논의를 띄웠다. 지금까지 총 8차례의 실무협의를 진행했고,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 민주노총도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물론 경사노위와 중복되는 논의가 진행될 수도 있지만, 어디에선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면 다양한 채널에서 중복되는 논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경사노위는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상대와 정부가 그 숙의 과정을 거침으로써 충분히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는 명분을 획득할 수 있고, 국회에서의 논의는 법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속도감 있는 논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보완하는 기능이 더 많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 들어 '노정갈등'을 이유로 경사노위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다 2023년 6월 벌어진 금속노련 강경 진압 사태로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대통령실의 복귀 요청에 응했고, 2024년 2월에는 사회적 대화에서 다룰 3개의 의제들을 합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공무원·교원노조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를 논의할 위원회 구성에 반발해 불참하면서 회의가 연기되는 등 윤석열 정부 3년여간 사회적 대화는 숱한 부침을 겪었다.

일각에서는 한국노총이 너무 쉽게 회의체 복귀와 불참을 반복하면서 제대로 된 논의를 불가능하게 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김 위원장도 이에 대해 "충분히 비판 받을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왜 그랬는지 그 고비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초반에는 윤석열 정권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대화가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참여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노동자를 폭력으로 강경진압하는 상대와는 대화할 수 없잖아요. 이후에 대통령실에서 우리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겠다고 했고, 우리 내부에서도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서 투쟁만 할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화에 다시 응했던 겁니다. 계엄은 당연히 다시 대화를 보류할 사유가 됐죠."

"법정 정년연장이 100% 옳은 방향…최저임금, 사각지대 보장이 우선"

고령자 계속고용과 관련해 노동계는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인 65세로 단계적 상향하는 방안을, 경영계는 퇴직 후 재고용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저는 법정 정년 연장이 100%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년을 법제화하더라도 현실에서 명예퇴직이다, 정리해고다 하는 이유를 붙여서 노동시장에 머물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법적으로 명확히 보장하지 않고 어정쩡하게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계속고용(퇴직 후 재고용)으로 가게 되면 노동권은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법적으로 보장된 정년 내에서도 노동권 행사가 제약되는데 불안정해지면 노동자들의 일자리 안정성이나 권리 보장을 누가 담보하겠느냐"며 "(계속고용을) 할 것이라면 명확하게 정년을 연장해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위원장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11.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위원장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11. [email protected]



정년연장이 자칫 청년 일자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과거에 한 차례 정년연장을 했을 때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하면 신규채용이 확대되거나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지만 다 무위로 돌아갔다"며 "정년연장이 청년 고용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청년 고용 문제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복합적으로 접근돼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이달 22일에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1차 전원회의가 열린다.

김 위원장은 "요구 수준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 실질임금이 삭감돼서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며 "최저임금은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되거나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의 고율 인상이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자영업자들의 문제는 정부가 다른 정책 수단을 강구해 풀어야 한다는 게 지속적인 저의 입장"이라며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고 실제 노동자의 최소한의 삶이 보장되는 수준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

특히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양대노총은 지난해 최임위에서 특수고용직(특고)·플랫폼 종사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논의에서는 특고·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이 확대돼 사각지대 문제가 명확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사정은 지난해 최임위가 끝난 뒤 이례적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전·현직 공익위원들로 구성된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를 발족해 제도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

"요구안을 가지고 협상하다 막판에는 누군가가 항의성으로 기권하고 나가고, 불복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게 좋은 모습은 아니잖아요. 제도에 개선의 여지는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 정부의 입김이 공익위원을 통해 그대로 관찰되는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어요."

"새 정부와 국정 파트너 될 것…노조, 정치에 적극 개입해야"

한국노총은 역대 대선에서 지지후보를 공식 선언한다. 이번 대선은 조기 대선인 만큼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늦어도 내달 초에는 지지후보를 정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물론 정치가 민감한 영역이기 때문에 개인의 의사가 존중되고, 개별 조직의 의사도 용인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만큼은 한국노총의 전 조합원과 그 주변까지 하나의 힘으로 단결했으면 한다"며 "우리가 독자 정당을 가질 수는 없지만 국정 파트너로서 같이 한국 사회에 내재돼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경사노위 위원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내며 직간접적으로 함께 일해왔던 김문수 국민의힘 예비후보에 대해서는 "오로지 우리가 선택한 후보에 집중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광장으로 나가 투쟁을 벌였고 14일간 단식하기도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노조가 너무 정치적이다'라는 비판도 뒤따라왔다.

"정치도 노동운동의 일환입니다. 노동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정치인데, 오로지 노동의 좁은 영역 안에서만 네 삶을 바꾸라는 건 노동을 너무 격하하는 것 아닌가요. 지금은 사회, 경제, 정치가 모두 연결돼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노조가 노동운동만 하고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되죠. 당연히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그 개입력을 더 높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은 "광장에 있으면서 앞으로 한국노총이 사회 문제에 주저하지 않고 더욱 적극 나서서 시민들과 더 가깝게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이 두 차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은 양대노총이 함께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노조법 2·3조는 노동권의 상징처럼 됐기 때문에 양대노총이 다시 한번 강하게 집회를 한다든지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양대노총은 때로는 경쟁적인 관계이기도 하지만, 노동이라는 게 서로 협조하고 같이 힘을 모으는 과정 아니겠느냐. 대범하게 가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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