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때렸수다"…대학 주점 '정치 풍자', 논란에 사과

'계엄, 때렸수다' 대학 주점 메뉴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0일 해당 학과 학생회의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자유 정의 진리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주점 기획 의도를 설명하는 글과 함께 메뉴판이 올라왔다.
학생회 측은 "여기는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3025년 대한민국, 6시간 끝에 계엄은 사상자 없이 종료됐지만 사회는 큰 혼란과 분열에 빠졌다"며 "협치 거부, 입법 폭주, 극심해지는 양극화까지 당면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우리의 대통합"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 밤 주점에서 세상을 구하고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면서 "본 주점은 오로지 현 정권에서 발생한 계엄 사태만을 풍자하는 것을 기획 의도로 한다"고 밝혔다.

'계엄, 때렸수다' 대학 주점 메뉴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중 메인 메뉴는 '이재명이나물삼겹살'과 '윤석열라맛있는두부김치'였다. 특히 '윤석열라맛있는두부김치'에는 "맛없는 안주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국민 여러분의 입맛을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소개 문구가 담겨 눈길을 끌었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할 당시 내렸던 포고령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사이드 메뉴에는 '조국혁신라면', '좌파게티+우파김치', '계엄말이' 등이 있었다. 이중 '좌파게티+우파김치' 항목에는 환자복을 입고 누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뭐 좌파게티 한 그릇 먹고 싶다든지 그런 소망 없어요?"라고 묻는 합성 사진도 포함됐다. 이는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 지뢰 폭발 사고'로 부상 입은 장병에게 "짜장면 한 그릇 먹고 싶지 않냐"고 물은 것을 패러디한 내용으로 해석된다. 또 '계엄말이'에는 윤 전 대통령이 조리복을 입고 웃으며 계란말이를 만드는 모습이 담겼다.
디저트 및 음료로는 '정청레몬샤베트', '홍카콜라', '우원식혜', '한덕水(수)' 등이 준비됐으며 '한덕水'는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 섭취를 권한다"는 설명이 붙었다.
학생회 측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진보 보수 메뉴를 함께 주문하면 세트 할인, 헌법재판소 주문 형식으로 주문하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도 공지했다.

학생회 사과문. (사진=학생회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결국 해당 학교 학생회는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에 나섰다. 학생회 측은 "사용된 콘셉트와 관련해 일부 학우 및 시민 여러분께 불편함과 오해를 드린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해당 주점의 기획은 현실 정치에서 나타나는 위기 상황과 극단적 양극화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자 하는 시도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계엄'이라는 설정은 이를 풍자하기 위한 상징적 장치로 활용됐고, 시민이 이러한 정치적 혼란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자 했다. 계엄을 다루는 데 있어 인식이 부족했던 점을 겸허히 인정한다. 계엄이라는 제도를 미화하거나 희화화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통합'을 핵심 기조로 삼아,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는 시민적 연대와 책임의 가치를 표현하고자 했다. 앞으로 표현과 기획에 있어 더욱 신중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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