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손목 비틀기' 아닌 '구조적 접근'…이유 있는 식품값 인하
![[서울=뉴시스]기자수첩 이혜원](https://img1.newsis.com/2020/04/22/NISI20200422_0000516572_web.jpg?rnd=20200422144650)
[서울=뉴시스]기자수첩 이혜원
하지만 최근 전개되는 식품 가격 인하 국면은 결이 조금 다르다.
정부가 단순히 결과값인 '제품가'를 건드리는 대신, 그 원인이 되는 '원재료가'에서 문제를 찾았기 때문이다. 원재료 담합이라는 가격 결정 요인의 뿌리부터 파헤치기 시작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분업계와 제당업계의 담합 의혹을 정조준하며 조사에 착수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밀가루와 설탕은 가공식품의 가장 기초가 되는 원재료다. 이들의 공급가가 인위적으로 유지되었다면, 식품 기업들 역시 제아무리 생산 효율을 높여도 제품가를 내릴 재간이 없다.
이번 조사는 식품 기업들에게 "억지로 내리라"는 압박 대신, "원가 하락의 정당한 이유를 만들어 줄 테니 가격을 현실화하라"는 명분을 제공했다.
실제로 식품 기업들은 경영상의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이번만큼은 볼멘소리를 접어두고 가격 인하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원재료 공급망의 불투명성이 제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유 있는 인하'를 가능케 한 셈이다. 정부가 건드린 항목이, 제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을지 몰라도 가격 인하의 여력을 만들어 준 것은 분명하다.
이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강압'이 아닌 '공정 경쟁 유도'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식품 기업들의 부담이 적은 것은 아니다. 인건비와 물류비 등 다른 고정비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례는 물가 정책의 나침반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단발성 이벤트로 끝내선 안 된다.
앞으로도 식품 산업 전반의 밸류체인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원재료 수입부터 유통 단계까지 어디에 거품이 끼어 있는지, 독과점 구조가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지는 않은지 상시로 점검해야 한다.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 기업이 납득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해 준다면, 소비자 역시 생색내기용이 아닌 체감할 수 있는 가격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규제가 아닌 공정의 가치로 풀어낸 이번 가격 인하가 물가 안정의 지속 가능한 모델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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