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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뚫은 조성진의 타건…통영에 봄이 내렸다 [객석에서]

등록 2026.03.31 00:36:42수정 2026.03.31 00: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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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통영국제음악제서 리사이틀

바흐·쇤베르크·슈만·쇼팽… '춤'으로 관통

페달 걷어낸 정교한 해석, 음악 본질 꿰뚫다

[통영=뉴시스] 조기용 기자 = 30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2026 통영국제음악제-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무대 후 객석에 인사하고 있다. 2026.03.30. excuseme@newsis.com

[통영=뉴시스] 조기용 기자 = 30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2026 통영국제음악제-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무대 후 객석에 인사하고 있다. 2026.03.30. [email protected]

[통영=뉴시스] 조기용 기자 = 낮게 가라앉은 우중충한 통영의 하늘. 조성진의 타건이 시작되는 순간, 공연장에는 먹구름을 뚫고 쏟아지는 정오의 햇살 같은 선율이 가득 찼다.

30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2026 통영국제음악제'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은 공연장을 단번에 벚꽃이 만개한 봄의 기운으로 물들였다.

이날 조성진은 건반 위에서 '춤'을 그려냈다. 바흐, 쇤베르크, 슈만, 쇼팽으로 이어진 레퍼토리는 시대를 가로지르면서도 '춤'이라는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공연 전반부는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전면에 배치해 화려하고 역동적이면서도 정교한 구조적 형식미를 선보였다. 조성진은 바흐의 '파르티타 제1번'을 통해 경쾌한 춤곡의 리듬을 살리면서도, 차분하고 균형 잡힌 타건(打鍵)으로 '완벽주의자'다운 면모를 보였다.

 특히 바흐의 파르티타를 연주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페달을 사용하지 않은 점이 눈길을 끌었다. 오롯이 손가락 끝의 압력과 질감만으로 소리의 대비를 조절했다. 절제된 기교로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이끌어냈고, 특히 4악장 '사라방드'에서는 바흐의 내면을 탐구하듯 선율의 흐름을 깊이 있게 구현했다. 과장 없는 음형 속에서도 선율은 또렷했고, 꾸밈을 덜어낼수록 음악의 본질이 선명해진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증명했다.

이어진 쇤베르크의 모음곡은 작곡가가 바흐를 향한 존경심을 담아낸 곡으로, 조성진의 세심한 곡 배치가 돋보였다. 초반부터 강렬한 타건으로 객석을 압도했고, 질주하다 급제동하는 듯한 박자의 대비를 탁월하게 표현했다. 이러한 에너지의 변주는 슈만의 '빈 사육제의 어릿광대'에서도 이어졌다.

[서울=뉴시스]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포스터. (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2026.03.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포스터. (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2026.03.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2부는 조성진의 '전공' 쇼팽으로 채워졌다.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다운 품격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그가 연주한 14곡의 왈츠는 작품 번호 순서가 아닌, 자신만의 서사를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왈츠 14번으로 포문을 열어 화려한 기교와 속주를 뽐내는가 하면, 곡 사이사이 긴 여운을 남기는 곡들을 배치해 속도와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조율했다. 조성진에게 피아노는 가장 즐거운 유희의 도구인 듯, 연주를 넘어 음악 자체를 향유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작품의 특징을 정확히 짚어내면서도 독창적인 해석을 더해 독보적인 연주를 완성했다.

이러한 구성은 마치 인간의 인생 굴곡을 그려내는 듯했다. 힘찬 도약으로 정상에 오르는 희망을 보여주다가도,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고뇌의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9번 '이별의 왈츠'에서는 쇼팽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감미로우면서도 쓸쓸한 여운으로 풀어냈고, 10번에서는 고뇌에 빠진 인간의 모습을 섬세한 셈여림으로 극대화했다. 특히 마지막 음을 누른 뒤 살며시 들어 올린 손이 한동안 허공에 멈춰 서자, 공연장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공연은 1번 왈츠로 회귀하며 다시 희망찬 마무리를 알렸다.


[통영=뉴시스] 조기용 기자 = 30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2026 통영국제음악제-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무대 후 객석에 인사하고 있다. 2026.03.30. excuseme@newsis.com

[통영=뉴시스] 조기용 기자 = 30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2026 통영국제음악제-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무대 후 객석에 인사하고 있다. 2026.03.30. [email protected]


바로크부터 현대음악, 그리고 쇼팽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 조성진에게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환호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앙코르곡은 쇼팽의 '야상곡(녹턴) 2번'. 조성진 특유의 서정적인 연주가 통영의 밤바다처럼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공연의 막이 내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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