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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법원, '적성 외국인'인 베네수엘라 갱들의 추방 중단령…잠정

등록 2025.04.20 22:21:35수정 2025.04.20 22: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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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콜루카=AP/뉴시스] 엘살바도르 대통령실이 제공한 사진으로 3월 16일 엘살바도르 교도관들이 미국에서 추방된 베네수엘라 갱단원 추정자들을 테콜루카 테러범 수용 센터(CECOT)에 수감하고 있다. 2025.03.17.

[테콜루카=AP/뉴시스] 엘살바도르 대통령실이 제공한 사진으로 3월 16일 엘살바도르 교도관들이 미국에서 추방된 베네수엘라 갱단원 추정자들을 테콜루카 테러범 수용 센터(CECOT)에 수감하고 있다. 2025.03.17.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미 연방 대법원은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200여 년 전 법률에 의거해 실행하고 있는 소위 베네수엘라 갱단원들에 대한 추방을 잠정 중단하도록 하는 명령을 냈다.

이 새벽 긴급 명령으로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수용소에 구금되어 추방 비행기에 오르라는 미 이민 당국 명령만 기다리던 베네수엘라 국적인 수백 명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추방 비행기의 목적지는 남미 베네수엘라 아닌 중미 엘살바도르의 악명 높은 테러범 형무소다. 연방 법무부는 즉시 대법원에 중지령의 취소를 요청했다. 대법원판사들이 7 대 2로 승인한 중단 명령은 본격 심의 동안의 잠정 조치로 곧 무효될 수도 있다. 

대법원이 숙고 결정할 사안은 일부 베네수엘라 국적의 미국 거주자들을 '적성 외국인'으로 취급할 수 있느냐다. 

미국은 영국과 싸워 독립 개국한 지 10년이 되는 1798년 '적국 국적의 외국인을 추방 및 강제수용할 수 있는 '적성 외국인 법'을 제정했고 2차 대전 태평양전쟁 때 적용했다.

캘리포니아주에 거주 중이던 일본계 주민 수만 명을 일시에 체포해 철조망 친 수용소에다 종전 때까지 가둬둔 것으로 미 영주권 보유 여부도 따지지 않았다. 

합법적 문서나 자격 없이 미국에 살고 있는 1000여 만 명의 이주시도자들을 모두 추방할 것이라고 공약했던 트럼프는 취임 직후 '최소 100만 명' 추방에 나섰으며 이때 베네수엘라 국적인들이 주 타깃이 되었다. 

베네수엘라가 꼽힌 것은 이 나라가 미국과 국교 관계가 끊어진 것이 일차 이유다. 미국이 불법 체류자를 추방 송환하려고 해도 상대할 정부라는 공식 루트가 없다는 즉 갖다버릴 길이 없는 나라 중 하나인 것이다. 베네수 아래 콜롬비아 같은 국교 국가들은 미국 추방에 반발했다가도 트럼프의 위협에 모조리 무릎을 꿇었지만 베네수는 그럴 필요마저 없다.

또 베네수엘라는 니콜라 마두로 독재 치하에 700만 명 이상이 나라를 버리고 탈주했는데 같은 남미로 갔던 이 사람들이 미국이 자신들을 마땅히 추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3,4년 전부터 미국에 쏟아졌다. 바이든 정부가 외교 관계가 없는 쿠바 불법입국자들을 방치하고 나아가 특별 대우했듯이 베네수 불법입국자를 우대한 점도 트럼프의 심사를 건드린 대목이다.            

트럼프는 베네수 난민 입국자에 대한 바이든 우대 조치를 무효화한 데 이어 베네수 거주민의 추방에 나섰다. 이 추방은 추방할 본국이 없기 때문에 상식적인 방법으로는 안 되고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이 특단의 조치를 통해 트럼프는 자신의 불법 이주자 추방에 대한 추상 같은 의지를 과시하고자 했다.

여기에 동원이 된 것이 220여 전 제정된 '적성국 외국인 법'이며 엘살바도르 테러범 형무소다. 베네수엘라 국적의 미 거주민 중 합법적 자격이 결여된 불체자는 수십 만 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미 이민 당국은 우선 수백 명을 붙잡아 쿠바 남서단의 미 보유 관타나모 기지에다 영구 격리시킬 방침이었다.

이 방안은 틀어졌고 트럼프 참모들은 미국과 전쟁 중인 적국의 국적자면 마음대로 추방할 수 있다는 옛 법을 주목하게 되었다. 당국은 베네수 국적 미 거주자 일부를 베네수 원천의 유명한 갱단 트렌데 아랑과 조직, MS13 단원으로 레벨을 붙였다.

그런 뒤 이 비 미국인 갱단원들은 미 안보를 위협해 미 정부와 싸우는 '적성의' 테러조직 소속이며 그래서 '적성국 외국인'이라는 것이다. 얼마 후 트럼프는 600만 달러의 수수료를 주고 관타나모 기지 대신 엘살바도르의 테러범 형무소에 이 '위험한 외국인'들을 추방할 수 되었다.   

3월 중순 238명의 '갱단원 외국인'들이 엘살바도르 형무소에 들어갔으며 이 중 10여 명만 엘살바도르 국적이고 나머지 모두 베네수 국적인이었다.

이 1차 '베네수 갱 추방'은 곧 법적 도전을 받게 되었다. 아무리 테러 갱 조직원이라도 이들을 적성국 외국인으로 볼 수 있느냐의 핵심 질문은 3월 말 대법원이 5대 4로 인정하면서 풀렸다.

다만 대법원은 이민 당국이 이들을 추방하면서 최소한의 적법 절차인 사전 통지 및 이민 판사 청문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추방대상자 측 주장을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19일 새벽의 긴급 중단 명령은 여기서 나왔다. 이 절차 문제는 결국 베네수엘라 갱단원을 적성국 외국인으로 보느냐의 첫 질문을 되짚게 되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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